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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괌 방어’ 집중하는 美… 동맹국 파트너십 무게감

김민정

입력 2020. 05. 31   14:10
업데이트 2020. 05. 31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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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태평양 첨단 전력 위주 증강


中 겨냥 서태평양 작전 요충지
美 인도태평양사, 예산 추가 요청
통합방공미사일방어 시스템 만들고
장거리 정밀타격 능력 확보 나서
동맹 지휘통제체계 강화 이어질 듯   


미국 7함대 소속 인디펜던스급 연안 전투함 가브리엘 기퍼드(앞)가 지난달 25일 남중국해에서 싱가포르 프리깃함과 상호 운용성 향상을 위한 훈련을 하고 있다.  미 인도태평양사령부 제공
미국 7함대 소속 인디펜던스급 연안 전투함 가브리엘 기퍼드(앞)가 지난달 25일 남중국해에서 싱가포르 프리깃함과 상호 운용성 향상을 위한 훈련을 하고 있다. 미 인도태평양사령부 제공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서태평양 지역에 첨단 전력의 무기를 서둘러 배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배치하려는 무기는 극초음속무기 방어 체계, 미사일 방어 체계, 통합방공미사일방어(IAMD), 다중영역임무 부대 등 개발이 진행되는 첨단 전력도 포함돼 있다. 미국이 세계 군사전략에서 서태평양 또는 인도·태평양을 중시하는 정책 방향을 더욱 무게감 있게 실행하고 있다.
미 인도태평양사령부는 오는 10월부터 시작되는 내년도 국방 예산안에 약 16억 달러(약 2조 원)를 추가 요청했다고 뉴욕타임스 등 복수 언론이 지난 4월 보도했다. 이 추가 예산은 2021년부터 2026년도까지의 국방예산안에 인도태평양사령부가 추가로 반영해줄 것을 요구한 200억 달러(24조8000억 원)의 일부다. 인도태평양사령부는 보고서에서 중국을 사실상 지칭하는 잠재적 적성국가가 현상 변경을 시도할 위험성을 높이고 있어서 이에 대한 대처로 2026년까지 연평균 4조 원의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고 의회에 요청했다.

인도태평양사령부가 요청한 금액의 구체적인 사용처는 비밀이다. 그렇지만 인도태평양사령부가 공개된 보고서에서 밝힌 내용을 보면, 이 요청액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끄는 분야는 58억5000만 달러를 배정한 통합군 치사성 향상이다. 이 분야의 내역으로 인도태평양사령부는 우주 기반 고정배치 레이더에 19억 달러, 괌의 방어체계에 16억7100만 달러, 하와이 방어용 레이더에 10억6700만 달러, 장거리 정밀 화력에 10억2700만 달러, 팔라우섬 전술 다목적 초수평선 레이더에 1억8500만 달러를 요청하고 있다.

이들은 첨단 무기에 치중돼 있다. 우주 기반 레이더는 다수의 위성 운용으로 재방문 간격을 짧게 하면서 적성국가의 활동에 대한 상황 인식을 유지하고, 대기 시간이 짧은 표적을 관리하며, 지상과 공중 이동 표적을 지시하는 역할을 한다. 이 레이더 위성은 독자적인 탐지·정찰·표적 추적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서태평양 지역의 다른 탐지수단과 연계해 미사일 방어 등 전반적인 방어 능력을 향상시킨다고 할 수 있다.

괌 지역의 방어체계는 우주 기반 고정 레이더와 직접적 연관이 있다. 인도태평양사령부는 괌에 아직 개발 단계에 있는 전방위 통합방공미사일방어 시스템을 배치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통합방공미사일방어 시스템은 우주 위성과 지상·해상·공중의 각종 탐지·요격 수단을 일체화시켜 공중과 미사일 위협을 방어하는 체계다. 이 체계가 방어하는 대상은 비행기뿐만 아니라 탄도미사일·순항미사일·극초음속무기 등을 망라하고 있다.

미국은 괌을 서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작전 요충지로 여기고 있다. 괌 지역의 방어체계는 중국군이 설정한 제2도련(오가사와라제도-사이판-괌을 잇는 해상선)을 방어하며, 장래에 제1도련(규슈-오키나와-대만-필리핀-보르네오를 잇는 해상선)에 대한 장거리 정밀타격 능력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한다.


