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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 한주를열며] 이왕이면 책 한 권!

기사입력 2020. 05. 22   16:42 최종수정 2020. 05. 22   16:55

이 종 원
월간 ‘샘터’ 편집장


책 만드는 일을 업으로 하고 있다 보니 코로나19 여파로 서점 매출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는 얘기가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예상은 했지만, 서점 관계자들에게 듣는 하락 폭이 예상치를 웃돈다. 감염 우려가 적은 ‘비대면(언택트) 소비’가 선호되면서 온라인서점 매출이 20% 남짓 늘었다지만, 몇몇 규모 있는 대형 출판사나 학습서에 국한된 얘기일 뿐 고만고만한 규모의 대다수 출판사나 동네 서점들은 애초부터 별다른 수혜를 기대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코로나19가 촉발한 자영업 위기는 대형 서점과 온라인서점의 틈바구니에서 힘겹게 버텨오던 작은 규모의 동네 서점에도 직격탄이 됐다. 500평 이하 전국 동네 서점 100여 곳이 모인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책방넷)’의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61곳 중 19곳의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41~60%나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상의 심각한 매출 하락을 겪고 있다는 서점도 24곳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서인구 감소로 인한 매출 부진과 고정비 부담 속에서도 ‘문화 지식의 중개상’이라는 자부심으로 버텨오던 동네 서점들에는 각급 학교의 등교 연기로 3월 개학특수를 그냥 날려버린 게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상당수 서점이 폐업 여부를 고민하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일부 전문가들의 전망처럼 운영난을 견디지 못한 수백 개의 동네 서점이 문을 닫을 경우 전체 출판문화산업에 미칠 악영향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한때는 마을 사람들의 ‘문화 사랑방’이나 다름없던 작은 규모의 동네 서점들은 2000년대 들어 독서 유통환경의 변화,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여왔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동네 서점은 모두 1968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 옹진군, 전남 신안군, 경북 영양군·울릉군, 경남 의령군 등 5곳은 아예 서점이 하나도 없는 ‘서점 멸종 지역’으로 조사됐고, 서점이 단 한 곳뿐인 기초지자체도 42곳이나 됐다.

주민들이 나서 생존 위기에 몰린 동네 서점들을 도울 방법은 없는 것일까? ‘긴급재난지원금’이 한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재난기본소득·재난지원금으로 동네 서점에 들러 책 한 권 사보는 것만으로도 지역 서점, 나아가 국내 출판문화산업에 큰 힘을 실어줄 수 있다.

예나 지금이나 책은 미래에 대한 가장 확실하고 안전한 투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송 때의 저명한 문필가 왕안석은 “책을 사느라 들인 돈은 절대 손해가 아니다. 오히려 훗날에 만 배의 이익으로 돌아올 것이다”란 말로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소비자들의 ‘착한 소비’가 권장되는 이때, 무심히 그냥 지나치던 동네 서점에 들러 옆구리에 책 한 권 끼고 나오는 주민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1만 원 남짓한 돈으로 이만큼 넉넉하게 마음의 양식을 채울 수 있는 곳이 어디 그리 흔한가? ‘누이 좋고 매부 좋다’는 속담은 이럴 때 쓰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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