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워리어 플랫폼을 말하다

[워리어 플랫폼을 말하다]⑥ 상황인식 능력- 무전기·휴대용 단말기

맹수열

입력 2020. 06. 18   16:44
업데이트 2023. 08. 24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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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일보-국방기술품질원 공동기획


인간 의사소통+정보처리 과정, 전장상황 인식체계 밀접 
장치·사용절차 단순화와 사용자 중심 도구 필요성 대두
‘전장서 오류 최소화’ AI 기반 의사결정 보조시스템 활용 

 

전장에 나선 개인 전투원의 상황인식 능력은 미래전장의 승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로 평가받고 있다. 전투원이 인식한 상황은 지휘관에게 전달돼 적절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 과정에 필요한 구성품목으로는 무전기, 헤드셋, 휴대용 단말기 등이 꼽힌다. 사진은 지난 2018년 6월 아랍에미리트(UAE) 파병을 앞둔 아크부대 장병들이 워리어플랫폼을 착용한 채 훈련하는 모습. 이들 역시 무전기, 헤드셋 등을 통해 지휘소와 교신하며 전장 상황을 공유했다. 조용학 기자
전장에 나선 개인 전투원의 상황인식 능력은 미래전장의 승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로 평가받고 있다. 전투원이 인식한 상황은 지휘관에게 전달돼 적절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 과정에 필요한 구성품목으로는 무전기, 헤드셋, 휴대용 단말기 등이 꼽힌다. 사진은 지난 2018년 6월 아랍에미리트(UAE) 파병을 앞둔 아크부대 장병들이 워리어플랫폼을 착용한 채 훈련하는 모습. 이들 역시 무전기, 헤드셋 등을 통해 지휘소와 교신하며 전장 상황을 공유했다. 조용학 기자

 

상황인식 능력과 관련된 워리어플랫폼 구성품목인 무전기. 양동욱 기자
상황인식 능력과 관련된 워리어플랫폼 구성품목인 무전기. 양동욱 기자

 

지난해 6월 남수단 파병을 앞둔 한빛부대 장병들이 워리어플랫폼을 착용한 채 훈련하는 모습. 이들 역시 무전기 등을 통해 지휘소와 교신하며 전장 상황을 공유했다. 양동욱 기자
지난해 6월 남수단 파병을 앞둔 한빛부대 장병들이 워리어플랫폼을 착용한 채 훈련하는 모습. 이들 역시 무전기 등을 통해 지휘소와 교신하며 전장 상황을 공유했다. 양동욱 기자

 


상황인식 능력은 전투의 승패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전장에서 개인·부대가 처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공유해야만 승리를 위한 전술을 수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전에서 전투원이 전장환경을 공유하고 즉각적인 의사결정을 수행하기 위한 구성품목으로는 개인용 무전기와 헤드셋, 휴대용 단말기 등이 있다.

상황인식 능력과 직결된 이런 구성품들은 현재 민간 기술에 의존하는 것들이 많다. 국방기술품질원 전력지원체계연구센터 김성도(육군중령·공학박사) 전력지원체계연구2팀장은 “민간의 정보통신(ICT) 기술 발전은 이미 군사 분야를 압도할 정도”라며 “미국·이스라엘 등 군사 강국도 현재 우리 기업인 삼성의 스마트폰을 주문 제작해 상황인식 능력 강화에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인식 능력 강화를 위한 군의 노력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세계 각국은 미래 전장의 승패는 개인의 상황인식 능력에 달려있다는 판단 아래 뇌과학·인공지능(AI)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접목하려 하고 있다. 김 팀장은 상황인식 능력의 중요성과 관련 기술의 현주소, 미래 과제 등을 세세히 짚으며 “개인 전투원의 능력을 극대화하려는 워리어플랫폼에서도 상황인식은 핵심 능력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정리했다.

 

맹수열 기자
자료 제공=김성도 기품원 전력지원체계연구센터 전력지원체계연구2팀장

상황인식 능력의 정의와 중요성 

앞서 강조한 것처럼 전장은 늘 복잡하고 불확실한 환경에 놓여 있다. 워리어플랫폼에서 개인 전투원의 상황인식 능력은 전장상황 인식체계 등으로 이런 전장의 정보를 지각해 의사결정을 통해 반응하는 능력으로 정의할 수 있다. 워리어플랫폼은 개인 전투원의 전투장구를 다루고 있다. 따라서 워리어플랫폼의 상황인식 능력은 무전기, 휴대용 단말기 등을 연동해 통신을 보장하고 각 전투원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는지가 관건이 된다. 김 팀장 역시 “통신장비 등이 상황인식을 위한 핵심적인 의사소통 수단이 된다는 점은 누구도 부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여기서 한 가지 문제점을 제기했다. 김 팀장은 “국방에서의 연구개발은 주로 군수품을 획득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기 때문에 통신체계 등의 도구를 기준으로 주파수 대역, 통신보안, 통신 거리·시간 등을 논하는 것에 매우 익숙하다”며 “하지만 그 결과물이 ‘상황인식 능력 강화라는 긍정적인 효과로 귀결될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답하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군수품의 획득 과정에서는 결과물인 도구에 집중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인간-기계 시스템’의 관점에서 상황인식을 바라본다면 어쩌면 우리는 수면 위에 드러난 빙산의 일각만 보고 있을지 모른다”고 부연했다.

