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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린 4강(美·中·러·日) 이해 속 거시·포괄적 통일론 제시

입력 2020. 05. 08   17:26
업데이트 2020. 05. 10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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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통일 왜 어려운 일일까?


공식적으론 남북통일에 반대 않지만 ‘우호적 관계’ 확신 못해
中·러는 통일 후 미군 압록강·두만강 부근 전개 가능성 우려
통일한국 '중립국 방안' 주변국 모두의 이익 만족시키진 못해



곽태환·주승호 편저 『하나의 코리아: 남북통일 비전』(Tae-Hwan Kwak·Seung-Ho Joo. 2016. 『One Korea: Visions of Korean unification』, Routledge·미번역)


지난달 21일 오후 인천 강화군 평화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유정동 마을 인근 들녘에 북한군 초소 너머로 트랙터가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1일 오후 인천 강화군 평화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유정동 마을 인근 들녘에 북한군 초소 너머로 트랙터가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전후 독일은 전쟁 도발에 대한 책임 차원에서 분단됐다. 반면에 한반도는 전쟁 도발과 무관하게 분단됐다. 그 후 여타 모든 분단국이 통일된 반면 한반도는 아직 통일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통일이 쉽지 않아 보인다. 왜 그럴까? 이 책에 기고한 논문에서 재미 한국인 교수 주승호는 미국·일본·중국 및 러시아라는 주변 4강 모두가 남북통일에 극구 반대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들이 남북통일에 반대하는 주요 이유는 한반도가 분단된 이유와 동일하다. 패권경쟁 측면에서 한반도의 중요성 때문이다. 이 책은 크게 2개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첫 번째 부분은 남북통일 결과에 많은 영향을 받는 한국·미국·중국·러시아 및 일본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남북통일에 관한 자국의 관점이다. 두 번째 부분은 남북통일에 관한 이들의 상호 대립적인 관점을 반영한 중립국 통일 방안이다.


남북통일에 관한 주변국 관점


이 책에 논문을 기고한 한국·미국·중국·러시아 및 일본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주변 4강은 공식적으로는 남북통일에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주변 4강 모두 전반적으로 한반도 현상 유지를 선호한다. 이는 결국 남북통일에 반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주요 이유는 통일한국의 정치 및 외교적 성향이 자국에 우호적일 것으로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략적 측면에서 보면 한반도는 적의 침략을 저지하기 위한 장애물 역할과 더불어 주요 적국을 겨냥해 진격하기 위한 발판 역할을 할 수 있다. 중국은 한반도를 주로 전자 측면에서 생각했던 반면 미국·일본 및 러시아는 두 가지 측면 모두에서 생각했다. 이들 주변국은 한반도에 대한 모든 영향력이 자국 입장에서 적성국에 넘어가면 결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중국과 러시아는 통일한국이 미국 및 일본과 자국의 관계 측면에서 우호적이거나 적어도 중립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통일한국이 미국 및 일본에 우호적인 국가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통일한국에 미군이 주둔하면 결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한·미·일 3각 동맹을 최악의 상황으로 생각한다. 반면 미국과 일본은 통일한국이 자국에 우호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통일 이후에도 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미·일 3각 동맹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중국과 러시아는 통일 이후에도 한반도에 미군이 주둔할 가능성을 심각히 우려하고 있다. 특히 압록강과 두만강 부근으로 미군이 전개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반면에 미국과 일본은 통일 이후 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하지 못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이들 국가의 이 같은 우려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한다. 통일한국의 성향에 관해 장담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들 국가는 남북통일보다는 현상 유지가 더 바람직한 것으로 생각한다.

이들 국가가 선호하는 통일한국의 모습이 이들 국가가 선호하는 한반도 통일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통일방식은 무력통일, 흡수통일, 대화와 교류를 통한 평화통일이란 세 가지 방안이 있다. 무력통일은 주변국 모두가 반대한다는 사실과 피해가 엄청날 것이란 점에서 고려할 수 없다. 중국과 러시아는 흡수통일에 반대하는 반면 평화통일을 선호한다. 반면에 미국은 평화통일에 반대하는 반면 흡수통일을 선호한다. 주요 이유는 북한을 흡수통일한 이후 한미동맹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은 반면 ,평화통일 과정에서는 미군이 한반도에서 철수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중국이 1997년 이후 매년 북한에 일정 규모의 유류와 식량을 무상 제공하는 것은 남한이 북한을 흡수통일하는 걸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문제를 놓고 중국과 대립해야 하는 일본은 오늘날 미일동맹을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미국은 미일동맹과 한미동맹을 동전의 양면으로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일본은 한미동맹 지속 유지 차원에서 미국과 마찬가지로 한반도 긴장 완화, 특히 남북한 평화통일 노력에 반대해야 하는 입장이다. 일본은 남북한 긴장 조성을 통해 한·미·일 3각 동맹을 결성하고, 이 동맹이 중국을 겨냥해 사용될 수 있기를 염원하고 있다.