● 美 인도태평양사령부가 요청한 첨단무기 예산

우주 기반 고정배치 레이더 19억 달러

괌의 방어체계 16억7100만 달러

하와이 방어용 레이더 10억6700만 달러

장거리 정밀 화력 10억2700만 달러

팔라우섬 전술 다목적 초수평선 레이더 1억8500만 달러



하와이 방어용 레이더는 원래 미사일 방어용으로 도입이 시작됐지만, 이제는 극초음속무기 위협까지 대비하는 레이더를 모색하고 있다.

장거리 정밀 화력은 각 군에서 공격 무기로 채용하고 있는 미사일 등을 가리킨 것이다. 해군의 토마호크 미사일, 공군의 사거리 연장 장거리 미사일(JASSM-ER), 육군의 교차영역 전술 미사일 시스템(CD-ATACMS), 해병대의 고기동 로켓 체계(HIMARS)다. 미 사령부는 이들 능력을 통합하면 통합군의 기동성을 향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미군은 이 과정에서 각 군이 자신의 작전영역만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영역의 작전도 수행하는 합동다중영역작전(Multi-Domain Operation)을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예를 들어, 육군의 다중영역 임무 부대가 최첨단 통신과 정밀유도로켓 등을 활용해 저층 대공 방어와 연안 해상작전 임무를 수행하는 형태다.

미 인도태평양사령부의 이러한 계획은 필립 데이비슨 사령관의 주도로 작성된 ‘우위 탈환’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제시된 것이다. 이 보고서는 강대국 간의 경쟁 현실과 관련해 “유효하고 설득력 있는 재래식 억제력이 없다면,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이익을 차지하기 위해 이 지역에서 대담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따라 인도태평양사령부가 상정하는 목표는 제1도련에서 동맹국가에 대한 적성국가의 공격적 또는 강제적 행동을 억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제1도련에 정밀 타격 네트워크를 갖춘 통합군 배치가 요구된다. 이 통합군은 지상발사 대함미사일과 대공미사일을 보유할 것이 특히 강조되고 있다. 제2도련에서는 괌의 예처럼 통합방공미사일방어 체계가 배치된다. 마지막으로 분산돼 있지만, 지역 안정을 보존하고 필요할 경우 전투 작전을 지속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할 향상된 군사태세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런 내용을 보면, 미 인도태평양사령부의 추가 전력 배치는 중국군의 반접근 지역거부 전략에 맞서 억지력을 강화하려 한다는 것이 분명하다.

이 보고서는 미 인도태평양 지역 통합군의 자체 역량을 강화할 것을 주문하고 있지만, 동맹국과 파트너십 강화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미국이 여기서 주목하고 있는 것은 동맹국과의 상호 운용성·조정을 더욱 촉진하기 위해 향상되고 네트워크된 안보 아키텍처다. 이에 대한 투자는 앞으로 동맹과 파트너십을 한층 강화하는 지휘통제 체계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인도태평양사는 안보 아키텍처로 두 가지 구성 요소를 추진하고 있다. 하나는 ‘미션 파트너 환경(MPE)’이다. 미션 파트너 환경은 클라우드 기반 기술과 통합 시스템, 그리고 보안 접근 제어를 이용해 확실한 지휘·통제·통신을 제공한다. 이것은 전략적인 수준에서 전술적인 수준까지 취급하게 된다. 다른 하나는 다수의 융합센터다. 그 예로는 대테러 정보기구, 오세아니아 융합센터, 인도태평양 해상협조센터가 있다. 상황별 분석 및 컴퓨팅 모델 평가를 통해 미션 파트너 환경을 이용하는 탄력적인 지휘통제 기반시설이다. 미국과 싱가포르는 다른 아세안 5개국, 호주, 뉴질랜드와 다자간 협력으로 대테러 정보 공유에 주안점을 두는 융합센터를 설립하고 있다.

미 인도태평양사령부의 이번 전력 증강 요청은 미·중 대결이 군사 분야에서도 본격화돼 미국이 실제 행동에 나선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 첨단무기 위주의 전력 증강은 그동안 중국군의 군사력 증강이 질적으로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미국의 판단을 보여주고 있으며, 한 단계 앞선 군사태세를 서두르려는 미국의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인도태평양사령부가 의회에 추가 예산 편성을 요청한 것은 이례적이지만,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자주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성 걸 
정치학 박사 
안보정책융합연구소장
김 성 걸 정치학 박사 안보정책융합연구소장


김민정 기자 < lgiant61@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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