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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10시간 재봉기 돌려 마스크 9700장 장병에게

안승회

입력 2020. 04. 21   16:47
업데이트 2020. 04. 21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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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극복 현장에서 <5> 해군군수사령부 보급창 병참지원대 피복·세탁팀 조미혜 군무주무관


인터넷으로 제작법 직접 찾아 익혀
위기경보 ‘심각’ 단계 격상 소식에
부산진시장으로 달려가 원단 확보
15명 동료와 야근에 주말도 반납
“장병들 고맙다는 말에 피로 눈 녹듯” 


해군군수사령부 보급창 병참지원대 조미혜 군무주무관이 재봉기를 이용해 면 마스크를 만들고 있다.   부대 제공
해군군수사령부 보급창 병참지원대 조미혜 군무주무관이 재봉기를 이용해 면 마스크를 만들고 있다. 부대 제공

면 마스크 제작에 참여한 해군군수사령부 보급창 병참지원대 조미혜·정미경·신진아(앞줄부터) 군무주무관이 재봉기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부대 제공
면 마스크 제작에 참여한 해군군수사령부 보급창 병참지원대 조미혜·정미경·신진아(앞줄부터) 군무주무관이 재봉기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부대 제공

코로나19 초기 마스크 품귀 현상은 전국을 혼란에 빠트렸다. 그야말로 ‘마스크 대란’이었다.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는 데 가장 기본이 되는 마스크의 수요가 폭증함에도 수급이 불안정해 일어난 현상이다. 군도 이러한 위기에 예외일 수 없었다. 그러나 해군군수사령부(군수사)는 발 빠른 대응을 보이며 마스크 대란이 해군 안으로 번지는 것을 막았다. 지난 2월 25일 마스크 군직 생산을 시작한 군수사는 지금까지 1만2000여 장의 마스크를 만들었다. 이 중 9700여 장을 장병들에게 지급하며 코로나19의 부대 유입을 예방했다. 이는 보급창 병참지원대 피복·세탁팀 군무원 단 16명이 이뤄낸 성과여서 더욱 눈길을 끈다. 많은 장병이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가운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밤낮으로 재봉기를 돌리며 묵묵히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피복·세탁팀 조미혜 군무주무관의 얘기를 들어봤다.

지난 2월 23일 조 주무관의 전화기는 불이 날 정도였다. 면 마스크 제작이 가능한지를 묻는 부대의 문의가 쇄도했다. 휴일을 맞아 집에서 쉬던 조 주무관은 사태의 심각성을 직감하고 컴퓨터 앞으로 달려가 마스크 제작법을 찾기 시작했다. TV에선 코로나19 위기경보가 ‘심각’으로 격상됐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밤늦게까지 집에 있는 가정용 재봉기를 이용해 마스크 시제품 3개를 만들었어요. 마침 두 딸에게 마스크를 만들어주려고 준비해둔 재료가 집에 있었죠.”

재봉 분야 전문가인 조 주무관에게도 마스크 제작은 쉽지 않았다. 시중에서 파는 마스크 규격을 참고하고 인터넷으로 제작 과정을 익힌 뒤 여러 번 실습한 끝에 그럴싸한 시제품을 만들 수 있었다. 조 주무관은 바로 다음 날 출근길에 시제품을 챙겼다. 부대는 마스크 수급에 차질이 생길 경우를 대비해 면 마스크를 직접 제작하기로 했고, 보급창 병참지원대는 조 주무관의 면 마스크 도안을 보완해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했다. 코로나19 위기경보가 ‘경계’에서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된 지 이틀만이었다.

면 마스크는 보급창에서 제작하는 제품이 아니었기에 무엇보다 자재 확보가 시급했다. 부대가 마스크를 생산하기로 하자 조 주무관은 즉시 부산진시장으로 달려갔다.

“신속하게 움직인 덕분에 마스크 5000장 정도를 제작할 수 있는 면 100% 고밀도 원단을 확보할 수 있었어요. 조금만 늦었어도 마스크 생산이 늦어졌을 걸 생각하니 아찔합니다.” 조 주무관이 원단을 확보한 지 사흘 뒤 부산진시장을 비롯한 전국 여러 재래시장은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방역을 위해 임시휴업에 들어갔다.

마스크 제작 과정도 녹록지 않았다. 마스크는 재단선 표시, 원단 커팅, 봉제, 상침, 끈 부착, 포장 등 10개가 넘는 공정으로 제작된다. 재봉 기술을 보유한 군무원은 부대에 단 16명. 이들은 4월 말까지 면 마스크 1만4000장 제작을 목표로 정했다. 재봉기술 베테랑들이었지만 처음 해보는 마스크 제작은 이들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마스크 3개를 만드는 데 1시간이나 걸릴 정도였다.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워 보였지만, 상황이 긴급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야근과 주말 반납이 불가피했죠. 지난 두 달여 동안 하루에 10시간 넘게 매일 재봉기를 돌렸습니다. 커다란 롤에 감겨 있는 원단을 자르기 위해 가위질을 2000번 넘게 했더니 손끝이 저리더군요. 오랫동안 앉아서 작업하니 허리가 아프고, 눈이 시리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내가 만든 마스크를 쓸 장병들을 생각하며 힘을 냈습니다. 우리밖에 못 하는 일이었고, 우리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었죠.”

군무원들의 정성이 담긴 마스크는 해군해양의료원을 통해 마스크 구매가 어려운 함정·지휘통제실 근무자 중심으로 배부되기 시작했다. 해군은 지난 3월 2일 함정에 승조하는 영외간부를 대상으로 영내대기 지시를 내렸다. 이때부터 마스크 5부제 도입으로 수급이 안정화될 때까지 장병들에게 지급된 면 마스크 9700여 장은 코로나19를 예방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게 부대 측 설명이다.

조 주무관은 몸은 힘들지만, 자신을 필요로 하는 군을 위해 일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한다. “진해 군항에서 우리가 만든 면 마스크를 착용한 부사관을 우연히 만난 순간을 잊지 못합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보람을 느꼈죠. 장병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그동안의 고생이 눈 녹듯이 사라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조 주무관은 퇴근 후에도 가족과 지인들을 위해 재봉기 앞에 앉는다. “보건용 마스크가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돌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매일 조금씩 마스크를 만들어 나누고 있습니다. 하루에 10시간 넘게 재봉기 앞에 앉아 있는 것이 힘들지만, 코로나19 예방에 힘을 보탠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마스크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작은 노력이 대한민국과 해군의 코로나19 극복에 힘이 되길 바랍니다.”

안승회 기자

안승회 기자 < lgiant61@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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