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오홍상 기고] 코로나19와의 공존

입력 2020. 04. 08   13:23
업데이트 2020. 04. 08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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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홍 상 
국군수도병원·육군중령
오 홍 상 국군수도병원·육군중령
지난 3월 11일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코로나19에 대해 세계적 대유행, 즉 ‘팬데믹(pandemic)’을 선언했다. 역사적으로 1968년 홍콩 독감,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이후 세 번째 선언이다. 팬데믹 선언의 의미는 무엇일까? 쉽게 말하면, 그 어느 국가나 지역도 더는 안전지대가 될 수 없고, 장기전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WHO는 각국에 공격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단기간에 검사 역량을 강화해 조기에 환자들을 찾아내고, 접촉자들을 격리하면서 발생을 최소화했다. 또 개학 연기, 재택근무, 모임 자제 등의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을 통해 전파의 지연을 꾀하고 있다. 현재 국민은 스스로 방역의 주체라고 인식하고 이런 정부의 움직임에 동참해왔고, 그 결과 어느 정도 감소 추세를 보이나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특히 유전적인 변이가 쉽게 일어나는 RNA 바이러스의 특성을 고려할 때 ‘코로나20’ ‘코로나21’같이 계절마다 발생할 수도 있겠다. 결국, 장기전은 코로나19와의 공존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존을 위한 첫째 방법으로, 지금까지 노력해온 것처럼 전파의 지연을 위해 사회·문화·경제 전반에 걸쳐 ‘사회적 거리 두기’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컨대 학교에서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하고, 직장에서는 재택근무·유연근무·원격화상회의를 정착시키는 것이 좋겠다. 결혼식·장례식도 가족 중심으로 치르되, 온라인 축하·추모 공간을 활용하는 것이 좋겠다.

둘째,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해 코로나19로 인한 사망률을 최소화해야 한다. 아직 치료 약물이나 백신이 없는 상황이고, 음압병상을 갖춘 의료기관은 부족하다. 약 25%의 환자가 중증 폐렴으로 진행할 것이 예상되는데, 입원의 우선순위 분류와 병상 확충이 절실하다. 먼저 우선순위에 따른 입원 결정을 받아들이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있어야 한다. 또 중환자 진료에 참여하는 민간병원에 건강보험수가를 보전해주는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통한 독려가 필요하다.

셋째, 막연한 ‘공포’와 ‘정보감염병(infodemic)’을 막기 위해 정확한 정보 전달이 필요하다. 질병에 대한 막연한 공포는 이성을 마비시키고, 마비된 이성은 다시 공포를 증가시키는 ‘악의 순환’을 일으키게 된다. 또 잘못된 정보는 오히려 질병의 유행을 조장할 수 있다. 전문가 집단인 질병관리본부와 각 학회에서 나오는 질병에 관한 각종 정보가 정치적이거나 종교적인 왜곡과 편향 없이 대중에게 투명하고 이해하기 쉽게 전달돼야 한다.

코로나19의 높은 전파력을 고려했을 때 완벽한 확산 방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전 세계적으로 퍼졌기 때문에 사태의 장기화는 어쩔 수 없겠다. 그러나 치명률은 그리 높지 않기에 바이러스와 ‘공존’하겠다는 전제로 정부·의료기관·언론·국민이 체계적으로 대응한다면 사망률을 최대한 감소시키고, 유행을 통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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