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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우직하고 때로는 무모한… 고독한 탑 라이너들의 진검승부

입력 2020. 07. 09   15:28
업데이트 2020. 07. 09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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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리그 오브 레전드’의 포지션 1- 탑(TOP)


미니맵상 왼쪽 위 공격로에 위치
전략적으로 외진 자리지만 긴장감 높아
초창기 주로 솔로잉 강한 챔피언 채택
시즌 4-5부터 순간이동 기술 큰 영향력 

 


현존하는 e스포츠 중 최고 인기를 자랑하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주요 전장인 ‘소환사의 협곡’은 총 3개의 공격로와 각 공격로 사이의 정글로 구성되어 있고, 그 속에서 다섯 명의 선수가 한 팀을 이루어 싸운다.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는 오랜 격전 속에 쌓인 데이터는 전략의 틀을 형성하여 시즌마다 패치로 변화하는 흐름을 따라 움직이고 있다.

여름 시즌을 맞아 5주간 ‘리그 오브 레전드’의 포지션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각 포지션의 의미와 역사를 살펴봄으로써 실전 e스포츠 리그를 관전할 때도 해설자가 설명해 주는 각 행동의 의미와 그 결과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 첫 시간은 순서상의 고유명사로 자리하고 있는 외로운 포지션, 탑(TOP) 포지션이다.


고독한 ‘탑 솔러’들의 진검승부를 볼 수 있는 곳

미니맵상 왼쪽 위 공격로상에 위치하는 탑 포지션은 전략적으로 매우 외진 자리에 속한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경기 초반 라인전에서 주요한 변수가 되는 드래곤의 위치가 미드-봇 사이인 우측 하단이기 때문이다. 라인전에서 얻은 이득을 통해 적보다 우세한 상황이 드래곤 주변에서 만들어지면 바로 드래곤 오브젝트를 가져갈 수 있게 하기 위해선 드래곤에 가까운 라인들인 미드, 봇에 인력이 집중하여 배치된다.

그래서 초반 오브젝트인 드래곤에서 가장 먼 위치인 탑 자리는 말 그대로 경험치 수급과 기본적인 라인관리 수준 이상으로 초중반의 주요 흐름에 변수를 만들지 못하는 위치가 된다. 정글러나 미드가 탑까지 올라가서 적 탑 플레이어를 잡아낸다 해도 다른 라인에 비해 얻는 이득이 크지 않다. 이는 상대 팀도 마찬가지인지라, 먹을 것 없는 탑 라인은 보통 두 선수가 고독하게 맞대결하는 자리로 인식된다.

그러나 실제 e스포츠 경기를 보면 오히려 주요 장면들이 탑에서 나오는 걸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양 팀 모두 가진 자원이 같고 각 라인의 중요도를 똑같이 보기 때문에 결국은 탑에서 얻는 이득이 작다고 해도 그나마 손쉬운 상황이 나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다른 라인에서의 견제가 쉽지 않다면 탑 라인의 작은 이득도 크게 스노볼(작은 이득이 눈덩이처럼 굴러 커지는 것)을 굴려 전장의 변수로 만들 수 있어서 탑 라인 역시 긴장감이 절대 빠지지 않는, 아니 오히려 그렇기에 더욱 큰 의미가 되기도 하는 자리가 된다.


순간이동으로 새로운 전장의 변수가 되다


e스포츠 초창기의 탑 라인은 상대적으로 변수가 작다는 점 때문에 주로 솔로잉에 강한 챔피언들이 채택되었다. 주로 체력과 방어력이 튼튼해 중후반 팀파이트에서 최전방 탱커를 맡을 수 있는 챔피언들이 주종을 이뤘다. 이 또한 5명의 팀 구성에서 상대적인 이유였는데, 미드 라이너는 강력한 화력의 캐릭터를 세우고 봇 라인에는 원거리 딜러와 이를 보조하는 서포터를 세우는 과정에서 사실상 체력과 방어력 중심의 챔피언이 설 자리가 탑과 정글 말고 나오지 않았었다. 그러나 정글러는 상대적으로 성장이 느려 온전한 탱커보다는 측후방을 기습하는 브루저(근접전을 버틸 수 있는 최소한의 체력을 갖되 방어보다는 공격에 치중되는 캐릭터) 중심으로 구성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시즌마다 변화하는 패치와 그에 따른 전략은 탑 포지션에 오는 캐릭터들의 의미도 고정하지 않았다. 쉔, 마오카이처럼 온전하게 방어에 치중하는 챔피언들의 시대가 있는가 하면 레넥톤, 쉬바나처럼 튼튼하되 적을 먼저 물고 늘어지면서 아군의 팀파이트를 개시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이니시에이터 역할의 챔피언들이 득세하던 시대가 있었다. 다소 변방이라는 위치를 활용해 조용히 성장하면서 초반엔 약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강력해지는 나서스, 잭스 같은 왕귀(왕의 귀환)형 챔피언들이 주류를 이루기도 했고, 아예 역발상으로 미드라인에 설 법한 마법형 챔피언을 세워 적을 압살하는 노력도 있었다.

전략이 점점 발전하면서 탑 라이너의 영향력도 변화했다. 특히 시즌 4-5 즈음부터 고착화되기 시작한 탑 라이너의 소환사 주문인 순간이동 기술 장착이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챔피언마다 두 개씩을 들 수 있는 소환사 주문은 적의 기습을 회피하기 위한 점멸 기술을 필수로 하나 들고 나머지 하나를 추가 피해를 입히는 점화를 드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순간이동 기술은 라인전에서의 공격력은 없지만 가장 먼 봇 라인까지도 4초 만에 이동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었고, 이를 통해 빠르게 드래곤 이득을 볼 수 있는 상황에 머릿수 하나를 추가하는 전략이 빛을 보면서 탑 라이너들은 라인전에서의 이득 대신 전략적 국면에서의 이득으로 목표를 전환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는 탑 라이너의 성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별다른 교전이 없으면 탑 라이너는 순간이동을 활용해 자기 라인으로 빠르게 복귀할 수 있게 되면서 경험치와 골드 획득도 상대적으로 빨라지며 전장 전체에서 가장 빠른 성장을 도모할 수 있게 되었다. 빠른 전장합류와 성장력이 확보되는 순간이동 기술을 활용한 전략구성은 탑 라이너의 역할을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꾸준한 성장과 빠른 합류라는 테마로 만들어냈다.


팀 사기의 선봉장, 탑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관전에서 탑 라인은 가장 영향력이 작고 별다른 변수가 일어나지 않는 곳이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거기서의 변화를 추구하는 많은 시도가 오가기도 한다. 프로게이머들의 대전은 특히 일정 수준 이상의 기량을 가진 선수들 간 대전인지라 균형이 쉽게 깨지지 않지만, 막상 그 균형이 한 번 깨지면 돌이킬 수 없는 수준의 차이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경기를 볼 때 만약 탑 라이너 둘끼리 영혼의 대결을 벌이고 있다면, 그 승패의 결과가 팀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주의해서 보는 재미가 있다. 때로는 우직하고 때로는 무모한 고독한 탑 라이너들의 승부가 갖는 의미는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에서 마치 ‘삼국지’의 선봉장들이 벌이는 일기토와 같은 개념으로 자리한다. 탑에서의 승부가 곧 아군의 기세인 것이다.  <이경혁 게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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