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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리베로처럼… 적을 찌르고 아군 지킨다

입력 2020. 07. 16   14:50
업데이트 2020. 07. 16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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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리그 오브 레전드’의 포지션 2- 정글러


레벨업 늦고 아이템 부실하지만
정보·기동력으로 게임 승패 좌우
빠른 손놀림과 두뇌회전 요구
정글러 활약으로 전략게임 완성 

 

정보전과 기동전의 중심에 자리하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정글러는 대전략의 최전선에서 맵 전체를 아우르는 포지션이다.   ‘리 신’   필자 제공
정보전과 기동전의 중심에 자리하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정글러는 대전략의 최전선에서 맵 전체를 아우르는 포지션이다. ‘리 신’ 필자 제공
정보전과 기동전의 중심에 자리하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정글러는 대전략의 최전선에서 맵 전체를 아우르는 포지션이다.  ‘그레이브즈’.  필자 제공
정보전과 기동전의 중심에 자리하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정글러는 대전략의 최전선에서 맵 전체를 아우르는 포지션이다. ‘그레이브즈’. 필자 제공
정보전과 기동전의 중심에 자리하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정글러는 대전략의 최전선에서 맵 전체를 아우르는 포지션이다.  ‘신 짜오’.  필자 제공
정보전과 기동전의 중심에 자리하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정글러는 대전략의 최전선에서 맵 전체를 아우르는 포지션이다. ‘신 짜오’. 필자 제공

‘리그 오브 레전드’에는 총 3개의 공격로, 라인이 있다. 탑, 미드, 바텀이라고 불리는 세 공격로는 게임의 승리를 위해 아군 미니언들이 진격하는 길이지만, 동시에 적 미니언을 잡아 골드와 경험치를 얻어 플레이어의 챔피언을 강화시키는 길이기도 하다. 라인을 오래 비울수록 적보다 적은 골드와 경험치를 얻기 때문에 경기를 관전하다 보면 ‘빠른 라인 복귀’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하지만 5명의 팀 플레이어 중에는 아예 라인에 서지 않는 선수도 있다. 라인은 세 개인데 참가하는 플레이어는 5명. 3명이 각각 라인에 서고 한 명이 서포터를 맡는 기본적인 진형 속에서 마치 축구의 리베로처럼 라인과 라인 사이를 누비는 포지션이 존재한다. 상대적으로 레벨업도 늦고 아이템도 부실하지만 정작 경기의 승패를 가르는 데 있어서 가장 높은 공헌도를 가지고 있는, ‘정글러’다.


적에게 기습을 가하는 ‘갱킹’

정글러의 서식처는 이름 그대로 ‘정글’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정글은 3개 라인 사이에 있는 어두컴컴한 수풀 속을 가리킨다. 라인에서처럼 적의 기습으로부터 나를 지켜주는 강력한 포탑도 없고, 줄줄이 몰려와 경험치와 골드를 정기적으로 상납하는 적 미니언도 없다. 정글러에게 없는 것 중에 가장 갑갑한 것은 상대방이다. 늘 눈앞에서 적과 마주 보고 있는 라인과 달리, 정글은 적 정글러의 위치를 알 수 없는 상태이기에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를 기습은 정글러의 목을 죄는 중요한 요소다.

정글 곳곳에 있는 중립 몬스터를 사냥해 골드와 경험치를 얻긴 하지만 라인에 비해 크게 부족한지라 게임 중반부터 정글러는 라인 챔피언에 비해 레벨과 아이템 면에서 뒤처지기 시작한다. 느린 성장으로 인해 공격력도 갈수록 변변찮아지고 상대적으로 강해진 적 라인 캐릭터의 공격은 한 발 한 발이 아프게 들어온다. 하지만 정글러의 영향력은 오히려 중반으로 갈수록 게임 전체를 아우르기 시작한다. 마땅한 고정 서식처가 없기에 정글러의 기반은 도리어 맵 전체로 확장되기 때문이다.

어둠 속에서 이동 경로를 감추며 잠행하던 정글러가 노리는 것은 적 라인 챔피언의 가장 취약한 순간이다. 상대 챔피언만을 상대하며 1대 1로 대결하다 승기를 잡아 도망치는 적을 뒤쫓아 상대팀의 포탑 안쪽까지 추격하다 보면 이런 상황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적 정글러라는 복병이 튀어나온다. 1대 1에서 순식간에 1대 2로 상황이 역전되면서 전광판에는 나의 킬(KILL)이 뜨고 마는 경우가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수시로 일어난다.