김 팀장은 상황인식 능력은 인간의 의사결정, 정보처리 과정에 깊이 연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의사결정은 수많은 대안 가운데 한 가지를 선택하는 과정이다. 의사결정은 각종 단서를 획득하고 지각하는 ‘상황인식’과 의사결정의 현재·미래 상태에 비춰 그 단서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가설을 생성하고 상황을 평가하는 인지 과정인 ‘상황이해’를 거쳐 추론된 상태와 다른 산출이 갖는 가치에 기초해 행위를 계획, 선택한 뒤 실행하는 단계를 순환·반복적으로 거친다.

그는 “이런 관점에서 상황인식은 획득된 단서가 감각기관으로부터 감지돼 뇌의 입력 신호로 도착하고, 주의를 유발해 지각되는 과정을 의미한다”고 정리했다. 그러면서 “상황인식 능력의 강화는 시각·청각·후각·촉각 등의 자극을 일으키는 빛 등 외부신호를 뇌에 전달해 주의를 유발하는 정보처리 시간을 단축하거나 감각기관의 선천적 제약을 극복하는 도구를 개발, 활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야간투시경은 밤에도 낮과 비슷한 시각능력을 갖도록 돕는 도구다. 무전기 역시 인간의 청각능력을 강화하는 주요한 도구 중 하나다.

하지만 이런 도구들을 통해 전송된 신호가 감각기관을 통해 뇌에 도달해 일어나는 정보처리는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고 있다. 특히 군사작전이라는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벌어지는 전투원의 뇌 활동에 대한 연구는 더욱 미지의 영역이다.

현장에서 본 상황인식 능력…전·후방의 딜레마 

우리 군 역시 상황인식 능력의 중요성이 커지는 점에 주목,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김 팀장은 “최근 기품원은 육군종합군수학교와 함께 각개전투 과정에서 신체의 생리적 변화와 임무 완수 시간 등을 측정하는 일종의 전투실험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실험 결과 전투원들은 4분 남짓한 각개전투 과정에서 분당 180~190회에 이르는 심박수를 기록했다.

그는 “전투원들은 더 이상 서 있기도 힘들 정도로 부하가 높은 생리적 상황에 직면했다”면서 “과연 이런 상황에서 전투원은 무엇을 인지하고 공유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무겁고 진지한 고민을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온몸에 땀이 흥건한 전투원들을 보면서 임무 수행 과정에서 이렇게 극도의 육체·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휴대용 단말기 등의 장치·사용절차 등을 극히 단순하게 설계하는 방안을 지금이라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강조했다.

각개전투 실험은 우리에게 다양한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만약 전방에서 극한 상황에 처한 전투원에게 후방에서 전장 상황을 확인하기 위한 정보를 요청한다면 과연 정확한 정보 전달이 가능할까? 또 이런 정보 전달이 전투원에게 얼마나 짐이 되는 임무일까? 김 팀장은 “흔히 말하는 ‘공격기세’ ‘작전템포’ 유지를 위한 의사소통은 극심한 신체적 부하를 겪고 있는 전투 현장에서는 오히려 방해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런 생각이 지휘관의 입장과는 전혀 다를 수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고 했다. 김 팀장은 “공격과 방어가 가장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순간의 지휘소 모습을 관찰해 보면 무전기를 통해 가장 많이 들려오는 단어 중 하나가 바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연신 현 상황을 확인, 보고, 대응하는 야전 지휘소의 팽팽한 긴장감을 보면 전투의 속성은 결국 공격자와 방어자의 연속적인 의사결정 과정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전방의 전투원은 극도의 신체적 부하를 극복해야 하고, 지휘관은 극도의 정신적 부하를 견뎌내야 한다. 김 팀장은 “이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논해온 전장상황 인식체계라는 ‘시스템’은 누구를 위한 시스템이고 누구의 요구사항을 반영할지에 따라 이해와 정의가 달라질 수 있는 딜레마에 봉착할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시리즈 2회에서 논의했던 사용자의 입장과 이해관계자에 따라 요구가 달라지고 상충하는 워리어플랫폼의 속성은 여기서도 확인할 수 있다.

상황인식 능력 강화 속 딜레마, 해결 방안은?

