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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일 병영칼럼] ‘빡셀수록’ 우리가 얻는 것들

입력 2020. 05. 27   15:37
업데이트 2020. 05. 27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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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찬 일
요리사·칼럼니스트
박 찬 일 요리사·칼럼니스트

 
군 생활이란 사회를 압축적으로 미리 경험해보는 일종의 ‘버추얼(virtual) 체험’ 같은 거로 생각한다. 우리 사회는 대체로 학교를 졸업하고, 남자들은 군대를 다녀오고, 온갖 어려운 입사 준비를 거듭해서 비로소 한 사람의 사회인이 된다. 요즘은 언어연수나 유학을 가는 경우도 많아 사회인이 되는 시간이 점점 늦어진다. 그만큼 내 손으로 벌어먹을 수 있는 단계에 도달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인턴을 빼더라도 갓 입사에 성공해 사원-주임-대리-과장-차장-부장을 달고 지휘권의 핵심이랄 수 있는 이사가 되는 데까지 어마어마하게 오랜 시간이 걸린다. 물론 그 과정에서 직장에서 잘 버텨야 하고, 별 탈 없이 인정받아 순조로운 승진을 한다는 전제에서 그렇다.

이런 구조를 생각해보니, 군대 생활이 젊은이들에게는 참 의미가 있다. 스무 살 무렵에 입대해 그 짧은 기간 안에 사회에서 10년, 20년 걸릴 체험을 해보게 된다. 복무 기간에 협동하고, 인내하고, 상하관계를 조율하며, 지휘를 해보고, 어려운 문제를 돌파해 목적을 달성하는 것은 군에서 얻는 특별한 혜택이다. 사회에서는 아주 오랜 시간이 흘러야 맡을 수 있는 전문적 임무를 군대에서는 훨씬 짧은 시간 안에 부여받는 일이 흔하다. 복무 기간이 짧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군대의 최소 기본조직인 보병 분·소대에서 부분대장이나 분대장 또는 소대장의 책무를 수행한다는 것은 사회로 보면 회사의 영업본부 안의 여러 ‘영업팀’의 부팀장·팀장 역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무한 경쟁 필드에서 ‘전투’를 치르는 사회인의 모습을 우리는 유명 만화 『미생』에서도 간접적으로 본 바 있다. 군대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가상의 훈련을 거듭하고, 사회는 실전이라는 점이 좀 다를 뿐이다. 물론 가상의 훈련이라고만 하기에는 우리 군이 치르는 훈련과 준비태세는 상상 이상의 어려움이 따른다. 그런 걸 일컬어 ‘실전적 훈련’이라고 한다. 육군에 설치된 과학화훈련장의 전투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동료를 잃고 눈물을 흘리는 병사가 있었다. 그런 훈련을 어디 ‘가상’이라고만 할 수 있겠는가. 속칭 ‘요즘 군대는 정말 빡세다’는 말을 들을 만하다. 그런 과정이 여러분의 사회생활에 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요즘 병사와 초급간부들은 미래 준비에 더 적극적이다. 자기 시간을 잘 활용하고, 체력단련도 스스로 한다. 새로운 세대의 진취적인 변화다. 더 많은 것을 복무 기간에 얻으려는 의지도 강해 보인다. 전역 후 사회생활의 어려움 때문일 수도 있다. 과거의 젊은이보다 동시대인은 더 치열한 경쟁을 치러야 하고, 더 좁은 관문을 뚫고 들어가야 한다. 해야 할 공부는 더 많다. 일례로 전문 과정의 매뉴얼은 과거보다 훨씬 더 복잡해지고 두꺼워지고 있다. 사회가 복합적으로 발전하면서 그 연구결과가 학습 과정에 다 반영되기 때문이다. 기성세대로서 여러 가지로 미안하고 안타까운 감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어쩌랴. 그대들이 더 현명해지고 강해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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