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복싱 히트 앤드 런 전술 강점
수많은 위기 상황서 기막힌 반전
2012년 우메하라 다이고 눌러 주목
EVO 스트리트 파이터 부문 2회 우승
센스 있는 멘트 구사로 장내 쥐락펴락
레슬링 선수 입장 모습 패러디 화제
CEO2018 8강전 선수입장 장면에서 보여준 ‘잠입’ 이선우의 WWE 패러디 신은 여러 게임커뮤니티에서 상당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필자 제공
‘스트리트 파이터 5’에서의 고우키 초필살기인 ‘순옥살’의 마무리 장면. 높은 피해량과 멋진 마무리 포즈, 적용이 어려운 기술로 유명하지만 성공시키면 충분히 임팩트 있는 기술로 이름 높다. 필자 제공
국내에서는 오락실도 예전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고 콘솔게임 이용자도 해외에 비해 적은 비중이다 보니 아무래도 대전격투 게임을 만나보는 것은 e스포츠가 아니면 쉽지 않다. 이용자가 적으니 e스포츠 국제 대회 성적도 별로라고 예상할 수 있지만, 게임 전투민족(?)인 한국이 그리 만만한 것은 아니다.
‘스트리트 파이터’ 분야에서 국내를 넘어 세계구급의 선수를 한 명 꼽으라면 아무래도 ‘잠입’ 이선우 선수일 것이다. ‘스트리트 파이터 4’부터 본격적으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그는 대회에서 ‘스트리트 파이터’ 부문으로 2012년, 2016년 2회 우승을 거머쥐며 한국 격투 게이머의 존재를 세계에 드러낸 첫 선수로 꼽힌다. EVO(Evolution Championship Series) 2012 대회에서는 앞서 소개했던 일본의 강자 우메하라 다이고를 완벽에 가깝게 압살해 내며 전 세계 격투 게이머들의 이목을 끈 바 있었다.
당시 경기에서 ‘잠입’이 펼친 고우키 캐릭터의 초필살기 순옥살은 여러 모로 국내 커뮤니티를 포함한 여러 격투 게임 커뮤니티에서 회자됐는데, 강력한 피해량을 가지고는 있지만 적재적소에 맞춰 넣기 어려운 기술인 순옥살을 ‘잠입’은 다양한 상황에서 100% 의도대로 꽂아넣는 모습을 보여줘 굉장한 눈길을 끌었다.
경기패턴
‘잠입’의 ‘스트리트 파이터’ 플레이에서 가장 뚜렷한 강점은 전략적인 측면에서는 넓은 캐릭터 폭이다. 많게는 수십 개의 캐릭터, 같은 캐릭터라도 기술 설정에 따라 조금씩 스킬사용이 달라지는 ‘스트리트 파이터’ 분야에서 많은 선수가 어쨌든 주력 캐릭터를 잡고 그 캐릭터의 진면목을 활용하며 경기에 임하는 데 비해 ‘잠입’의 캐릭터는 상대적으로 다채로운 픽업 풀을 자랑한다.
‘스트리트 파이터 5’ 시기에 들어오면서부터는 상대적으로 캐릭터 폭이 좁아지는 대신 전술적 측면에서의 스타일인 아웃복싱 히트 앤드 런은 더욱 두드러졌다. ‘잠입’이라는 이름은 격투 게임이 아니라 잠입액션 게임인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에서 가져온 ‘인생은잠입’이라는 ID로 만들어진 것이지만, 실제 격투 게임 속에서도 그는 마치 잠입에 가까운 듯한 접근과 회피를 선보인다.
‘스트리트 파이터’가 좌우로 움직일 수 있는 무대가 한정돼 있다 보니 양 끝에는 이른바 ‘코너’라 불리는 지대가 형성되는데, 보통 이 코너에 몰리는 경우 더 이상 뒤로 빠질 공간이 없어 불리해질 수 있다. ‘잠입’은 이 코너에 몰리는 상황을 기가 막히게 빠져나오거나 반전시키는 모습을 수 차례 보여주며 불리한 상황을 벗어나 전황을 다시 초기화시키면서 자신의 타이밍을 잡아가는 데 탁월한 능력을 선보여 왔다.
