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베니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주어 토블잔,
해외 유명 브랜드 로고 변형해 공유 사이트 올려
맥도날드 황금색 아치 띄우고, 라이언 마스크 쓰고…
콘텐츠를 트렌드 맞게 비틀어 표현하는 ‘모창법’
기업 동참… 정체성 훼손 비판에도 호평 더 많아
토블잔이 시안으로 제시한 마스크를 쓴 스타벅스 로고.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실시되자 국내외 기업들은 동참의 메시지를 담아 브랜드 로고를 일시적으로 변형시키고 있다. 브랜드 로고의 간격을 띄우거나 슬로건을 바꾸기도 한다. 코로나 시대에 나타난 퍽 흥미로운 소비문화 현상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직접 강조하지 않고 브랜드 로고를 슬쩍슬쩍 비틀어 새것으로 탈바꿈시키는 광고인들의 창의적인 재치가 돋보인다.
브랜드 로고 비틀기의 서막은 슬로베니아의 광고회사인 AV스튜디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주어 토블잔(Jure Tovrljan)이 열었다. 그는 사회적 거리 두기에 대한 싸구려 콘텐츠가 소셜 미디어에 넘친다면서 브랜드의 로고를 개조해 드리블(Dribbble) 공유 사이트에 업로드했다. 새로운 로고에 모두들 집에 머물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광고주의 허락을 받지는 않았지만 바뀐 로고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그 후 여러 기업에서는 자발적으로 브랜드 로고를 변형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자며 그가 제시한 시안들을 살펴보자.
나이키의 슬로건인 ‘Just do it’은 코로나 시대에 걸맞게 ‘Just don’t do it’으로 잠시 바꿨다. 스타벅스 로고에는 사이렌 요정이 마스크를 쓴 채 등장했다. 그리스 신화에서 아름다운 목소리로 뱃사람을 유혹해 바다에 빠뜨리던 ‘사이렌’ 인어 요정이 보호 마스크를 착용한 것이다. 미국프로농구(NBA)의 로고에 등장하는 제리 웨스트(Jerry West)의 실루엣은 농구공을 들고 뛰는 모습에서 노트북 앞에 비스듬히 누워 있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올림픽의 원래 로고에는 5개의 원이 서로 겹쳐져 있지만, 새 로고에서는 원들이 각각 떨어져 나와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마스터카드의 원래 로고에는 빨강과 노랑의 원이 붙어 있지만, 새 로고에서는 원 2개가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서로 떨어져 있다. 코로나19와 이름이 똑같아 곤욕을 치렀던 코로나맥주의 새 로고에서는 원래의 스타일은 유지하고, 브랜드 이름이 있던 자리에 “새 이름을 지어주세요(Need new name)”라는 카피를 새로 넣었다. 이밖에도 링크드인(LinkedIn)은 ‘링크드아웃(LinkedOut)’으로, US오픈(US Open)은 ‘US클로즈드(US Closed)’로 바뀌었다.
토블잔이 시안으로 제시했던 참신한 아이디어는 순식간에 들불처럼 퍼져나갔다. 급기야 여러 기업에서도 브랜드 로고를 일시적으로 바꾸며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에 동참했다. 기업들은 기존의 브랜드 로고 사이의 간격을 띄우거나 슬로건을 바꾸며 사회적 거리 두기를 독려하고 나섰다.
코카콜라는 뉴욕의 타임스스퀘어 옥외광고판에서 알파벳 사이에 여백을 두고 글자 간 간격을 넓게 띄운 로고를 선보였다. 로고 아래에는 “떨어져 있는 것이 단합을 유지하는 최선의 방법(Staying apart is the best way to stay united)”이라는 카피를 새로 덧붙였다. 브라질의 맥도날드에서는 ‘엠(M)’ 자 모양의 아치형 로고 사이에 간격을 넓힌 옥외광고와 소셜미디어 광고를 선보였다. 인도의 맥도날드에서도 ‘엠(M)’ 자를 상징하는 황금색 아치가 서로 떨어져 있는 로고를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아우디는 원 4개가 고리로 연결된 로고를 띄우고, 그 아래에 “거리를 유지합시다(Keep distance)”라는 카피를 덧붙였다. 폭스바겐도 원래의 브랜드 로고에서는 위아래로 붙어있던 ‘브이(V)’ 자와 ‘더불유(W)’ 자를 떼어 놓았다.
숙박 앱 야놀자는 기존 로고의 ‘야(ya)’와 ‘놀자(nolja)’ 사이를 띄우고 그 사이에 ‘다음에’라는 문구를 넣어 재치있게 표현했다.
