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MZ세대를 말하다

MZ세대를 말하다-재테크에 뛰어드는 MZ세대

입력 2020. 07. 28   11:29
업데이트 2020. 07. 29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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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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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온리 리브 원스(You Only Live Once).’ 이 문장 네 단어의 앞 철자를 딴 ‘YOLO’, 곧 ‘욜로’라는 단어가 얼마 전까지 크게 유행했다. ‘인생 한 번뿐인데’ 마음껏 즐기라며 소비를 부추기는 용도로 많이 쓰였다. 


그 타깃은 주로 젊은 MZ세대들이었다. 소비의 최전선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는 신용카드 업계에서는 아예 ‘YOLO’라는 단어를 새긴 카드들이 넘쳐났다. 빚까지 내면서 현재의 쾌락을 추구한다고 MZ세대의 욜로 행각에 혀를 끌끌 차는 어른들이 많았다. 소비에 바빠서 금융에 관심도 떨어졌고, 미래를 위한 저축이나 보험은 MZ세대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1년 전인 2019년 8월 보험연구원에서 발표한 ‘밀레니얼 세대의 보험 가입’이란 보고서를 보면, 2018년 밀레니얼 세대인 30대의 생명보험 가입률은 77.3%로, 그보다 10년 전인 2008년의 86.7%에 견주면 거의 10%포인트 떨어졌다. 그런 MZ세대가 달라졌다. 주식시장에서 기관투자가에 비해 투자금액 규모는 작지만 숫자가 많은 개인을 ‘개미’라고 부른다. 


올해 코로나19 국면에서는 개미란 단어 앞에 ‘동학’이 붙었다. 외세에 저항했던 민중 속에서 발흥한 토착 종교인 동학처럼, 코로나19의 불확실하고 불안한 상황에서 가지고 있던 주식을 매도해버리는 대형 외국 기업들을 비롯한 국내외 기관들에 개미 투자자들이 맞서서 매수한 데서 이름이 붙여졌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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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동안 외국인과 기관이 40조 원어치 주식을 순매도, 곧 판 데 반해 개인, 곧 동학개미들은 39조 원 가까이 주식을 사들이는 순매수를 했다고 한다. 이들 동학개미의 주축으로 가세한 게 바로 MZ세대였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최근 6개월 사용됐던 잔고 10만 원 이상의 주식 계좌’를 뜻하는 주식 활동 계좌가 올해 4월 말 3125만 개가 됐는데, 그중 6.5%인 190만 개가 올해 새로 만든 것이었다. 


그리고 20~30대 투자자 비중이 50%를 넘어섰다고 했으니, MZ세대가 금융시장의 주역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임장데이트로 초품아 모하에 갔어. 그런데 몸테크를 해야 할까봐.” 누군가 지난 주말 얘기를 이렇게 했다. 


대체 무슨 뜻일까. ‘임장데이트’는 주로 결혼을 앞둔 커플이 투자하거나 살 목적으로 실제 부동산 현장을 데이트 장소로 삼아 둘러본다는 의미에서 나온 말이다. ‘초품아’와 ‘모하’는 MZ세대가 잘 쓰는 줄임말들로 ‘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와 ‘모델하우스’를 말한다. 오래돼 불편한 동네지만 재건축을 노리고 직접 들어가서 살며 몸으로 견딘다는 의미로 ‘몸테크’가 나왔다. 이런 신조어들이 들어간 대화가 낯설지 않을 정도로 부동산에 뛰어든 MZ세대가 많아졌다고 한다. 


이전 같으면 살 곳으로만 관심이 있었으나, 최고의 투자 상품으로 부자의 꿈을 실현시킬 상품으로 부동산을 보는 이들이 많아졌다.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인 갭(gap)을 이용해 집을 사고팔아 수익을 올리는 것을 갭투자라고 한다. 


보통 전세를 끼고 적은 초기투자금으로 집을 산 뒤 집값이 오르면 집을 팔아 시세차익을 얻는 식이다. 그런데 2019년 국토교통부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20대 주택 구매자 2명 중 1명, 30대는 3명 중 1명이 갭투자자였다. 