위기에서 벗어나는 ‘잠입’의 능력은 고난도의 컨트롤과 커맨드 입력을 요구하는 캐릭터를 통해 더욱 빛난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빠른 손놀림을 통해 제한된 순간적인 입력시간 안에 복잡한 커맨드를 100% 완벽하게 집어넣으면서 언뜻 보기엔 불가능해 보이는 반격기마저도 성공시킴으로써 ‘잠입’의 아웃복싱이 비로소 완성된다. 다루기 어렵기로 유명한 캐릭터 ‘고우키’로 다져진 격투 게임의 기본기는 한 캐릭터가 아니라 넓은 캐릭터 풀 속에서 더욱 상대하기 어려운 선수로 ‘잠입’을 만들어낸다.
이선우 선수. 출처=아프리카TV 화려한 쇼맨십 월드스타급 이미지
실력도 실력이지만 ‘잠입’ 이선우 선수를 이처럼 세계구급의 e스포츠 스타로 끌어올린 것은 특유의 쇼맨십 덕분이었다. 대규모 세계 대회에서도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스타급 게이머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를 교과서처럼 보여준 장면들은 ‘한국에 잠입이 있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알리기에 충분했다.
그를 대표하는 코멘트인 ‘다운로드 컴플리트(Download Complete)’가 대표적이다. 2016년 EVO대회에 참가한 ‘잠입’은 일본의 프로게이머인 ‘후도’ 아이 게이타 선수를 만나 토너먼트에서 패배, 패자조로 내려가고 만다. 패자조 토너먼트에서 승리하고 다시 올라온 ‘잠입’은 결승까지 도달해 결승전 상대로 자신을 이기고 패자조로 내려보낸 ‘후도’를 다시 만나게 된다.
손에 땀을 쥐는 아슬아슬한 명경기를 펼치며 최종 결승전에서 우승한 ‘잠입’은 우승자 인터뷰에서 “후도에게 토너먼트에서 패해 패자조까지 내려갔다가 돌아와 그 후도를 꺾고 우승했는데, 어떤 전략적 변화를 주었나?”라는 질문을 받는다. 이 질문에 ‘잠입’은 별도의 통역을 거부하고 직접 영어로 대답한 것이 바로 “다운로드 컴플리트”다.
보통 격투게임 해설자나 커뮤니티 등에서 밈처럼 쓰이던 이 말은 특정 선수가 전에 보여주던 경기와는 완전히 다른 패턴을 보일 때 쓰는 말로, 마치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새로 다운로드돼 깔린 것처럼 경기 패턴이나 스타일이 완전히 바뀐 것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자신에게 패배를 안겼던 후도를 결승전에서 다시 만나 완벽하게 제압했다는 사실을 가리키는 이 센스 넘치는 멘트에 장내가 모두 열광했고, ‘잠입’ 이선우를 상징하는 말로 ‘다운로드 컴플리트’가 남기도 했다.
그 밖에도 캡콤프로투어 CEO2018에서는 8강전 선수입장 때 미국 WWE프로레슬링의 유명 선수였던 발 비너스 선수 특유의 허리에 수건을 매고 나오는 입장 신을 패러디하며 북미 전역에서 상당한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본인 스스로가 WWE프로레슬링 마니아이기도 했겠지만 대회 자체가 레슬링의 링처럼 구현된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점을 고려한 탁월한 쇼맨십 프로모션인 점을 생각해 본다면 ‘잠입’이라는 선수가 가진 쇼맨십이 프로 선수로서 얼마나 큰 자산인지를 알 수 있다.
경기 외적인 측면에서 여러 가지 잡음이 있다는 단점을 제외한다면 비록 최근 들어 기량이 하락하고 있다는 평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잠입’ 이선우는 한국에서는 독보적인 격투 게임 플레이어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선수임에는 분명하다.
