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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용 병영칼럼] 거리는 멀어도 마음은 가까이

입력 2020. 07. 09   17:17
업데이트 2020. 07. 09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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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관 용 이데일리 정치부 외교안보팀장
김 관 용 이데일리 정치부 외교안보팀장


필자는 국방부를 출입하는 언론사 기자다. 군인이나 군과 관련된 사람들을 주로 만난다. 이들과 함께 업무를 하기 때문에 이래저래 자주 얼굴을 본다. 취재에 필요한 내용뿐만 아니라 사는 얘기도 나눈다. 그러다 보면 나름 친분도 쌓인다.

하지만 임기를 마치고 다른 근무지로 옮겨간 이들과는 차츰 거리가 멀어진다. 헤어질 때는 ‘그래도 자주 보자’, ‘연락하고 지내자’고 아쉬워한다. 의례적인 인사가 아닌 그러겠노라고 다짐까지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함께 일할 때는 하루가 멀다 하고 통화를 했던 이들인데도 말이다.

지난달 문득 국방부에서 함께 지내던 한 장교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도 아쉽게 헤어졌던 사람 중 한 명이다.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부대 간담회에 초청하고 싶은데 괜찮냐는 전화였다. 그간 연락을 못한 미안함과 오랜만에 얼굴을 본다는 반가움이 교차했다. 업무상뿐만 아니라 사적으로도 참 많은 추억을 공유하고 있는 그다. 매일 얼굴을 보고, 일과 후에 함께 운동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었다.

2년6개월여 만에 그를 다시 만났다. 그런데도 마치 어제 만난 사람처럼 낯설지 않았다. 신기했다. 멀리 있지만 가까운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오랜만의 식사 자리였지만 지금도 함께 일하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땐 그랬지’ 하면서 정열과 낭만이 넘치던 때도 회상할 수 있었다.

함께 자리했던 이들은 두 사람이 많이 가까워 보인다며 친해지게 된 계기를 물었다. 서로의 생각은 달랐지만 말이 통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땀 흘리는 걸 좋아하는 비슷한 취미도 한몫했다. 자리를 나서면서 또다시 보자며 헤어짐을 아쉬워했다.

코로나19 생활방역 5대 수칙의 마지막은 ‘거리는 멀어져도 마음은 가까이’다. 언뜻 보면 참 생뚱맞다고 생각할 수 있다. △아프면 3~4일 집에서 쉬기 △사람과 사람 사이는 두 팔 간격 △손은 자주 씻고 기침은 소매로 가리기 △매일 2번 이상 환기하고 주기적으로 소독하기 등 다른 수칙들은 구체적이다. 그러나 이 마지막 수칙은 뭔가 다른 어색한 느낌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예전처럼 사람들을 만날 수도 없고 모임에 나가기도 꺼려지는 요즘이다. 혼자 있는 시간이 물론 필요하겠지만, 길어지면 우울해지기 마련이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혼밥’ ‘혼술’은 스스로를 초라하게 만든다. 지인들과 자주 연락하고 마음을 나눌 기회를 만드는 게 그만큼 중요해졌다. 거리 두기 속에서도 마음은 가까이하자는 얘기는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우리 사회를 더 건강하게 하는 방법일 수 있다.

하는 일이 달라지고 물리적 거리가 생기면서 멀어진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예전엔 가까웠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연락이 뜸해진 이들도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왠지 모를 정이 느껴지고 마음이 가는 그런 인연이 있다. 서로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는 멀지만 가까운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오랜만에 전화 한 번 걸어보자. 함께 했던 시간들을 곱씹다 보면 금세 행복해지고, 그 행복함이 지금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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