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방위사업청과 함께 하는 웨폰 스토리

소형화·고출력 이뤄지면 ‘차세대 게임체인저’ 주목

윤병노

입력 2020. 06. 01   15:57
업데이트 2020. 06. 01   15:59
0 댓글

<6> 세계 각국 개발 경쟁 ‘레이저무기’


운반·장착·재장전 시간 획기적 단축에 가성비 탁월
냉전 이후 주춤하다 2000년대 이후 ‘연구 재과열’
국내 방위사업청 레이저 대공무기 1단계 개발 착수
광원 원천기술 확보하면 향후 ‘레이저 강국’ 기대

방위사업청이 개발하고 있는 레이저 대공무기 Block-Ⅰ형상.  방사청 제공
방위사업청이 개발하고 있는 레이저 대공무기 Block-Ⅰ형상. 방사청 제공


기원전(BC) 212년 제2차 포에니 전쟁에서 시러큐스(Syracuse)의 아르키메데스(Archimedes)가 거대한 특수거울로 태양광선을 모아 로마함대를 불태웠다. ‘죽음의 광선(Death Ray)’은 로마군을 두려움에 떨게 했고, 시러큐스는 최강 로마군을 상대로 1년을 버텼다. 그로부터 2250여 년이 흐른 2040년 한반도 상공. 세계 최초로 1메가와트(㎿) 이상 출력의 국내 레이저 광원을 탑재한 미사일 요격용 레이저(Laser) 위성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300㎞ 이상 고도에 떠 있는 레이저 위성의 타격 오차는 3㎝ 내외다. 지구의 어떤 물체, 심지어 상승단계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격추할 수 있다.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50만 발 이상 발사(조사)하고, 명중률은 98%에 달한다. 이 같은 상황은 더 이상 ‘꿈’이 아니다. 현재의 기술로도 10킬로와트(㎾) 안팎의 출력과 1㎞ 거리에서 1~2㎝ 오차, 5000번 이상 발사, 명중률 95% 달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레이저 광원의 소형화·경량화와 고출력 기술 발전이 이뤄진다면 레이저 무기는 시·공간을 주도하는 차세대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전망이다.


1960년 풍선 터뜨려 대중에 존재 각인

레이저(Light Amplification by Stimulated Emission of Radiation)는 ‘복사 유도방출에 의한 광 증폭’의 약어다. 약 100년 전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이 이론적 배경을 마련했고, 1960년 메이먼(Thedore Harold Maiman)이 보도진 앞에서 레이저로 풍선을 터뜨려 대중에게 존재를 알렸다. 메이먼은 레이저를 생성하기 위해 루비를 이용했고, 이후 화학·고체·광섬유 등 다양한 매질이 연구되고 있다.

우리가 생활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레이저는 포인터(Pointer)다. 출력이 5밀리와트(㎽) 내외로 매우 작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최대 3.5㎞ 떨어진 사람에게 눈부심 등의 효과를 줄 수 있다. 그렇다면 레이저 포인터를 무기로 사용할 수 있을까? 아쉽지만 정답은 ‘No’. 일반적으로 레이저 무기에 요구되는 출력은 소형 무인기 격추에 수십 ㎾, 대형 무인기는 100㎾, 순항미사일은 300㎾, 탄도미사일과 위성은 1㎿ 이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레이저 포인터를 무기로 사용하려면 최소한 100만 개 이상을 중첩해야 약 5㎾의 출력을 얻을 수 있다. 이럴 경우 직경이 20m에 이르며, 중첩의 어려움과 빔(Beam) 품질 문제로 무인기 격추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방위사업청이 개발하고 있는 레이저 대공무기 Block-Ⅱ 형상.  방사청 제공
방위사업청이 개발하고 있는 레이저 대공무기 Block-Ⅱ 형상. 방사청 제공


美 수억 달러 투자 등 각국 무기개발 경쟁

미국은 1960년대부터 레이저 무기 기술 연구에 수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소련은 1980년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우주에서 요격하기 위해 레이저 무기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냉전 종식과 함께 주춤했으나, 2000년대 들어 다시 주목받으면서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개발에 나서고 있다.

레이저는 경제성이 뛰어나다. 수억 원대 미사일로 수백만 원대의 무인기 1대를 격추하는 것은 가성비가 떨어진다. 반면 레이저는 한 번 발사하는 데 2000원 정도의 전기료만 들어가며, 수천 번 이상 발사할 수 있다.

신속성도 강점이다. 빛의 속도로 발사되는 레이저는 발사와 동시에 명중하고, 명중 여부를 실시간 확인해 재발사 또는 연속발사 등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다. 재장전 시간이 짧고, 미사일처럼 운반·장착에 소요되는 시간이 없다. 포물선이 아닌 직진하는 특성으로 정확성이 매우 높다.

단점도 있다. 레이저는 기상에 영향을 받으며, 레이저 무기는 출력에 비례해 부피가 커지고 무거워진다. 이로 인해 기술력을 끌어올려 소형화·경량화하는 게 필수적이다. 현재까지 무기로 사용하기에는 출력이 낮은 편이다. 기타 특성으로는 육안 식별이 안 되고(무색), 화약처럼 폭발 소리가 없으며(저소음), 냄새도 나지 않는다(무취).

  
우리도 ADD 중심 개발로 레이저 강국 박차

우리나라는 1990년대 후반부터 국방과학연구소(ADD)를 중심으로 레이저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철판 관통시험에 성공해 실용 가능한 출력을 확보했다.

그러나 화학레이저의 단점인 유해가스 발생으로 개발이 중단됐다. 2008년 고체 레이저 개발로 방향을 전환했고, 효율성과 품질이 우수한 광섬유 레이저 핵심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올해 시험개발에 착수할 예정이다. 단기적으로는 소형 무인기를, 중·장기적으로는 대형 무인기를 격추할 수 있는 출력의 레이저 발진기를 국내 기술로 확보하는 게 목표다.

레이저 광원 기술개발과 함께 무기체계 개발도 병행하고 있다. 특히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드론에 대응하기 위해 ‘안티 드론(Anti Drone)’ 관련 사업에 가속도가 붙었다.

방위사업청은 지난해 레이저 대공무기(Block-Ⅰ) 개발에 착수했으며, 2024년 전력화를 꿈꾸고 있다. 레이저 대공무기 획득전략은 1단계(Block-Ⅰ)로 상용기술을 활용한 고정형 근거리 저속 표적대응체계를 개발한 뒤 기동형 저난도 표적대응체계를 2단계(Block-Ⅱ)로, 기동형 중·고난도 표적대응체계를 3단계(Block-Ⅲ)로 개발하는 것이다.

광섬유 레이저 발진기와 대공무기(Block-Ⅰ) 개발에 성공하면 우리나라는 세계 3대 레이저 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다. 레이저 기술정보는 대부분 비공개여서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미국·독일·영국 등의 수준이 높은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들 선진국보다 투자금액과 인력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연구진의 능력은 미국과 국제공동연구를 수행할 정도로 우수하다. 우리나라가 레이저 광원 원천기술을 확보하면 레이저 강국이 될 것으로 방사청은 기대하고 있다. 윤병노 기자/자료 제공=방위사업청


윤병노 기자 < trylover@dema.mil.kr >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