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미디어 프리즘

모바일 빅뱅시대 미디어는 어디로

입력 2020. 06. 02   16:06
업데이트 2020. 06. 02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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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플랫폼 혁명을 일으키다



2007년 1월 9일 애플컴퓨터의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맥월드 연단에 섰다. 검은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의 그는 주머니에서 작은 물건을 하나 꺼내 들고 말했다. “손바닥에 아주 꼭 맞습니다.” 전화와 컴퓨터 기능이 결합한 ‘아이폰’이라고 이름 붙여진 스마트폰의 등장이었다. 물론 스마트폰은 이때 처음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훨씬 전부터 IBM을 비롯한 여러 기업이 시제품을 출시했지만, 대중화에 성공하지 못했을 뿐이다. 애플의 아이폰 출시 이후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면서 스마트폰은 세계적으로 널리 확산했고, 지금은 세계 인구의 절반인 35억 명이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한국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2019년 기준 90%를 상회한다.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면서 일상생활에서 스마트폰에 대한 의존도도 높아지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해 말 발표한 ‘2019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 결과를 보면, TV가 필수매체라는 응답은 32%였지만 스마트폰은 63%나 됐다. 2012년과 비교해 정반대 결과다. 이제 TV는 없어도 되지만 스마트폰은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두 배나 많아졌다. 그리고 젊은 연령층일수록 이런 사람이 더 많았다. 10~30대는 80%가 넘는 응답자가 스마트폰을 필수매체로 꼽았다. 스마트폰보다 TV가 더 필수적이라는 응답은 60대 이상 연령층에서만 많게 나타났다. 재해나 재난 상황에서 필수매체 인식도 비슷했다. 스마트폰이 66%, TV가 30%였다.

지난 10년 사이 스마트폰으로 인해 모바일 혁명이 발생했다. 스마트폰은 언제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다. 버스나 지하철뿐만 아니라 화장실이나 욕실에서도 사람들은 스마트폰 화면을 켠다. 그리고 아무 때나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있다. 방송이 애국가를 울리고 검은 화면으로 전환한 시간에도 스마트폰 화면은 계속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스마트폰 덕분에 정보 소비의 시공간적 제약이 사라졌다.

스마트폰은 독자에게 편리함을 주지만 언론사에는 심각한 도전이다. 언론사가 정한 시간에 맞추어 많은 독자가 뉴스를 보던 패턴에서 독자가 개별적으로 원하는 시간에 언론사가 뉴스를 보여줘야 하는 패턴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독자의 수요에 맞추기 위해서 뉴스룸은 24/7체제(하루 24시간, 주 7일)로 운영돼야 한다. 즉 24시간 동안 일주일 내내 새로운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새로운 정보 업데이트가 없는 언론사 홈페이지는 외면받는다. 독자의 이탈을 막기 위해 언론사는 많은 양의 정보를 생산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현장 취재 기사 이외에 뉴스 통신사가 제공하는 뉴스를 갈무리하거나 정부 기관이나 기업이 보내준 보도자료를 토대로 기사를 작성하는 곳도 있다. 양적인 부담을 덜기 위해 로봇 기자를 채용(?)하기도 한다. 날씨·증권·스포츠 관련 속보를 전달하는 데 로봇 기자는 출중한 실력을 발휘한다. 그럼에도 언론사 홈페이지의 인기는 갈수록 떨어진다. 독자 입장에서는 언론사 개별 홈페이지보다는 여러 곳의 뉴스를 모아서 볼 수 있는 포털 사이트가 훨씬 편리하다.

스마트폰이 일으킨 모바일 혁명은 정보 소비에 국한되지 않는다. 어쩌면 스마트폰은 정보 생산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바쁜 직장인들에게 ‘모바일’이 무엇을 뜻하는지 물어보면 대체로 언제 어디서나 정보를 소비할 수 있는 도구라고 대답한다. 그러나 청소년들에게 같은 질문을 던지면, 사진 찍는 도구라고 대답한다. 스마트폰의 핵심 기능 중 하나는 카메라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기계가 고품질의 스냅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한다.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전에 지니고 다녔던 ‘디카’와 캠코더는 이제 서랍장 어디엔가 버려져 골동품 취급을 받고 있다.

스마트폰의 기능은 사진과 동영상 촬영에 그치지 않는다. 스마트폰은 이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쉽게 전달하거나 공유할 수 있도록 한다. 신문이나 방송이 가졌던 퍼블리싱 기능을 스마트폰 이용자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다. 방송의 강점은 실시간 생방송이었는데, 스마트폰은 모든 이용자가 라이브 방송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래서 스마트폰 보급이 늘수록 퍼블리싱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의 주가도 치솟는다. 2007년까지만 하더라도 페이스북은 소수만 이용하는 작은 기업이었지만 이제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동영상 벤처 기업으로 시작한 유튜브도 2006년 구글에 인수되면서 성장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세계에서 가장 큰 방송국이 됐다.

스마트폰은 빅데이터를 만드는 기계이기도 하다. 스마트폰은 검색 이력이나 페이지 방문 이력을 기록할 뿐만 아니라 이용자가 언제 어디에서 검색했는지도 기록한다. 스마트폰에 내장된 GPS 기술은 이제 당연한 것으로 취급받고 있다. 하지만 1996년 영화 ‘미션 임파서블’이 보여준 GPS는 일반인들에게는 경탄을 자아내는 최첨단 기술이었다. 스마트폰 이용자들의 시간대별 공간이동을 파악할 수 있게 되면서 구글은 2009년부터 검색에 개인 맞춤형 알고리즘을 도입한다. 그 이전에 구글 검색창에 검색어를 입력하면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검색결과가 보였지만, 이제는 개인마다 다른 검색결과가 나타난다. 게다가 구글은 개인별 이동 경로에 대한 정보를 꼼꼼히 수집하여 분석하고 이를 마케팅에도 활용한다.

결국, 모바일 혁명은 플랫폼 혁명이다. 스마트폰의 최대 수혜자는 포털, 소셜 미디어, 동영상 사이트, 검색 엔진과 같은 플랫폼 기업들이다. 스마트폰이 깔아놓은 고속도로 위에서 디지털 기술로 무장한 플랫폼 기업들이 무섭게 질주하고 있다. 플랫폼 기업이 너무 빨리 앞서나가다 보니 이들은 경쟁자가 없다. 신문사나 방송사가 이들과 경쟁하기에는 연식이 너무 오래됐다. 문제는 경쟁상대가 없는 미디어 환경에서 플랫폼 기업이 독과점적 권력을 행사할 경우 누가 이를 제어할 수 있는가이다.   <김선호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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