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워리어 플랫폼을 말하다

[워리어 플랫폼을 말하다]⑤ 기동성 강화 - 전투화·착용형 로봇·낙하산

맹수열

입력 2020. 05. 21   17:17
업데이트 2023. 08. 24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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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을 능가하는 기동성을 갖춘다면 전장에서 우위를 점하기가 더 쉬워진다. 세계 각국이 현대전의 핵심 장비인 기계화 장비는 물론 전투원 개인의 기동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우리 군 역시 전투원의 기동성 강화를 위한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개인 전투원의 원활한 전투 수행을 돕기 위한 워리어플랫폼의 요구 능력 가운데 기동성 강화가 포함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국방기술품질원 전력지원체계연구센터 김성도(육군중령·공학박사) 전력지원체계연구2팀장은 “전투원의 기동성 강화를 위해 보행 분석과 다양한 연구를 통한 전투화 개발, 착용형 로봇에 대한 새로운 개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팀장은 또 현재 워리어플랫폼의 구성 품목에는 포함돼 있지 않지만, 다차원의 전장환경 가운데 하나인 공중으로의 기동을 통해 지형적 제약을 극복하는 수단인 낙하산에 대한 심층적 연구 역시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글=맹수열 기자

자료 제공=기품원 전력지원체계연구센터 김성도 전력지원체계연구2팀장


기동성과 직결되는 품목, 전투화
조종사용 조종화 등 노하우 축적
전투동작 분석 위한 장비 도입 예정
작전 중 미끄러짐·방한 문제 등
개선 요구 지속적 관심 가져야



 기동성의 정의와 중요성


기동성(Maneuverability)은 전투원이 얼마나 짧은 시간 안에 특정 지역으로 이동·기동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척도다. 김 팀장은 “공격과 방어로 구성된 군사작전에는 각각의 원칙과 준칙이 존재하는데 기동은 주로 공격작전 중 공격 기세 유지와 연관된 전투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기동은 방어작전에도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소부대 전투에서 기동은 주로 공격작전의 기세를 유지하기 위한 핵심 요소로 구분된다. 

김 팀장은 “현재 군사교리를 바탕으로 공격작전 중 개인 전투원에게 부여되는 과업을 유추해 볼 때 각 전투원은 팀, 분대, 소대 등의 일부로 전투대형을 유지한 가운데 사격과 기동으로 적에게 접근, 근접전투로 적을 격멸하고 중요 지역을 확보한다”고 말했다. 이는 전투원이 적보다 빠르게 기동한다면 적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기 때문에 전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는 분석으로 이어진다. 기동성이 중요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기동과 가장 밀접한 연관이 있는 전술적 고려 요소는 ‘지형(Terrain)’이다. 도시와 사막에서의 기동을 비교해 보자. 사막에서의 보행은 도시에 비해 하체 안정성이 낮기 때문에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자세가 낮아지고 상체는 지나치게 앞으로 굽혀지는 등 어색한 자세를 취하게 된다. 활동 제약이 생기는 셈이다.

이제 이런 요소를 한반도에 적용해 보자. 한반도 작전지역의 80% 정도는 해발 600~2500m의 험준한 산악이다. 지형을 극복하기 위한 기술적 난제가 산적한 것은 분명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 군은 이런 난제를 극복하기 위한 연구를 멈추지 않고 있다.


기동성 기초연구 ‘보행분석’


기동은 전술보행, 약진, 포복, 행군 등으로 달성된다. 이 가운데 각 나라가 병사체계 기동성 강화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분야는 보행분석 분야다.

보행분석은 피실험자가 실험실에서 정해진 속도로 보행할 때 보폭, 보행 주기, (주로 골반 아래 하체) 근육과 관절의 움직임·힘 등을 측정해 분석하는 기초연구다.

김 팀장에 따르면 미국은 현재 전투원의 보행 패턴을 입체적으로 분석해 보행이 전투원의 인체에 미치는 영향성 등을 분석하고 있다.

김 팀장은 “미군의 경우 행군 교범이 따로 마련돼 있을 정도로 개인 전투기술에 관한 기초연구와 교리가 탄탄하다”며 “교리에따르면 행군 시 평지에서는 45분 동안 이동하고 15분 휴식하기를 반복하며 임무에 따라 하루 20~32㎞ 거리를 5~8시간에 걷도록 돼 있다”고 전했다.

그는 각종 자료를 토대로 행군 과정에서 전투원의 전투활동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김 팀장은 먼저 미군의 신체조건을 고려할 때 평균 보폭은 70~80㎝로 산출했고 보속은 초당 2회로 분당 120걸음을 걷는 것으로 봤다.

이는 1초에 1.5~1.6m의 보행속도로 환산할 수 있는데 교리에서 제시하는 45분(2700초)의 보행을 통해 행군의 단위 시간당 목표인 4㎞를 달성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이런 보행분석 결과는 군수품 획득의 시험평가 기준으로 적용된다. 김 팀장은 “예를 들어 전투화를 개발할 때 굴곡시험 주기를 초당 1회로 설정하는 등의 기준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기동성 강화 위한 구성 품목 연구


워리어플랫폼의 구성 품목 가운데 기동성과 직결되는 품목은 전투화다. 국방기술품질원 전력지원체계연구센터는 그동안 육군 궤도차량 승무원용 전투화, 해군 승조원용 함상화, 공군 조종사용 조종화 등에 대한 기술조사·분석과 연구개발 등을 통해 기술적 노하우를 원활히 축적하고 있다. 김 팀장은 올해와 내년에는 전투동작의 특성을 분석하기 위한 연구장비가 도입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는 센터가 설립 당시 벤치마킹했던 미국의 모습에 점점 더 가까워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심어주고 있다. 