아웃복싱 히트 앤드 런 전술 강점
수많은 위기 상황서 기막힌 반전
2012년 우메하라 다이고 눌러 주목
EVO 스트리트 파이터 부문 2회 우승
센스 있는 멘트 구사로 장내 쥐락펴락
레슬링 선수 입장 모습 패러디 화제
CEO2018 8강전 선수입장 장면에서 보여준 ‘잠입’ 이선우의 WWE 패러디 신은 여러 게임커뮤니티에서 상당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필자 제공
‘스트리트 파이터 5’에서의 고우키 초필살기인 ‘순옥살’의 마무리 장면. 높은 피해량과 멋진 마무리 포즈, 적용이 어려운 기술로 유명하지만 성공시키면 충분히 임팩트 있는 기술로 이름 높다. 필자 제공
국내에서는 오락실도 예전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고 콘솔게임 이용자도 해외에 비해 적은 비중이다 보니 아무래도 대전격투 게임을 만나보는 것은 e스포츠가 아니면 쉽지 않다. 이용자가 적으니 e스포츠 국제 대회 성적도 별로라고 예상할 수 있지만, 게임 전투민족(?)인 한국이 그리 만만한 것은 아니다.
‘스트리트 파이터’ 분야에서 국내를 넘어 세계구급의 선수를 한 명 꼽으라면 아무래도 ‘잠입’ 이선우 선수일 것이다. ‘스트리트 파이터 4’부터 본격적으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그는 대회에서 ‘스트리트 파이터’ 부문으로 2012년, 2016년 2회 우승을 거머쥐며 한국 격투 게이머의 존재를 세계에 드러낸 첫 선수로 꼽힌다. EVO(Evolution Championship Series) 2012 대회에서는 앞서 소개했던 일본의 강자 우메하라 다이고를 완벽에 가깝게 압살해 내며 전 세계 격투 게이머들의 이목을 끈 바 있었다.
당시 경기에서 ‘잠입’이 펼친 고우키 캐릭터의 초필살기 순옥살은 여러 모로 국내 커뮤니티를 포함한 여러 격투 게임 커뮤니티에서 회자됐는데, 강력한 피해량을 가지고는 있지만 적재적소에 맞춰 넣기 어려운 기술인 순옥살을 ‘잠입’은 다양한 상황에서 100% 의도대로 꽂아넣는 모습을 보여줘 굉장한 눈길을 끌었다.
경기패턴
‘잠입’의 ‘스트리트 파이터’ 플레이에서 가장 뚜렷한 강점은 전략적인 측면에서는 넓은 캐릭터 폭이다. 많게는 수십 개의 캐릭터, 같은 캐릭터라도 기술 설정에 따라 조금씩 스킬사용이 달라지는 ‘스트리트 파이터’ 분야에서 많은 선수가 어쨌든 주력 캐릭터를 잡고 그 캐릭터의 진면목을 활용하며 경기에 임하는 데 비해 ‘잠입’의 캐릭터는 상대적으로 다채로운 픽업 풀을 자랑한다.
‘스트리트 파이터 5’ 시기에 들어오면서부터는 상대적으로 캐릭터 폭이 좁아지는 대신 전술적 측면에서의 스타일인 아웃복싱 히트 앤드 런은 더욱 두드러졌다. ‘잠입’이라는 이름은 격투 게임이 아니라 잠입액션 게임인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에서 가져온 ‘인생은잠입’이라는 ID로 만들어진 것이지만, 실제 격투 게임 속에서도 그는 마치 잠입에 가까운 듯한 접근과 회피를 선보인다.
‘스트리트 파이터’가 좌우로 움직일 수 있는 무대가 한정돼 있다 보니 양 끝에는 이른바 ‘코너’라 불리는 지대가 형성되는데, 보통 이 코너에 몰리는 경우 더 이상 뒤로 빠질 공간이 없어 불리해질 수 있다. ‘잠입’은 이 코너에 몰리는 상황을 기가 막히게 빠져나오거나 반전시키는 모습을 수 차례 보여주며 불리한 상황을 벗어나 전황을 다시 초기화시키면서 자신의 타이밍을 잡아가는 데 탁월한 능력을 선보여 왔다.
