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워리어 플랫폼을 말하다

[워리어 플랫폼을 말하다] ④ 지속성 강화 - 수통·전투식량

맹수열

입력 2020. 04. 16   16:56
업데이트 2023. 08. 24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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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일보-국방기술품질원 공동기획


지속성 분야에서 가장 부각되고 있는 키워드 ‘탈수증’
전투원 탈수 예방과 지속성 보장 맞닿아 있어
전장에서의 안전한 먹거리 확보 냉정하게 되짚어봐야 

 
전투식량은 전장에서 전투원들이 쉽게 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있는 주요 급식 수단이다. 우리 군도 최근 전투식량 개선의 중요성을 깨닫고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4월 강원도 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을 진화하기 위해 투입된 장병들이 전투식량으로 점심을 먹는 모습. 조용학 기자
전투식량은 전장에서 전투원들이 쉽게 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있는 주요 급식 수단이다. 우리 군도 최근 전투식량 개선의 중요성을 깨닫고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4월 강원도 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을 진화하기 위해 투입된 장병들이 전투식량으로 점심을 먹는 모습. 조용학 기자

육군학생군사학교 학군사관 후보생(ROTC) 하계 입영훈련에 입소한 한 후보생이 수통의 물을 마시고 있다. 국방일보DB
육군학생군사학교 학군사관 후보생(ROTC) 하계 입영훈련에 입소한 한 후보생이 수통의 물을 마시고 있다. 국방일보DB

국방기술품질원 전력지원체계연구센터가 규격화를 진행하고 있는 신형 수통의 모습.
국방기술품질원 전력지원체계연구센터가 규격화를 진행하고 있는 신형 수통의 모습.

신형 수통 마개는 K1·K5 방독면을 착용한 상태로 급수할 수 있도록 디자인됐으며, 취수구를 기존 수통(24㎜)의 2배 이상으로 확대해 세척이 쉽도록 만들었다. 기품원 제공
신형 수통 마개는 K1·K5 방독면을 착용한 상태로 급수할 수 있도록 디자인됐으며, 취수구를 기존 수통(24㎜)의 2배 이상으로 확대해 세척이 쉽도록 만들었다. 기품원 제공

신형 수통 마개는 K1·K5 방독면을 착용한 상태로 급수할 수 있도록 디자인됐으며, 취수구를 기존 수통(24㎜)의 2배 이상으로 확대해 세척이 쉽도록 만들었다. 기품원 제공
신형 수통 마개는 K1·K5 방독면을 착용한 상태로 급수할 수 있도록 디자인됐으며, 취수구를 기존 수통(24㎜)의 2배 이상으로 확대해 세척이 쉽도록 만들었다. 기품원 제공

지속성(Sustainability)은 특정한 상태와 과정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능력을 말한다. 하지만 군사 분야에서는 다른 의미로 쓰인다. 군사 분야의 지속성은 단위전력의 투사(Projection) 시점에서 임무완수 또는 무력화(Neutralization)로 더 이상 임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까지 일정한 전투력을 계속 발휘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개인 전투영역에서 지속성을 측정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각개전투에서 찾을 수 있다. 지속성은 포복·약진·사격 등 전투수행 활동을 표준화한 프로토콜을 적용해 임무를 완수하는 시간을 측정하고 전투원의 이동속도를 시뮬레이션화한 장비에서 경사도·하중 등을 변화시켜가며 에너지 소비량을 조사하는 기초연구를 통해 측정할 수 있다.

이런 기초연구들은 현재 병사체계 관련 연구가 정착된 미국·캐나다·영국·프랑스·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매우 일반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우리 군 역시 개인 전투 장구류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평가하는 표준화된 프로토콜을 개발하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최근 지속성 분야에서 가장 부각되고 있는 키워드는 탈수증(Dehydration)이다. 워리어플랫폼 역시 전투원의 탈수 예방과 지속성 보장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김성도(육군중령·공학박사) 국방기술품질원 전력지원체계연구센터 전력지원체계연구2팀장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물자로 수통과 전투식량을 꼽았다.

놀라운 수통의 진화…

우리의 현실은?

만족도 낮은 품목 중 하나인 수통
최근 입구 넓혀서 세척 용이하고
보온·보랭되는 수통 개발 완료 

 

사실 국민들에게 수통의 이미지는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개인 군수품 가운데 수통을 가장 낙후된 품목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팀장은 “그동안의 언론 보도를 살펴보면 수통의 위생성·노후화 등에 대한 부분이 집중적으로 언급돼 왔다”면서 “국방 관련 기사의 댓글에서도 수통에 관한 불만이 심심찮게 등장한다”고 말했다.

