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MZ세대를 말하다

따라 부르고 함께 춤추고… 놀이가 된 챌린지

입력 2020. 07. 21   16:16
업데이트 2020. 07. 2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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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진화하는 챌린지 놀이


미국 루게릭 환자 기부 프로그램 ‘아이스버킷 챌린지’ 전 세계 인기
‘아무노래 챌린지’ 인기몰이…코로나 의료진 감사 ‘덕분에 챌린지’로 이어져
훈련·교육·업무도 게임처럼… MZ세대 프로그램 필수로 떠올라 

 


세 명의 슈퍼스타를 모아서 연예 세상을 쓸어버리겠다는 그룹 ‘싹쓰리’가 지난 18일 타이틀곡인 ‘다시 여기 바닷가’의 음원을 공개하면서 안무의 일부를 따라 하도록 유도하는 ‘다시여기바닷가 챌린지’를 시작했다. 이제 신곡을 발표하면서 보통 후렴구처럼 반복해서 불려지는 노래의 일부와 특이한 댄스 부분을 따라 하도록 유도하는 마케팅 시도가 ‘챌린지’란 이름 아래 행해지는 게 거의 필수처럼 자리 잡았다. ‘챌린지’라고 하면 바로 따라 부르고, 함께 춤추는 동작을 연상한다. 그런데 우리말로 보통 ‘도전’이라고 번역되는 이 ‘챌린지(challenge)’라는 단어가 다수 사람들이 참여하며 벌어지는 약간의 도전적인 행위라는 뜻으로 알려진 시작은 좀 달랐다.

1대 1의 라이벌 구도를 오랫동안 형성하며 싸워온 제품의 대표가 콜라다. 만년 2위 펩시가 1970년대에 시작해 전 세계적으로 선풍을 일으킨 행사를 시작했으니, 그 이름이 바로 ‘펩시 챌린지’였다. 눈을 가리고 각기 다른 컵에 든 콜라를 마신 뒤 더 맛이 좋은 걸 선택하는 방식이었다. 당연히 펩시콜라를 뽑은 참가자가 훨씬 많았다. 펩시콜라가 코카콜라의 아성에 도전한다는 뜻과 함께, 더 맛있는 콜라를 직접 선정한다는 의미도 담은 ‘챌린지’였다. 펩시의 도전에 당황한 코카콜라는 최악의 마케팅 사고로 꼽히는, 맛을 변화시킨 ‘뉴코크’를 냈다.

펩시 챌린지는 세계 마케팅 역사에 길이 남을 사건이기는 하지만, MZ세대가 태어나기도 전인 1970년대가 무대였다. 디지털과 연결되면서 MZ세대에게 익숙한 챌린지라면 2014년에 전 세계를 얼음물로 뜨겁게 달군 ‘아이스버킷 챌린지’를 들어야 할 것 같다. 1920~1930년대 미국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의 슈퍼스타인 루 게릭이 걸린 걸로 유명해서, 보통 ‘루게릭 병’이라고 하는 근위축성 측색경화증 환자들을 위한 기부 프로그램이었다.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인증 동영상을 SNS에 올리고, 다른 세 사람을 지목했다. 그러면 지목된 사람들도 24시간 이내에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영상을 올리거나 100달러를 루게릭병 환자들을 위해 기부하는 방식이었다. 대부분 물도 뒤집어쓰고 돈도 기부했다. 스스로 행위를 하고, 이어서 할 사람들을 지목하고, SNS에 영상을 올린다는 이어질 챌린지들의 기본적인 요소들이 완성됐다.

아이스버킷 챌린지의 동영상이 주로 올라오는 SNS는 페이스북이었다. 그런데 아예 챌린지식 동영상에 특화해 만든 듯한 SNS 플랫폼이 왔다. 15초에서 길어야 1분 정도의 동영상을 제작하고 공유할 수 있는 틱톡이 2016년에 나왔고, 한국에서는 2017년 11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틱톡에서는 기업이나 단체와 협력해 챌린지들을 줄지어 내놓았다.

특히 2018년에 한글날을 기념해 국립한글박물관과 #한글을꽃피우다 챌린지를 해서 1700만 건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그 여세를 타고 다음 해에는 국립국어원과 #와글와글우리말퀴즈 챌린지를 진행했다. 그리고 2019년 11월 가수 겸 프로듀서의 신곡이 ‘FEVER 챌린지’라는 이름으로 진행돼, 후렴구가 효과음으로 나오는 온도계 스티커를 영상에 적용하고 춤을 따라 하는 동영상을 틱톡에 올리게 했다. 노래와 춤동작을 가지고 하는 챌린지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았다.