역시 국토부가 국회에 제출한 올해 1~4월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 내 3억 원 이상 아파트의 ‘입주계획서’는 매수 목적을 ‘임대 계획’으로 신고한 이들을 갭투자자로 추정한다. 그렇게 추정한 갭투자자가 2만1096명으로 전년 동기의 9386명 대비 두 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MZ세대의 갭투자는 평균 증가세를 상회한다. 


 20대 갭투자자가 지난해 초 416명에서 올해 초 1199명으로 3배 가까이, 30대는 2327명에서 6297명으로 두 배 훨씬 이상으로 증가했다. 물론 갭투자자로 분류된 이들 중에 특히 MZ세대에서는 실수요자들도 꽤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실수요자라고 하더라도 장기적 수익을 고려하는 비중이 커졌다. 부동산은 투자 금액이 다른 대상에 비해 크고, 그래서 위험성도 높다. 큰 것 한 방을 노리는 투자의 역사야 오래됐다. 부동산과 관련해서는 남이 하면 투기고, 자신이 하면 투자라고 한다. 그렇게 크게 지르는 이들도 있지만, 작은 데서 절약해서 생기는 자잘한 돈을 가지고 하는 ‘짠테크’는 이미 이 용어를 쓴 저축상품들이 다수 나와 있을 정도로 보편적인 투자 형태로 자리 잡았다. 


 이들 상품이 주로 MZ세대를 겨냥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재테크에 MZ세대가 이전과 대비하여 더욱 적극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시대를 떠나 공통적인 경제 형편을 떠나 MZ세대의 특성과 트렌드 측면에서 두드러진 부분을 짚어보았다. #새로운_건_해봐야지 금융부문에서도 상품이나 거래 형태 등에서 새로운 것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그런 것들을 가장 먼저 발견하고 시도해보는 소위 ‘얼리어답터(early adopter)’의 주류가 바로 2030, MZ세대다. 개인 간 거래(P2P), 가상 암호화폐 등에 앞장선 이들이다. 신상을 좋아하고 먼저 시도하는 특성이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스스로_배우고_익힌다 주식 판세를 읽어주며 투자를 이끌어준다는 ‘리딩방’이라는 이름의 오픈채팅방에 더해, 아주 기초용어부터 알려주는 유튜버들도 등장하여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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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하며 스스로 깨우치고 자란 세대답게 배움의 길을 찾아서 ‘주린이(주식 어린이)’나 ‘부린이(부동산 어린이)’로 접어들고 바로 성장을 도모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검증되지 않은 정보나 방식에 이끌려 좌절하는 경우도 매우 많기는 하다. #각자도생의_운명 한국에서 부자가 되는 걸 자기계발의 목표로 직설적으로 내놓고 대히트를 한 책으로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라는 책을 든다. 


그 책이 나온 1997년만 해도 조언을 구하며 의지할 어른이 있었다. 지금의 MZ세대 절대다수는 혼자 서야만 한다는 냉혹한 현실에 어릴 때부터 노출되었다. 특히 부모의 자산이 그대로 넘어올 수 없다는 운명을 자각하고 있다. #놀면_뭐하니 주식 리딩방을 오래 운영한 한 리더는 코로나19 전보다 리딩방 회원이 10~15% 증가했다고 한다. 


그를 포함한 리딩방 리더들은 회원들의 최소 절반 이상을 20대나 30대라고 추정했다. 외부 활동이 제한된 집콕 상태에서 시간을 보내는 방식 중 하나가 된 것이기도 하다. 스마트폰이라는 기기와 그를 활용할 수 있는 방식과 제품들도 계속 등장했다. #이것도_게임 많은 것들을 게임으로 즐기며 커온 세대이다. 바로 실현되지 않고 화면으로 오가는 돈들은 마치 온라인 게임 같은 느낌이다. 


리딩방에 함께 모인 회원들을 게임의 부족처럼 여긴다. 무엇보다 이미 이 게임에 발을 들여놓았다. 바로 빠질 수 없다. 현재의 세상에서 돈을 떠나 살 수 없다. 가정이라는 전통적 안전망도 역할이 사라지고 있다. 돈이 목적이 되어서 사람을 지배하게 해서는 안 된다. 그런 면에서 게임처럼 놀이의 하나로, 새로운 것의 실험으로 투자 활동을 하는 일부 MZ세대의 모습이 차라리 희망적으로 보인다. <박재항 대학내일 20대연구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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