기품원이 지난해 말 야전의 요구를 반영해 자체 분석한 결과에서도 수통은 전투원들의 만족도가 가장 낮은 품목이었다. 김 팀장은 “수통의 만족도가 낮은 대표적 이유 역시 위생성·노후화와 관련된 문제로 귀결되고 있다”면서 “실제 사용자들의 목소리 역시 국민의 시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물을 마시기 위한 수통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도 여전하다는 것이 그의 전언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수통의 디자인은 1910년 초 개발된 미국의 M-1910 모델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야전에서 사용되고 있는 수통의 모습은 미국이 1950년대부터 사용하던 것과 가장 비슷하다.

미국의 수통은 알루미늄 등 금속 소재를 적용한 품목과 1964년 생산된 M-1964 모델처럼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품목으로 나뉜다. 2007년에는 M-1961 모델을 기반으로 유연 플라스틱을 적용해 휴대성과 은밀성을 유지한 수통이 나왔다. 이 수통의 가장 큰 특징은 방독면을 착용한 상태에서 수통을 눌러 물을 짜내듯 마실 수 있도록 해 운용성을 높인 점이다. 또 수통 안쪽 면도 오목하게 제작, 휴대성을 높여 세계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우리 수통의 진화도 계속되고 있다. 김 팀장에 따르면 기품원 전력지원체계연구센터는 최근 입구를 넓혀 세척이 가능하며 보온·보랭도 할 수 있는 수통의 연구개발을 완료했다. 이 수통은 현재 규격화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 그는 “수통을 개선하는 과정에는 활자로 된 군의 요구 사항이 금속으로 된 시제품으로 탄생하기까지 군과 연구진의 숨은 노력이 있다”면서 “이런 노력이 어려운 전력지원체계 연구개발 현실에서 한 줄기 빛처럼 성과를 보이고 있어 다행”이라고 힘줘 말했다.

‘전투의 원동력’ 전투식량
 
장병 요구·기호 반영 매우 중요 
‘어머니 모니터링단’ 운영 함께
한 박자 빠른 조사·분석 이뤄져야 

 
선진국, 카페인 성분 효과 분석
전투력 발휘 다양한 연구
무게 줄이는 특수 포장 고민 


전투활동이라는 극한 상황은 일상과는 다른 큰 에너지(열량)를 소모한다. 전장에서 전투원이 작전임무를 지속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주요 수단은 바로 전투식량이다. 현재 우리 군은 장기저장성·중량·열량·영양성분비 등을 충족하는 다양한 식단으로 구성된 전투식량의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미군의 경우 군사작전에 필요한 일일 요구열량을 3000~4700kcal로 설정했다. 흔히 MRE(Meal Ready to Eat)로 알려진 전투식량의 단위당 열량은 평균 1300kcal 정도다. 따라서 미군은 하루 세 번의 전투식량을 먹어 임무에 소요되는 에너지를 보충하도록 설정했다.

전투식량을 구성하는 주요 영양요소는 탄수화물(CHO)·단백질(PRO)·지방(Fat)이다. 탄수화물은 강도 높은 신체활동을 할 때 지구력·집중력·회복력을 유지할 수 있는 주요 에너지원이다. 김 팀장은 “탄수화물 요구량은 보통 체중에 비례하는데 우리 장병들의 평균체중이 71.2㎏임을 감안하면 전투임무 수행을 위해서는 하루 470~480g 정도를 섭취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단백질은 주로 신체활동 이후 근육을 위해 필요한 영양성분이다. 단백질 역시 체중에 비례해 요구량을 추산할 수 있다. 김 팀장은 우리 군의 체형을 고려할 때 하루 약 110g의 단백질이 필요한 것으로 산정했다.

