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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독식 시장에서는…어딘가 쓰러진 패자가 있다

입력 2020. 06. 30   16:07
업데이트 2020. 06. 30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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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경제(2): 소수 디지털 플랫폼이 지배하는 세상




네트워크 효과는 개인의 선택이 다른 이용자의 선택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발생한다. 카카오톡은 이를 잘 보여준다. 2010년 출시된 카카오톡의 가입자는 첫 6개월 동안 100만 명이었으나 이후 6개월 동안 1000만 명으로 급격히 늘었다. 무료인 데다 문자메시지를 무제한으로 보낼 수 있는 이점이 컸다. 지금은 한국에서 카카오톡은 90% 이상이 사용하는 전 국민 서비스로 발전했고, 세계적으로도 1억 명 이상이 사용한다.

이런 카카오톡도 위기를 맞이한 적이 있다. 2014년 카카오톡에 대한 사이버 검열 논란이 벌어지면서, 일부 이용자들이 카카오톡을 지우고 보안 성능이 더 우수하다고 알려진 텔레그램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사이버 망명’ 행렬이 늘어나자 텔레그램은 한국어판을 출시하는 등 조처를 했고 당시 텔레그램 애플리케이션(앱) 다운로드 세계 순위에서 한국이 1위였다. 텔레그램이 카카오톡을 제치고 국내 문자메시지 시장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텔레그램으로 망명했던 이용자 상당수가 다시 카카오톡으로 돌아왔다. 이유는 텔레그램 앱의 성능이 카카오톡보다 못해서가 아니다. 카카오톡으로 연결된 사람이 100명이었다면 텔레그램으로 연결할 수 있는 사람은 30명 정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나와 연결된 나머지 70명과 메시지를 주고받기 위해서는 그들이 텔레그램에 가입하든지 아니면 내가 다시 카카오톡으로 돌아가든지 해야 하는데 전자보다는 후자가 훨씬 쉬운 방법이었다. 그 이후 텔레그램은 ‘n번방’ 사건에서 보듯이 비밀스럽게 정보를 주고받는 일부 사람들만 이용하는 앱으로 전락했다.

네트워크 효과는 서비스의 품질이나 앱의 성능도 중요하지만 연결된 사람들의 숫자와 상호작용의 밀도가 클수록 잘 발휘된다. 대규모 네트워크가 한번 고착화되고 나면 더 나은 경쟁 서비스가 출현하더라도 쉽게 바뀌지 않는다. 오히려 그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것이 더 편리하고 효율적이므로 이용자는 계속 불어난다. 그만큼 같은 서비스 영역에서 경쟁자가 설 자리는 좁아지고, 네트워크 효과를 잘 활용한 소수의 플랫폼 기업이 시장을 자연적으로 독점하는 승자독식 구조가 만들어진다. 카카오톡은 국내 문자메시지 시장의 대명사가 됐지만, 세계 시장에서는 이용자가 20억 명에 달하는 왓츠앱이 선두자리를 차지한다. 중국을 제외하면 세계에서 검색은 구글, 소셜미디어는 페이스북, 동영상은 유튜브, 드라마와 영화는 넷플릭스가 지배한다. 미국에서는 아마존과 이베이가 온라인 쇼핑을 점령했다.

플랫폼 기업이 독점적으로 지배하는 시장의 영역은 경쟁기업이나 스타트업의 인수합병을 통해 더욱 확장된다. 구글은 검색으로 출발했지만, 유튜브를 인수하면서 세계 최대 동영상 기업으로 성장했다. 구글은 자동차 내비게이션 앱인 웨이즈도 사들였고, 이를 자회사인 자율주행 자동차 웨이모와 접목했다. 구글이 개발한 인공지능 의료진단 서비스는 90%의 정확도를 자랑한다.

페이스북은 세계 최대 메시지 서비스 왓츠앱과 사진 중심의 소셜미디어인 인스타그램을 소유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가상현실 기기 제조업체인 오큘러스 VR도 인수했다. 아마존은 도서판매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거의 모든 물건을 판매하는 최대 온라인 쇼핑몰이다. 아마존은 클라우드 서비스로도 유명하다. 수많은 종류의 제품을 취급하면서 쌓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기업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해 막대한 수익을 창출한다.

아마존은 최초 음성인식 스피커인 알렉사를 개발했다. 또한, 쓰러져 가던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해 신문도 발행한다. 워싱턴포스트는 아마존 덕택에 첨단 디지털 기술을 도입할 수 있었고, 자사의 콘텐츠운영시스템(CMS)을 다른 언론사에 판매해 수익을 올린다. 미국에서 탄생한 플랫폼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지배력을 높이는 가운데, 토종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의 활약상은 잘 알려져 있다. 이들 토종 플랫폼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겠지만, 유럽이나 다른 아시아 국가에는 이 정도 기술력을 갖춘 기업도 찾기 어렵다.

디지털 플랫폼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혜택을 주고 있다. 누구나 이메일이나 소셜미디어 계정을 만들어서 다른 사람과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데 이 모든 서비스가 무료다. 과거 해외에 있는 사람과 국제우편을 주고받는 데 한 달은 족히 걸렸고, 국제전화에는 많은 비용이 소요됐다. 인터넷 검색은 지식의 보고라 불렸던 브리태니커 사전보다 수만 배 많은 정보를 쉽게 찾아 준다. 동영상 플랫폼에는 흥미로운 콘텐츠가 너무 많아서 이를 시청하다 새벽에야 잠드는 사람도 적지 않다. 온라인 쇼핑은 발품을 팔지 않고도 물건을 가장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플랫폼 기업이 없었다면 코로나19를 겪는 우리의 삶은 무척이나 고단했으리라.

플랫폼 기업이 혜택만 주지는 않는다. 디지털 플랫폼은 네트워크 효과에 의해 자연적으로 시장을 독점하며, 이들의 독점적 지위로 인해 기성 기업이 파산하고 많은 사람이 실직하는 부정적 결과도 나타난다. 광고 시장만 놓고 보자. 2019년 구글의 광고 매출은 1348억 달러였다. 세계 전체 광고시장 규모가 5600억 달러인데, 구글이라는 한 개 기업이 4분의 1이나 차지한다. 구글의 광고 매출은 한국 전체 광고 매출액의 10배가 넘는 수치다. 게다가 페이스북의 광고 매출은 696억 달러였고, 이는 10년 동안 무려 91배나 성장한 수치다. 이들 플랫폼 기업이 광고 수입의 대부분을 가져가면서 광고로 유지됐던 기성 미디어 기업들은 생존 위기를 겪고 있다. 아무리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도 충분한 광고 수입으로 연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뿐이 아니다. 아마존이 온라인 쇼핑을 독점하면서 장난감 가게 토이저러스가 2017년 파산을 신청했다. 미국 동네 어디든 존재하던 기업이 사라졌다. DVD 대여 업체 블록버스터도 마찬가지다. 넷플릭스로 영화를 보기 시작하면서 동네마다 존재하던 블록버스터도 문을 닫았다. 올해 들어서는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던 백화점도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 (계속)

<김선호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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