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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안보·국제협력’ 기존 질서 균열 불가피

기사입력 2020. 05. 08   17:29 최종수정 2020. 05. 10   10:03

포스트 코로나 세계, 국제정세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거리두기·국경봉쇄 등으로 글로벌 연대 아닌 단절 가속화 전망
미·중 경쟁 심화…무역합의·서태평양 주도권 등 긴장 요인 산재
WHO 등 국제기구도 강대국 갈등 영향으로 제 기능 발휘 난망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그는 지난 3월 11일(현지시간) 열린 언론브리핑에서  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다. 이후 전세계적으로 급격하게 확진자가 늘면서 팬데믹 선언이 적기에 이뤄지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사피엔스』의 저자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코로나19로 인해 글로벌 위기를 맞고 있는데 이는 우리 세대가 겪고 있는 가장 큰 위기일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당면한 위협을 극복할 수 있는 당장의 선택도 중요하지만 그러한 선택으로 인해 발생할 장기적인 결과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즉, 코로나19가 지나간 자리에 어떠한 세계가 나타날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 발병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중국 본토와 주변국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코로나19 사태는 3월 이후 유럽과 미국으로까지 확산하면서 세계적인 대유행(pandemic) 단계로 접어들었다. 존스홉킨스대가 제공하는 코로나19 상황판에 따르면 지난 6일 현재 전 세계적으로 360만 명 이상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25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이 중 피해 규모가 가장 큰 국가는 미국으로 120만 명 이상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7만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바이러스라는 보이지 않는 위협에 전 세계가 고통받고 있다.

이러한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수습될지 알기 어려운 불확실성과 대규모의 사망자로 인한 공포로 국제정세의 변화는 불가피할 것이다. 개인은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그동안 향유해 왔던 일상의 생활양식을 바꾸고 있다. 정부는 도시를 봉쇄하거나 사람의 이동을 제한하고 감시하는 조치가 가능한 권위를 부여받고 있다. 국가는 코로나19 위협으로부터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지 국가안보의 개념을 재정의해야 하는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 아래 포스트 코로나 세계에 대한 다양한 담론이 생산되고 있다. 필자는 그중에서도 탈세계화, 미·중 경쟁 그리고 글로벌 거버넌스라는 세 가지 주제를 가지고 국제정세가 어떻게 변화할지 그 변화의 폭과 범위를 가늠해보고자 한다.


포스트 코로나 세계 1. 탈(脫)세계화

탈세계화는 상품과 서비스 교역, 인적 교류를 정체하거나 중지해서 국제사회의 통합을 늦추는 현상이다. 이는 세계화의 역방향으로 국제사회의 단절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국가주의적 담론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탈세계화 논쟁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을 중심으로 전개됐다.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 트럼프 행정부의 기후협약 탈퇴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코로나19 사태는 이러한 탈세계화의 흐름을 더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는 개인, 국가, 세계의 정지상태(standstill)를 가져왔다. 제조, 여행, 숙박, 항공, 해운 등 주요한 산업에 영향을 미치면서 전 세계적인 생산 및 소비시장을 셧다운시켰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국경이라는 장막을 다시 세우도록 하고 있으며 정부의 방역 및 봉쇄 조치는 단절을 일상화시키고 있다. 세계화를 통한 지난 수십 년의 경험과는 반대로 코로나19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서는 사람들 간의 연계를 단절시키고 사람과 사람을 분리하는 현실적인 방안이 가장 유효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시민들은 정부에 의존하고 기업은 미래의 취약성을 줄이기 위해 세계화로부터 후퇴하는 게 바람직한 선택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 이러한 선택은 유발 하라리의 우려대로 글로벌 연대가 아닌 글로벌 분열을 조장하게 되면서 탈세계화를 추동할 개연성을 높일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세계 2. 미·중 경쟁

탈세계화와 유사하게 코로나19 사태가 미·중 간 탈동조화(decoupling)도 가속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20년 6월 이후 코로나19 사태가 재빠르게 수습된다면 코로나19 이전으로 되돌아가고자 하는 회복력이 커질 수 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의 경제회복은 지연되는 반면 중국이 경제활동 재개에 따라 GDP 성장률을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하게 된다면 미·중 간 정치적·경제적 균열은 점점 벌어질 것이다.

미국은 중국에 대해 지식재산권 갈취, 기술이전 강요, 국가자본주의 등을 활용해 국제무역질서 내에서 불공정한 이익을 향유해 왔다는 비판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올 1월 중국과 체결한 1단계 무역합의에 대한 충실한 이행을 강조할 것이다. 즉, 중국이 2년간 미국으로부터 농산물, 공산품, 서비스, 에너지 분야에서 약 2000억 달러 규모의 제품을 구입하기로 합의한 만큼 미국은 중국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박을 늦추지 않을 개연성이 높다.

게다가 미국 항공모함 내에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군 준비태세에 대한 문제가 지적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서태평양으로 랴오닝함이 이끄는 항모전단을 전개하는 등 지정학적 긴장도 지속되고 있다. 그리고 중국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의료 및 물자지원을 대외적으로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은 중국에게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는 등 양국 간 외교적인 갈등도 전개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세계 3. 글로벌 거버넌스

미·중 경쟁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전개되고 있다. 글로벌 거버넌스란 세계 공동관심사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유엔, 국제기구, 초국적 기업,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국제적 협력을 의미한다. WHO는 보건 분야에 있어 글로벌 거버넌스를 주도해온 국제기구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사태 이후 글로벌 대응 업무의 중심이 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중국에서 바이러스가 발생한 뒤 WHO의 관리 실패로 확산을 제어하지 못했다면서 자금 지원 중단을 선언했다. 그 배경에는 WHO의 팬데믹 선언이 적기에 이뤄지지 못했고 중국 정부의 초기 대응에 지나치게 온정적이었다는 비판이 존재한다.

세계화의 균열과 강대국 정치의 균열이 동시에 글로벌 거버넌스에 영향을 미치면서 전 세계적인 협력이 필요한 공동의 문제로서 코로나19를 해결해야 하는 WHO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보건안보협력에 대한 필요성은 인지하면서도 WHO를 중심으로 하는 의미 있는 공동 대응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3월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은 화상회의를 통해 ‘바이러스는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 이를 퇴치하기 위해서는 연대 정신에 입각한 국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라는 공동성명을 채택함으로써 국제협력의 공백을 메울 수 있었다.

국제경제질서에서 진행되는 탈세계화 논쟁과 국제안보질서의 변화를 가져오는 미·중 경쟁의 심화는 포스트 코로나 세계에서도 지속될 것이다. 그러한 과정에서 감염병은 국제사회가 해결해야 하는 공동 위협으로 계속 등장할 것이다. 시민과 지역사회, 그리고 글로벌 공동체에 대한 고려가 우선돼야 할 시점이다.


조 은 일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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