위기에서 벗어나는 ‘잠입’의 능력은 고난도의 컨트롤과 커맨드 입력을 요구하는 캐릭터를 통해 더욱 빛난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빠른 손놀림을 통해 제한된 순간적인 입력시간 안에 복잡한 커맨드를 100% 완벽하게 집어넣으면서 언뜻 보기엔 불가능해 보이는 반격기마저도 성공시킴으로써 ‘잠입’의 아웃복싱이 비로소 완성된다. 다루기 어렵기로 유명한 캐릭터 ‘고우키’로 다져진 격투 게임의 기본기는 한 캐릭터가 아니라 넓은 캐릭터 풀 속에서 더욱 상대하기 어려운 선수로 ‘잠입’을 만들어낸다.
이선우 선수. 출처=아프리카TV 화려한 쇼맨십 월드스타급 이미지
실력도 실력이지만 ‘잠입’ 이선우 선수를 이처럼 세계구급의 e스포츠 스타로 끌어올린 것은 특유의 쇼맨십 덕분이었다. 대규모 세계 대회에서도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스타급 게이머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를 교과서처럼 보여준 장면들은 ‘한국에 잠입이 있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알리기에 충분했다.
그를 대표하는 코멘트인 ‘다운로드 컴플리트(Download Complete)’가 대표적이다. 2016년 EVO대회에 참가한 ‘잠입’은 일본의 프로게이머인 ‘후도’ 아이 게이타 선수를 만나 토너먼트에서 패배, 패자조로 내려가고 만다. 패자조 토너먼트에서 승리하고 다시 올라온 ‘잠입’은 결승까지 도달해 결승전 상대로 자신을 이기고 패자조로 내려보낸 ‘후도’를 다시 만나게 된다.
손에 땀을 쥐는 아슬아슬한 명경기를 펼치며 최종 결승전에서 우승한 ‘잠입’은 우승자 인터뷰에서 “후도에게 토너먼트에서 패해 패자조까지 내려갔다가 돌아와 그 후도를 꺾고 우승했는데, 어떤 전략적 변화를 주었나?”라는 질문을 받는다. 이 질문에 ‘잠입’은 별도의 통역을 거부하고 직접 영어로 대답한 것이 바로 “다운로드 컴플리트”다.
보통 격투게임 해설자나 커뮤니티 등에서 밈처럼 쓰이던 이 말은 특정 선수가 전에 보여주던 경기와는 완전히 다른 패턴을 보일 때 쓰는 말로, 마치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새로 다운로드돼 깔린 것처럼 경기 패턴이나 스타일이 완전히 바뀐 것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자신에게 패배를 안겼던 후도를 결승전에서 다시 만나 완벽하게 제압했다는 사실을 가리키는 이 센스 넘치는 멘트에 장내가 모두 열광했고, ‘잠입’ 이선우를 상징하는 말로 ‘다운로드 컴플리트’가 남기도 했다.
그 밖에도 캡콤프로투어 CEO2018에서는 8강전 선수입장 때 미국 WWE프로레슬링의 유명 선수였던 발 비너스 선수 특유의 허리에 수건을 매고 나오는 입장 신을 패러디하며 북미 전역에서 상당한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본인 스스로가 WWE프로레슬링 마니아이기도 했겠지만 대회 자체가 레슬링의 링처럼 구현된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점을 고려한 탁월한 쇼맨십 프로모션인 점을 생각해 본다면 ‘잠입’이라는 선수가 가진 쇼맨십이 프로 선수로서 얼마나 큰 자산인지를 알 수 있다.
경기 외적인 측면에서 여러 가지 잡음이 있다는 단점을 제외한다면 비록 최근 들어 기량이 하락하고 있다는 평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잠입’ 이선우는 한국에서는 독보적인 격투 게임 플레이어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선수임에는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