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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사회적 책임, 스타벅스가 페이스북에 주는 충고

입력 2020. 07. 28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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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에 아내에게서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 스타벅스에 들러서 장우산 하나를 사오라는 분부였다. 


커피 전문점에서 왜 커피나 머그컵이 아닌 우산을 사오라는지 의아했지만, 일단 근처 스타벅스에 들렀다. 


점원에게 우산이 얼마냐고 물었더니, 출시 첫날 모두 팔리고 이제 품절이란다. 아내에게 애석한 소식을 전했다. 


얼마 전 스타벅스가 증정품으로 제공하던 여행가방도 여러 번 시도했지만 못 받았다는 불평이 돌아왔다. 


음료 열 몇 잔을 마시면 여행가방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생기는데, 여러 곳을 돌아다녀 봤지만 결국 실패했다고 한다. 이미 집에 우산도 많고 여행가방도 여러 개인데…. 커피전문점이 커피와 무관한 우산과 여행가방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영업 전략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전 세계적으로 스타벅스 매장은 현재 3만 개가 넘는다. 이 중 1080개는 한국에 있는데, 매장 순위에 있어 한국은 미국, 중국, 캐나다, 일본에 이어 5위다. 


스타벅스 매장이 500개가 넘는 국가는 여기에 영국과 멕시코를 추가해 7개 국가에 지나지 않는다. 서울 광화문∼을지로 부근에는 반경 1㎞ 내에 스타벅스 매장이 무려 18개나 있다. 그런데 매장마다 점심시간에 커피를 마시려면 빈자리 찾기가 쉽지 않다. 


스타벅스가 들어서면 건물 가치가 상승하기 때문에 건물주들도 스타벅스를 유치하려고 애쓴다는 얘기도 들린다. 


 스타벅스가 이렇게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소비자들의 높은 충성도를 끌어낼 수 있는 동력은 일차적으로는 첨단 영업전략에 있다. 


스타벅스는 단순히 커피 전문점이 아니라 빅데이터 기업이다. 


스타벅스는 자체 개발한 앱으로 소비 성향을 분석한다. 날씨별, 요일별, 시간대별, 지역별로 소비자들이 어떤 종류의 음료를 선호하는지 분석할 뿐만 아니라, 개인 맞춤형 서비스도 제공한다. 


개인 소비자가 평소 어떤 시간대 어떤 음료를 주문하는지 분석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활용해 평소 시도하지 않던 음료나 새로 출시된 음료 중에 그 사람이 좋아할 만한 음료를 추천한다. 


쿠폰을 통해 제공되는 무료 음료는 신제품 개발의 시험대로서 기능한다. 스타벅스는 브랜드의 현지화에도 성공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매장별로 독자적인 인테리어를 갖추고 있으며, 도시의 고유 이미지에 맞추어 특성화한다. 


중국 베이징이나 한국 경주에는 전통건축 양식의 매장이 차려지고, 그 도시 이미지를 담고 있는 머그컵이나 텀블러도 판매된다. 


스타벅스의 브랜드 파워 구축에는 영업 외적 전략도 크게 작용한다. 


스타벅스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나 사회적 가치 실현을 추구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만드는 데도 성공했다. 


판매하고 남은 음료나 음식을 굶주리는 사람들에게 기부하는가 하면, 환경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매장 내에서 마시는 커피는 플라스틱 컵 대신 머그컵을 사용하고, 빨대도 플라스틱이 아닌 종이 재질을 사용하는 문화를 창출했다. 


지난달 스타벅스는 소셜미디어 광고를 일시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혐오표현이 퍼지는 것을 멈추게 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소셜 플랫폼상의 모든 광고를 중단하고 미디어 협력사 및 시민단체와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이런 행동을 취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스타벅스 외에도 최근 많은 기업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광고 중단을 선언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코카콜라, 펩시, 노스페이스, 아디다스, 던킨도넛, 리복, 리바이스, 폭스바겐을 비롯해 900개 넘는 기업이 동참했다. 이 중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외하면, 스타벅스가 페이스북에 집행하는 광고가 연간 한화 1000억원가량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스타벅스 같은 기업이 페이스북에 광고 집행 중단을 발표한 것은 페이스북이 사회적 책임을 최소한의 수준도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급속한 성장을 일궈내던 초기 시절 페이스북은 혁신의 아이콘처럼 여겨졌다. 마크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으로 ‘글로벌 공동체’를 만들겠다고 말했을 때, 사람들은 박수를 보냈다. 페이스북은 미국이나 유럽뿐 아니라 동남아시아에서도 각광받았다. 


베트남 사람들은 페이스북 메신저를 우리가 카카오톡 사용하는 것만큼이나 애용한다. 인터넷 사이트가 발달하지 않은 캄보디아에서는 '‘인터넷 한다’는 말은 곧 ‘페이스북을 한다’는 뜻이다. 


기술이나 산업 측면에서 빼어난 모습을 보였을지 몰라도, 요 몇 년간 페이스북은 많은 사람들에게 실망을 안겨줬다. 페이스북은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유행했던 ‘가짜뉴스’가 가장 많이 유통됐던 플랫폼이다. 


어떤 경로인지는 몰라도, 페이스북에 등록된 개인정보도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라는 정치 컨설팅 회사에 대량 유출됐다. 


2017년 미얀마에서 벌어진 로힝야 학살은 페이스북상의 정보가 사태를 키웠다. 2019년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은 페이스북으로 실시간 방송됐다. 그리고 올해 미국에서 경찰관에 목이 눌려 숨진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계기로 벌어지는 인종 간에 적대적 혐오표현이 페이스북을 통해 전파되고 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페이스북의 대응은 이중적이었다. 팩트를 담고 있는 저널리즘이 통하고 가짜뉴스가 걸리지는 플랫폼이 되겠다고 공언했지만, 페이스북이 실제로 한 일은 뉴스가 전체적으로 노출되지 않도록 알고리즘을 바꾸는 미봉책에 불과했다. 


페이스북은 극단적인 주장이나 음모이론을 펼치는 사이트도 ‘신뢰할 수 있는’ 뉴스 사이트라거나 ‘팩트체크’ 협력사라는 라벨을 붙여준다. 


페이스북은 약속과 다르게 거의 관리를 하지 않으면서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는 자세를 취했다. 이를 보다 못해 스타벅스를 비롯해 많은 기업이 광고를 보이콧하면서 페이스북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 기업들이 보이콧하더라도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페이스북의 광고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영업적인 측면에서는 미미할지 몰라도 페이스북이 입게 될 브랜드 신뢰도는 치명적일 수 있다. 


브랜드 파워는 영리하고 치밀한 영업전략 이외에도 공적인 측면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이 스타벅스와 페이스북이 다른 점이다.


<김선호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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