국내에서도 야놀자를 비롯한 여러 기업에서 변형된 로고를 선보였다. 야놀자는 기존 로고의 ‘야(ya)’와 ‘놀자(nolja)’ 사이에 2m의 사회적 거리 유지를 표시한 변형 로고를 선보였다. 기존의 로고에 “다음에”라는 카피를 넣어 “야, 다음에, 놀자”로 읽히도록 재치 있게 표현함으로써 사회적 거리 두기를 독려했다. 카카오도 포털 서비스 ‘다음(Daum)’의 로고에서 글자 사이의 간격을 넓히고 그 아래에 “우리 다음에 보자”라는 카피를 추가했다. 카카오톡도 시작화면에서 마스크를 쓴 라이언 캐릭터를 선보이며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을 전개했다.
그밖에도 여러 기업에서 로고를 변형해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로고 비틀기가 기업의 브랜드 정체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는데도 기업에서 이런 시도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회적 거리 두기에 동참하려는 목적도 있겠지만, 코로나로 인해 광고 마케팅 활동이 위축된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재미를 유발하려는 의도가 더 크다.
토블잔은 자신의 표현 방법이 긍정적 모창법(模創法·spoofy way)이라고 말했는데, 어떤 콘텐츠를 시대의 트렌드에 걸맞게 비틀어 표현하는 기법이다. 놀림이나 조롱의 뜻으로 쓰이는 스푸프(spoof)는 패러디나 성대모사를 의미하기도 한다. 사람을 즐겁게 하는 성대모사를 생각해보면 로고의 변형이 코로나에 지친 사람들을 왜 즐겁게 만들었는지 이해할 수 있겠다. 토블잔의 작업이 브랜드 정체성을 훼손한다며 비판하는 사람도 일부 있었지만 결국에는 호평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았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면서 혼자 있을 때는 무엇을 할 것인가? 각종 영상물을 볼 수도 있겠지만, 책을 읽기에 딱 좋은 시간이다. 출판물을 알리는 홍보물에서도 당분간 긍정적 모창법을 써서 출판사 로고를 비틀어보면 어떨까? 예컨대, ‘학지사’라는 출판사에서는 글자 사이에 책 그림을 넣어 ‘학(책)지(책)사’ 식으로 글자 간 거리를 떼서 표현할 수도 있겠다. 로고 변형을 시도할 때는 브랜드와의 상관성을 고려해 재치 있게 표현하는 솜씨가 가장 중요하다. 코로나 사태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으니 “다들 힘들다.” 앞에서부터 읽어도 다들 힘들다, 거꾸로 읽어도 다들 힘들다. 기업의 로고 변형이 사회적 거리 두기가 계속돼 점점 지쳐가는 우리에게 작은 웃음거리를 주기를 기대한다. 사진=필자 제공
슬로베니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주어 토블잔,
해외 유명 브랜드 로고 변형해 공유 사이트 올려
맥도날드 황금색 아치 띄우고, 라이언 마스크 쓰고…
콘텐츠를 트렌드 맞게 비틀어 표현하는 ‘모창법’
기업 동참… 정체성 훼손 비판에도 호평 더 많아
토블잔이 시안으로 제시한 마스크를 쓴 스타벅스 로고.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실시되자 국내외 기업들은 동참의 메시지를 담아 브랜드 로고를 일시적으로 변형시키고 있다. 브랜드 로고의 간격을 띄우거나 슬로건을 바꾸기도 한다. 코로나 시대에 나타난 퍽 흥미로운 소비문화 현상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직접 강조하지 않고 브랜드 로고를 슬쩍슬쩍 비틀어 새것으로 탈바꿈시키는 광고인들의 창의적인 재치가 돋보인다.
브랜드 로고 비틀기의 서막은 슬로베니아의 광고회사인 AV스튜디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주어 토블잔(Jure Tovrljan)이 열었다. 그는 사회적 거리 두기에 대한 싸구려 콘텐츠가 소셜 미디어에 넘친다면서 브랜드의 로고를 개조해 드리블(Dribbble) 공유 사이트에 업로드했다. 새로운 로고에 모두들 집에 머물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광고주의 허락을 받지는 않았지만 바뀐 로고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그 후 여러 기업에서는 자발적으로 브랜드 로고를 변형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자며 그가 제시한 시안들을 살펴보자.
나이키의 슬로건인 ‘Just do it’은 코로나 시대에 걸맞게 ‘Just don’t do it’으로 잠시 바꿨다. 스타벅스 로고에는 사이렌 요정이 마스크를 쓴 채 등장했다. 그리스 신화에서 아름다운 목소리로 뱃사람을 유혹해 바다에 빠뜨리던 ‘사이렌’ 인어 요정이 보호 마스크를 착용한 것이다. 미국프로농구(NBA)의 로고에 등장하는 제리 웨스트(Jerry West)의 실루엣은 농구공을 들고 뛰는 모습에서 노트북 앞에 비스듬히 누워 있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올림픽의 원래 로고에는 5개의 원이 서로 겹쳐져 있지만, 새 로고에서는 원들이 각각 떨어져 나와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마스터카드의 원래 로고에는 빨강과 노랑의 원이 붙어 있지만, 새 로고에서는 원 2개가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서로 떨어져 있다. 코로나19와 이름이 똑같아 곤욕을 치렀던 코로나맥주의 새 로고에서는 원래의 스타일은 유지하고, 브랜드 이름이 있던 자리에 “새 이름을 지어주세요(Need new name)”라는 카피를 새로 넣었다. 이밖에도 링크드인(LinkedIn)은 ‘링크드아웃(LinkedOut)’으로, US오픈(US Open)은 ‘US클로즈드(US Closed)’로 바뀌었다.