지방은 지구력 발휘에 주로 관여하는 에너지원으로 에너지 밀도가 가장 높다. 김 팀장은 “지방은 전체 열량의 20~35%를 섭취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며 “지방의 에너지 밀도를 1g당 9kcal로 볼 때 하루 전투식량으로 3900kcal를 섭취하는 경우 86~152g의 지방을 포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수분 섭취 역시 전투원에게는 중요한 요소다. 따라서 전투식량에는 적절한 음료가 제공되는데 그 기준은 임무 수행의 강도와 기온에 따라 설정된다. 김 팀장의 설명에 따르면 기초군사훈련을 받는 훈련병에게는 하루 약 4000kcal의 열량이 요구된다. 만약 24℃에서 훈련병이 훈련을 받는다면 수분은 약 5L를 섭취해야 근경련 등 부상과 열피로를 막을 수 있다. 수통의 물과 전투식량에 함께 제공되는 음료는 전장에서 전투원의 생명을 유지하고 임무를 지속하게 만드는 ‘생명수’ 같은 존재다.

사실 음식은 개인의 기호에 따라 만족도가 다른 매우 주관적인 영역이다. 각자의 만족도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사용자들의 요구를 수렴·분석하는 활동이 매우 중요하다. 김 팀장은 음식에 대한 장병들의 요구를 가장 성공적으로 반영하고 있는 사례로 국방부와 방위사업청·기품원이 함께 추진하고 있는 ‘어머니 장병 급식·피복 모니터링단’을 꼽았다. 그러면서도 그는 저장수명에 맞춰 전투식량에 대한 사용자 만족도 조사와 개선식단을 사전에 기획하고 있는 미국의 사례를 들며 우리 역시 한 박자 빠른 조사·분석·기획 등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팀장에 따르면 선진국에서는 카페인 성분의 각성 효과가 전투 임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전투식량 관련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는 “선진국은 이미 전투원의 기호에 맞는 식단과 열량을 구성하는 것을 넘어 특수한 상황에서도 전투력 발휘를 보장하기 위한 영양성분의 식별과 배합을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런 연구는 우주식량·나노식품 등 다양한 연구와 결합될 것으로 예상했다.

식단뿐만 아니라 전투식량의 저장을 위한 특수 포장도 또 다른 연구 주제다. 현재 대부분의 전투식량은 레토르트 파우치(Retort Pouch)에 담겨 있다. 레토르트 파우치는 폴리에스테르·나일론·알루미늄박막 등을 4겹으로 겹쳐 바깥의 산소와 유해요인 침투를 차단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최근 미국은 알루미늄박막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이를 제거, 대체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버려지는 포장박스를 엽서로 활용해 환경 오염을 줄이고 전투원들의 감성을 충족시키는 소소하지만 큰 의미를 가진 개선도 진행했다. 이 밖에도 포장된 상태로 누적시간 온도 변화와 식품의 품질 예측이 가능한 TTI 라벨(Time Temperature Indicator Label)을 부착하는 등 전 수명주기 관점의 연구와 개발도 이뤄지는 중이다.

이런 미국에 비해 우리의 연구는 아직 기본적인 수준이라는 것이 김 팀장의 진단이다. 하지만 그는 최근 육군의 전투식량 연구개발 상황을 전하면서 “꼭 개발에 성공해 전투원들의 먹거리 문제와 지속성 강화에 이바지할 수 있기를 응원한다”고 말했다.

달라지는 전장 환경, 
급수·급식 발전 어떻게? 

 
전장 환경 변화 주요 요소 ‘기후변화’
캐멀백 등 야전 요구 귀 기울여야 


김 팀장은 전투원의 지속성을 강화하는 데 필요한 가장 본질적인 조건은 ‘기후변화’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기온 상승 등 기후변화는 전장 환경을 더 척박하게 만들고, 전장에서 안전한 식수와 급식의 큰 제약조건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면서 “이런 예측은 앞으로 급수·급식 체계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을 암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식수 체계에 대한 야전의 연구개발 요구는 노후화된 수통을 개선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김 팀장은 “야전에서는 오히려 기존의 수통 개념에서 벗어나 ‘캐멀백(Camel Bag)’이라고 불리는 배낭형 물 가방이나 휴대용 음수필터, 소형 정수장비 등의 요구가 식별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런 야전의 요구는 현실화되지 못하고 답보 상태에 머물고 있다”면서 “장병의 입고 먹고 자는 문제를 개선하는 데 대한 집중도 부족과 전문성 결여가 큰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장에서의 안전한 먹거리 확보와 이에 관한 과학기술의 지속적인 기획·연구·개발·분석·평가에 대해 다시 한 번 냉정히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자료제공=김성도 기품원 전력지원체계연구센터 전력지원체계연구2팀장

맹수열 기자 < guns13@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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