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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눌수록 커지는 ‘감사’

입력 2020. 06. 26   15:03
업데이트 2020. 06. 26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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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감사일기 보고 되레 고마워한 사람들
감사는 나눠야 전달된다는 것 새삼 느껴
전 유 민 육군중사 
레바논평화유지단(동명부대) 23진
전 유 민 육군중사 레바논평화유지단(동명부대) 23진
우리는 일상 속에서 이미 감사를 느끼며 살아간다. 다만 수많은 감사의 내용을 글이나 말로 표현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을 뿐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감사함’을 기록하고 나누는 일에 익숙해져 갔다. 부대 차원에서 적극 권장하는 ‘감사나눔 운동’이 나를 포함한 전 부대원에게 하나의 문화로 정착된 덕분이다. 매일 아침점호 때마다 전우들의 ‘3가지 감사나눔’을 경청할 때면 나 또한 옆 전우와 내게 주어진 이 숭고한 임무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과 애인에게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감사를 나누는 것, 이 작은 변화는 내 삶은 물론 우리 팀과 지역대, 동명부대 장병들의 삶을 윤택하게 해주고 있다.

레바논으로 떠나기 전, 한 가지 결심한 게 있었다. ‘감사일기’를 작성해서 파병생활 중 나의 감사제목들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었다. 마침 단장님께서도 전 부대원에게 두툼한 감사노트를 나눠주셨다. 감사나눔 운동을 확산시키려는 의도이셨다. 물론 처음에는 무엇에 대해 감사할지부터 고민이었다. 그러다 내 주변의 사소한 일에서부터 감사의 제목을 찾기 시작했고 그것이 마냥 재미있었다. 하루를 마치며 책상에 앉아 무엇인가 골똘히 생각하고 기록한다는 것이 참 뿌듯했고, 매일 내 삶 속에 숨겨진 보물을 찾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물론 이러한 재미도 한결같지는 않았다. 작전·근무·휴식 등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어느 순간 형식적으로 ‘글 쓰는 행위’에만 몰두하는 나를 보게 됐다. 그렇더라도 그만둘 수는 없었다. 파병 전 나 자신과 약속했던 것을 꼭 지키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다시 마음을 다잡았고, 형식적으로 감사제목을 나열하는 형태가 아니라 한 편의 일기에 내 생각과 느낌을 담아내기로 했다.

어느 날 여자친구와 통화할 때의 일이다. 감사일기에 자신과 관련된 이야기도 언급되는지 물어보는 여자친구에게, 나는 당시 작성했던 감사일기 내용을 사진 찍어서 보내주었다. 완성도 있는 문장도 아니었지만, 내 감사일기를 본 여자친구는 진심이 느껴진다며 기뻐해 주었고, 심지어 여자친구의 어머니께서도 “매일 감사할 이유를 찾고, 그것을 글로 기록하는 모습이 정말 듬직하다”고 칭찬해 주셨다. 여자친구와 여자친구 어머니의 반응을 보면서 새롭게 깨달은 것은, 타인에 대한 감사는 나누어야만 전해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사실 깨달음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너무나 당연해서 뭣하지만, 나누지 않은 게 전해질 수 있겠는가.

부대 주임원사님 사무실 벽에 붙어있던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 인격이 바뀌고, 인격이 바뀌면 운명까지도 바뀐다’라는 명언에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게 됐다.

오늘도 나는, 블루 헬멧을 쓴 대한민국의 국가대표로서 ‘레바논의 평화와 조국의 영광’을 위해 작전을 수행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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