토블잔이 시안으로 제시했던 참신한 아이디어는 순식간에 들불처럼 퍼져나갔다. 급기야 여러 기업에서도 브랜드 로고를 일시적으로 바꾸며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에 동참했다. 기업들은 기존의 브랜드 로고 사이의 간격을 띄우거나 슬로건을 바꾸며 사회적 거리 두기를 독려하고 나섰다.
코카콜라는 뉴욕의 타임스스퀘어 옥외광고판에서 알파벳 사이에 여백을 두고 글자 간 간격을 넓게 띄운 로고를 선보였다. 로고 아래에는 “떨어져 있는 것이 단합을 유지하는 최선의 방법(Staying apart is the best way to stay united)”이라는 카피를 새로 덧붙였다. 브라질의 맥도날드에서는 ‘엠(M)’ 자 모양의 아치형 로고 사이에 간격을 넓힌 옥외광고와 소셜미디어 광고를 선보였다. 인도의 맥도날드에서도 ‘엠(M)’ 자를 상징하는 황금색 아치가 서로 떨어져 있는 로고를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아우디는 원 4개가 고리로 연결된 로고를 띄우고, 그 아래에 “거리를 유지합시다(Keep distance)”라는 카피를 덧붙였다. 폭스바겐도 원래의 브랜드 로고에서는 위아래로 붙어있던 ‘브이(V)’ 자와 ‘더불유(W)’ 자를 떼어 놓았다.
숙박 앱 야놀자는 기존 로고의 ‘야(ya)’와 ‘놀자(nolja)’ 사이를 띄우고 그 사이에 ‘다음에’라는 문구를 넣어 재치있게 표현했다.
국내에서도 야놀자를 비롯한 여러 기업에서 변형된 로고를 선보였다. 야놀자는 기존 로고의 ‘야(ya)’와 ‘놀자(nolja)’ 사이에 2m의 사회적 거리 유지를 표시한 변형 로고를 선보였다. 기존의 로고에 “다음에”라는 카피를 넣어 “야, 다음에, 놀자”로 읽히도록 재치 있게 표현함으로써 사회적 거리 두기를 독려했다. 카카오도 포털 서비스 ‘다음(Daum)’의 로고에서 글자 사이의 간격을 넓히고 그 아래에 “우리 다음에 보자”라는 카피를 추가했다. 카카오톡도 시작화면에서 마스크를 쓴 라이언 캐릭터를 선보이며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을 전개했다.
그밖에도 여러 기업에서 로고를 변형해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로고 비틀기가 기업의 브랜드 정체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는데도 기업에서 이런 시도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회적 거리 두기에 동참하려는 목적도 있겠지만, 코로나로 인해 광고 마케팅 활동이 위축된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재미를 유발하려는 의도가 더 크다.
토블잔은 자신의 표현 방법이 긍정적 모창법(模創法·spoofy way)이라고 말했는데, 어떤 콘텐츠를 시대의 트렌드에 걸맞게 비틀어 표현하는 기법이다. 놀림이나 조롱의 뜻으로 쓰이는 스푸프(spoof)는 패러디나 성대모사를 의미하기도 한다. 사람을 즐겁게 하는 성대모사를 생각해보면 로고의 변형이 코로나에 지친 사람들을 왜 즐겁게 만들었는지 이해할 수 있겠다. 토블잔의 작업이 브랜드 정체성을 훼손한다며 비판하는 사람도 일부 있었지만 결국에는 호평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았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면서 혼자 있을 때는 무엇을 할 것인가? 각종 영상물을 볼 수도 있겠지만, 책을 읽기에 딱 좋은 시간이다. 출판물을 알리는 홍보물에서도 당분간 긍정적 모창법을 써서 출판사 로고를 비틀어보면 어떨까? 예컨대, ‘학지사’라는 출판사에서는 글자 사이에 책 그림을 넣어 ‘학(책)지(책)사’ 식으로 글자 간 거리를 떼서 표현할 수도 있겠다. 로고 변형을 시도할 때는 브랜드와의 상관성을 고려해 재치 있게 표현하는 솜씨가 가장 중요하다. 코로나 사태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으니 “다들 힘들다.” 앞에서부터 읽어도 다들 힘들다, 거꾸로 읽어도 다들 힘들다. 기업의 로고 변형이 사회적 거리 두기가 계속돼 점점 지쳐가는 우리에게 작은 웃음거리를 주기를 기대한다. 사진=필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