남북통일 방안

앞에서 보인 바처럼 남북통일에 관해 주변국들이 견지하고 있는 관점은 너무나 대립적이다. 이 같은 점에서 이 책에 글을 기고한 10명의 저자들은 관련국들이 분명히 공유하는 로드맵은 물론이고 주요 4강의 긴밀한 상호협조가 없으면 남북통일이 매우 어려운 일일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이 같은 측면에서 이 책에서는 고려민주연방공화국이란 북한의 통일 방안과 한민족공동체란 한국의 통일 방안 간의 주요 차이를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북한의 통일 방안에서는 현재의 남한정부 해체, 주한미군 철수 등 적어도 5개의 사전 조건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들 조건은 한국이 수용할 수 없는 성격이다.

따라서 저자는 상호모순적인 북한과 남한의 남북통일 방안을 뛰어넘을 뿐만 아니라 남북통일에 관한 주변 4강의 우려, 특히 중국과 러시아의 우려를 완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중립국 통일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이 같은 중립국 통일방안에서는 먼저 남북한 모두 극단적인 사고와 적대적인 정책을 완화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경주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 조치로 인해 국가적 차원에서의 화합, 이익의 조화, 궁극적으로 남북한 평화가 조성되면서 평화통일을 겨냥한 여정이 순조로워질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하고 있다. 통일한국은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중립국 상태를 유지할 것이며, 균형감 있는 외교 및 안보 정책을 추구할 것이다. 이 같은 기본 개념에 입각해 이 책에서는 5단계의 중립국 통일방안을 염두에 둔 구체적인 행위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지정학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중립국 남북통일에 관한 이들 저자의 주장은 몇몇 문제가 있다. 첫째 이 방안의 첫 번째 단계에서는 1953년의 한반도 정전협정을 미국, 중국, 남한과 북한이 서명하는 평화협정으로 대체할 것과 북한 비핵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한미 양국 정부의 북한 비핵화 노력에서 보듯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문제와 그에 따르는 북한 비핵화 과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몇몇 저자가 주장하듯이 평화협정 체결이 미군의 한반도 주둔 명분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비핵화 이후의 한반도 세력 불안정성 가능성을 고려해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이고 미국 또한 북한 비핵화를 부차적인 문제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둘째, 저자들은 중립화돼 있는 통일한국이 주요 4강의 이익과 부합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중립국 통일방안은 한반도를 특정 국가, 특히 미국이 주도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중국과 러시아의 이익과 부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통일 이후에도 한반도에 미군의 지속적인 주둔을 원하고 있는 미국의 이익과 부합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은 한반도 중립국화로 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하지 못하는 경우 주일미군 또한 유지할 수 없게 되면서 미국의 방어선이 대거 후퇴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한다.

셋째, 남한과 북한이 상이한 이념과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한반도 차원의 민주적 선거를 통해 중립적이고도 비무장돼 있는 통일한국을 출현시킬 수 있을 것이란 주장은 지나치게 이상적인 발상일 수 있다.

통일한국의 모습과 관련해 생각할 수 있는 방안에는 중립국, 자주국가, 동맹국가 다시 말해 특정 국가와 동맹을 체결한 국가라는 세 가지가 있다. 자주적인 통일한국 또는 특정 국가와 동맹을 체결한 통일한국이 주변 4강을 불안하게 할 수 있는 형태란 점에서 중립국 방안은 남북통일 측면에서 생각 가능한 최상의 방안일 수 있을 것이다. 이 같은 중립국 방안 또한 주변국 모두의 이익을 충족시킬 수 없는데, 이는 주변 4강에게 패권경쟁이 중요하고 패권경쟁 측면에서 한반도가 중요하기 때문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거시적이고도 포괄적인 시각에서 남북통일을 논하고 있다는 강점이 있다.


권 영 근 
한국국방개혁연구소장
권 영 근 한국국방개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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