뭐라고 해도 지금 쓰이는 의미와 형식의 챌린지를 대중적으로 만든 건 올해 상반기 최고의 히트 놀이라고 할 수 있는 가수 지코의 ‘아무노래 챌린지’였다. 올해 1월 13일 틱톡에서 공개되며 일주일 만에 참여 동영상 5만 개가 올라오는 돌풍을 일으켰다. #anysongchallenge 관련 영상 조회 수는 1월이 가기 전에 1억을 돌파했다. ‘아무노래 챌린지’가 MZ세대의 놀이로 인기몰이한 요인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MZ세대를대변하는노랫말


‘왜들 그리 다운돼 있어’ ‘분위기 겁나 싸해’ ‘아무래도 리프레시가 시급한 듯’ 등등의 가사로 학업, 취업에 미래에 대한 고민까지 겹겹이 안고 사는 MZ세대의 현재를 표현하면서 조금이라도 해소할 방법을 ‘급한 대로 블루투스 켜’ ‘ 아무 노래나 일단 틀어’ ‘아무렇게나 춤춰’ ‘외부인은 요령껏 차단’ 등등의 가사 구절들로 와중에 좀 신나게 스트레스 던지며 보낼 방법을 세세하게 제시한다.


#쉽게_내방식대로


작년의 ‘FEVER 챌린지’에서 보인 것과 같은 스티커를 적용하라는 식의 조건이 없고, 안무도 비교적 단순한 편이다. 그저 따라 하기만 하면 된다. 잘 맞추면 맞는 대로 아니면 아닌 대로 재미있다. 자신의 방식으로 살짝 변화를 줄 수도 있다. 처음 영상을 선보이면서 4명의 유명인과 함께 챌린지를 했는데, 그게 참여자들에게 꼭 똑같이 아니더라도 자기의 방식을 펼쳐도 되겠다는 자신감을 주는 효과를 냈다. MZ세대가 추구하는 쉽게 함께 하면서도 마이사이더로 할 수 있는 방식이다.


#트렌디한_핵인싸들_등장


지코부터 시작해 처음 동영상에 등장했던 인물들 하나하나가 자신의 분야에서 아주 트렌디한 인물로 꼽히는 이들이었다. 이어서 바로 싹쓰리의 멤버 중 하나와 대표적인 걸그룹들이 자발적으로 챌린지에 참여한 영상을 올렸다. 자신도 빨리 동영상을 올려 챌린지에 동참하면 트렌디한 인물이 되는 것과 같은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트렌드에 민감한 MZ세대에게는 필수 아이템이 됐다.


#구속_속의_자유

바로 위의 요인들로, 나오면서부터 폭풍을 몰고 온 ‘아무노래 챌린지’는 코로나19로 날개를 달았다. 활동 공간이 제한된 상황에서 자기 한 몸 움직일 수 있는 공간만 있으면 가능하고, 몇 번이고 하고 싶은 대로 시도하는 자유가 있었다. 당연히 구속되기를 싫어하고, 제한된 상태에서도 나름의 자유 공간과 시간을 만들어 노는 MZ세대의 성향과 맞아떨어졌다. 그리고 비슷한 챌린지들이 봇물을 이루며 나타났다.

‘아무노래 챌린지’와는 다른 각도에서 지금도 이어지는 챌린지가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시작한, 코로나19로부터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의료현장에서 힘쓰는 의료진에게 존경의 마음과 감사 인사를 전하는 인스타그램 ‘덕분에 챌린지’이다. 개인 SNS(인스타그램)에 #덕분에캠페인 #덕분에챌린지 #의료진덕분에 #thankstochallenge 해시태그와 함께 국민은 의료진에게 수어로 ‘존경합니다’라는 표현을, 의료진은 국민에게 ‘감사합니다, 자부심을 느낍니다’라는 표현을 하는 동작 사진을 업로드하는 방식이다.

‘덕분에 챌린지’도 초반 대통령을 비롯한 유명인들이 참여했고, 동작 자체가 쉬웠으며, 타국 대비 한국의 월등한 코로나19 대처 경쟁력과 헌신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급속한 확산이 이루어졌다. 진행 과정에서 기업이나 단체의 구성원들이 함께 동작 사진이나 영상을 찍어 올리고, 다음 기업이나 단체를 지목하는 형식이었다. 개인들도 아이스 버킷처럼 다음 차례 세 명을 지목했다. 챌린지의 확산과 지속에는 확실히 공헌했으나, MZ세대의 시각에서는 트렌디한 성격을 잃는 결과도 가져왔다.

도전은 청춘의 특권이라고도 한다. 다양한 부문에서의 도전은 MZ세대를 중심으로 계속 개발되고, 그 자체로 변형되며 챌린저라 불리는 하나의 놀이로 계속될 것이다. 훈련이나 교육, 업무를 게임처럼 꾸미는 게임화(gamification) 역시 챌린지의 일종으로, MZ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에서는 꼭 고려해야 할 트렌드다.  <박재항 대학내일 20대연구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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