예상치 못한 동선을 통해 라인에 기습을 가하는 정글러의 행위를 ‘갱킹’이라고 부른다. 적절한 타이밍의 갱킹은 팽팽한 라인에서의 승부를 급격하게 기울이는 게임에서 매우 중요한 전략적 포인트가 된다. 초반에 약하지만 후반에 강해지는 아군 캐릭터가 초반에 강한 적 챔피언과 라인을 맞서 설 경우, 지속적인 초반 압박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해 주며 아군 라이너를 안정적인 성장으로 이끌어주는 것이 정글러의 갱킹이다. 약하다고 노려 들어오다가 역으로 킬을 헌납하는 상황을 통해 정글러는 아군 세 라인의 안정성을 도모하고 성장세를 키워내며 게임 초중반의 대전략을 사실상 떠맡는 수준의 중요도를 가져간다.


적 위치 파악·의사결정 속도 등 중요

대전략의 수행자로서 정글러의 의미가 크기 때문에 정글 포지션은 빠른 손놀림과 같은 피지컬 측면 이상으로 전략적 두뇌 회전을 크게 요구한다. 게임에 정글러는 나 혼자가 아니라 적 정글러를 포함해 두 명이기 때문이다.

적 정글러 또한 전략적인 움직임을 보이기 때문에 양 팀 정글러는 각 상황에 맞춰 재빠르게 손익을 계산해야 한다. 내가 탑 라인에 갱킹을 들어가려고 할 때, 적 정글러는 같이 탑 라인에 개입해 2대 1을 2대 2의 대등함으로 맞추거나 혹은 미드, 바텀 등 다른 라인에 개입하며 손익을 제로섬 게임으로 만드는 선택을 할 수 있다. 양 팀 정글러의 움직임에 따라 빠르게 변화하는 전장의 양상에서 쌓이는 조그만 이익과 손해가 게임이 진행되며 조금씩 쌓여 나가고, 어느 순간부터는 돌이킬 수 없는 차이로 나타난다.

이 미세한 차이를 위해 정글러들이 신경 쓰는 것은 가장 먼저 적 정글러의 위치와 상황이다. 라이너에 비해 동선이 보이지 않고, 머무르는 위치도 유격에 가깝게 다양하므로 정글러는 적 정글러가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계산하고 생각하며 움직인다. 이 과정은 게임 전체에 크게 영향을 주기 때문에 각 라이너도 적 정글러를 발견할 경우 바로 팀원들에게 위치를 공유한다. 이렇게 수집된 정보로 적 정글러의 의도를 알아낸다면, 그에 맞춘 카운터 전략을 구상하고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적의 위치를 파악한 다음 필요한 것은 기동력이다. 기동력은 크게 두 가지인데, 의사결정 속도와 이동속도다. 미드 라인의 갱킹을 위해 풀숲에 숨어 상황을 기다리고 있을 때, 적이 좀처럼 아군 진영으로 나오지 않고 수비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정글러는 빠르게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여기서 더 기다려볼 것인가, 아니면 다른 라인 혹은 중립 몬스터로 향할 것인가를 머뭇거리다간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을 부른다. 미드 라인 하나만 보고 기다리는 동안 적 정글러가 아군 여러 라인을 계속 두드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의사결정이 이루어졌다면 최대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탑 라인에서 바텀 라인까지의 이동 거리는 생각보다 길고, 설령 적의 동선을 파악했다 하더라도 스타트가 늦으면 이미 아군 진영이 탈탈 털린 폐허만을 보게 될 가능성도 크다. 상황에 따라서는 차라리 가지 않는 것이 되레 이득인 상황도 적지 않아 정글러는 자신의 챔피언을 어디에 위치시키느냐만으로도 게임의 승부에 영향을 주는 포지션이다.


게임 향방 모르겠다면 정글러를 주목하라

군사전략의 기동전과 정보전을 방불케 하는 정글러의 움직임은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에서 기동만으로도 충분히 전략적인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경기 관전에서 게임의 흐름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면, 가장 쉬운 방법은 양 팀의 정글러가 각각 무엇을 하고 있는지만 살펴도 대강의 윤곽이 보일 정도로 정글러의 존재감은 승패의 무게추에 가깝다. 단지 캐릭터 하나가 강력하고 약하고의 문제를 떠나 ‘리그 오브 레전드’가 전략 게임으로 완성되는 지점은 바로 정글러라는 존재의 활약 때문이다.  <이경혁 게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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