이런 딜레마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일까? 김 팀장은 그 답을 ‘의사소통’에서 찾았다. 그는 “상황인식 능력 강화를 위한 도구를 획득한다고 가정할 때 사용자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신체·정신적 부하의 접점에 있는 분대장·팀장·소대장 등 현장 지휘자들에게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보통 소요기획은 영관급 장교들에 의해 정책부서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병사, 부사관, 초급장교 등 전투력 발휘의 최전선에 있는 이들의 목소리는 소요기획과 정책적 의사결정 과정에서 수차례의 정제를 거친다. 이들의 의견은 획득하려는 대상체계, 즉 도구의 작전운용성능, 군사요구도 등에 녹아 들어가기 때문에 소요기획의 최종 상태인 소요결정 단계에서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된다. 김 팀장은 소요기획의 절차는 체계공학의 이론적 기반에서 볼 때 올바른 과정이 진행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워리어플랫폼은 장병에게 깊게 밀착돼 있기 때문에 계속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관찰하며 분석하는 전문가 집단의 체계적 활동이 필요해 보인다”고 제안했다. 이어 “야전 요구사항에 대한 추적성을 강화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면 사용자 중심의 획득이 강화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대표적인 사례로 국립소방연구원의 ‘리빙랩’을 들었다.

상황인식 능력 강화를 위한 과학기술의 현주소


전문에서 언급한 것처럼 상황인식 능력의 핵심 기반기술인 민간의 정보통신 기술에서 한국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특히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세계 각 나라는 우리 기술력을 이미 도입해 활용하거나 벤치마킹하고 있다. 2013년부터 삼성의 스마트폰을 군에 도입, 활용하는 미군이 대표적 사례다.

김 팀장은 “상황인식 체계에서 사용자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디스플레이 기술 또한 국내 기업이 이미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밖에도 생체신호를 감지, 전송하는 생체신호센서 분야나 인체에 부착해 생체신호를 감지하는 웨어러블 분야 등의 국내 기술도 경쟁력을 보유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군이 적극적인 소요기획을 통해 이런 기술을 활용한다면 충분히 워리어플랫폼의 국방 분야에 적용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기술들이 체계적으로 육성될 수 있도록 잘 성장시킨다면 장차 상황인식 능력 강화 분야에 크게 기여하는 원천기술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전했다.

상황인식 능력의 미래


전투현장에서 전투원들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해 보면 평소 숙지하고 있던 전투행동과 무관한 비전술적 행동 등 크고 작은 실수를 발견할 수 있다. 김 팀장은 이에 대해 인간이 다양한 형태의 위험이나 스트레스에 직면했을 때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주의력 저하가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당황스러운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평소와 다른 실수를 하는 것과 같은 이런 오류는 인간에게 내재한 정보처리의 고유 속성이다. 하지만 한 번의 실수가 바로 생명으로 직결되는 전장에서 오류를 최소화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그렇다면 이 인간 고유의 오류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까?

김 팀장은 “현재의 기술발전 추세라면 장차 전장의 변화 속도는 전통적인 지휘관과 참모체계에 의한 의사결정·결심 속도보다 훨씬 빠를 가능성이 크다”며 “결정적인 국면일수록 시간의 압박과 상황인식을 통한 의사결정 부담은 더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다만 극심한 스트레스가 작용하는 전장에서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인간이 가진 오류를 최소화하고 상황인식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미래의 대안으로 인공지능(AI)을 제시했다.

김 팀장에 따르면 미래학자들은 2040년쯤에는 분대장급 현장지휘자가 전략적 수준의 지침과 판단을 이해하고 즉각 대응하는 ‘전략적 분대장(Strategic Corporal)’ 개념처럼 상황 판단과 결심을 최대한 위임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휘관은 결과를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관찰자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측이다. 김 팀장은 “이때가 되면 지휘관은 실시간 데이터 분석과 연산을 통해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AI라는 ‘가상의 참모’를 활용해 의사결정을 지원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지휘통제실의 상황인식 체계는 개인 전투원의 생체신호와 상태가 마치 자동차의 계기판처럼 이동속도, 체온, 심박수 등이 코딩돼 실시간으로 수집되는 체계로 발전할 것으로 보이며 전투현장에서 전장의 정보는 자동으로 수집되고 전송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 팀장은 전장상황인식 체계가 전장에서의 역할에 따라 구조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그는 각개 전투원은 센서의 역할을 수행하며 전장정보와 신체정보의 수집·전송을 담당하고, 분·소대급 현장 지휘자는 다자간 통화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지휘통제 체계에 조치 결과를 전송하는 구조를 구상했다. 이어 “전송된 정보를 종합해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AI 기반의 의사결정 보조 시스템을 정상적인 의사결정이 제한된 상황에서 인간을 대신하는 ‘인지적 대체장치’로 활용하거나 시간의 압박이 적고 상대적으로 충분한 전략이 필요한 경우 보조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인지적 도구를 보유할 때 비로소 워리어플랫폼의 상황인식 체계가 구축된 것이 아닐까 한다”고 강조했다.

맹수열 기자 < guns13@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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