김 팀장에 따르면 현재 사용 중인 전투화에 대한 만족도는 워리어플랫폼 구성 품목 가운데 상대적으로 나쁘지 않다는 분석이다. 그는 “다만 기동이 중심이 되는 공격작전 중 미끄러짐, 정적인 경계·감시 활동이 중심이 되는 방어작전 중 방한 문제 등 개선 소요 요구에는 계속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레이시언사(社)가 공개한 착용형 로봇 SARCOS. 출처=레이시언 홈페이지
미국 레이시언사(社)가 공개한 착용형 로봇 SARCOS. 출처=레이시언 홈페이지



기동능력의 혁신 ‘착용형 로봇’


김 팀장은 장기적으로 워리어플랫폼에는 착용형 로봇(Exoskeleton)이 고려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하지 근력 증강을 위한 착용형 로봇을 입고 거침없이 전장을 질주하는 전투원은 ‘기동 능력의 혁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엑소스켈리턴(Exoskeleton)은 원래 ‘외골격’을 뜻하는 단어다. 하지만 국방 분야에서는 ‘착용형 로봇’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김 팀장은 “대상체계의 개략적인 형상과 개념을 고려하면 완전히 틀린 표현은 아니지만, 엄밀히 따지면 생물학 등에서 사용하는 ‘외골격’으로 보는 것이 조금 더 개념의 폭을 넓히고 본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착용형 로봇이 앞으로 각광 받을 과학기술 영역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김 팀장은 “군의 전투실험 결과나 국내 기술 수준 등을 고려할 때 아직은 착용형 로봇의 군사적 적용을 적극적으로 판단하기에 다소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착용형 로봇 운용을 위해서는 개인 전투 수행 개념 발전도 병행돼야 하는데 장거리 도보 등 지금의 교리가 미래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것인지는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김 팀장은 “기술의 발전과 전투개념 발전이 함께 이뤄지지 않는다면 최신 기술을 고대 마라톤 전투 개념에 적용하는 ‘기술과 개념의 부정교합’이 생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인체와 기계의 조화 문제도 있다. 그는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전제를 두면서도 “최근 MIT나 하버드대 연구진과 인터뷰해본 결과 인간에게 로봇을 입히는 웨어러블 기반의 접근 방법은 정상적인 인체가 가지는 최적화된 메커니즘에 방해 요인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상적인 신체 기능 발휘가 어려운 재활 분야에서 착용형 로봇이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착용형 로봇을 군사 분야에 적용해 기동성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운다면 새로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김 팀장은 “굳이 웨어러블 개념으로 접근하기보다는 휴머노이드 형태의 기동장비에 전투원이 탑승해 탑승자의 생체정보를 토대로 유기적인 인터페이스를 구축하는 방향이 기술적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용이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착용형 로봇이라는 용어가 조금 불편하게 들리는 이유는 기획자들을 ‘입어야 한다’는 사고의 틀에 갇히도록 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하면서 “이 강박에서 벗어나야 초기 단계부터 적정한 목표 성능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낙하산, 지상 지형 제약 극복
美, 화물용·정밀투하용 등
용도별 광범위한 연구
‘다영역작전’ 능력 확보 


원단의 공기투과도·강하속도 등
공력 특성·소재 관련
항공역학 중심의 전문적 연구 필요

 

하지근력 증강 로봇, 혁신
외골격으로 개념의 폭 넓혀
‘입는다’는 틀 벗어나
기동장비 탑승하는 방향으로…
기술과 전투개념 발전 병행돼야

 

 

낙하산은 현재 워리어플랫폼 구성 품목에 포함돼 있지 않지만 다차원 전장이 될 미래전에서 공중투하의 핵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공군 C-130 수송기에서 투하된 화물의장들이 낙하산을 이용해 하강하는 모습. 양동욱 기자
낙하산은 현재 워리어플랫폼 구성 품목에 포함돼 있지 않지만 다차원 전장이 될 미래전에서 공중투하의 핵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공군 C-130 수송기에서 투하된 화물의장들이 낙하산을 이용해 하강하는 모습. 양동욱 기자


개인전투 기동개념의 발전 ‘공중투하’

전투원의 기동성 강화를 위한 미국의 또 다른 연구로는 공중투하가 있다. 미국은 대인용 낙하산은 물론 화물용 낙하산, 정밀투하용 낙하산, 산체(Canopy)의 형상별 공력 특성, 무인항공기를 활용한 공중투하 등 광범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김 팀장은 “이는 미군이 현대화 전략에서 지향하는 다영역작전(Multi-domain Operation) 능력의 확보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낙하산은 사실 워리어플랫폼 구축에서는 큰 관심 영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워리어플랫폼의 운용 환경은 지·해·공을 넘나드는 다차원 전장환경이 될 것이고 지상기동에 따른 지형 제약을 극복하는 가장 효과적인 대안 가운데 하나가 공중투하”라고 강조한 뒤 “워리어플랫폼의 구성 품목에는 포함돼 있지 않지만, 낙하산의 유형별 공력 특성이나 소재 등에 대한 연구와 관심은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김 팀장에 따르면 아직 낙하산에 대한 군의 소요는 식별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전력지원체계연구센터는 특수섬유 분야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낙하산에 사용되는 산체 원단의 공기투과도가 낙하산의 산개 조건, 강하 속도, 항력 등에 미치는 영향성에 대한 자체 문헌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낙하산에 대한 추가 연구는 항공역학을 중심으로 한 전문성이 필요한 만큼 분석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국방전력발전업무훈령에 따라 대인용 낙하산은 전력지원체계로 분류돼 있고 미래 전투원 기동성 강화에 꼭 필요한 기술적 기반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속적인 연구가 있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맹수열 기자 < guns13@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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