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한국국방연구원

미래의 국방개혁, 지금부터 준비해야

입력 2020. 04. 06   16:13
업데이트 2020. 04. 06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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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논단 1796호(한국국방연구원 발행)


  
이명철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k1104@kida.re.kr

이장욱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jlee72@kida.re.kr

이 글은 30년 후의 미래의 모습을 전망해보고 국방을 위해 고려해야 할 것들을 생각해 본 것이다. 장밋빛 전망이 아니라 오히려 지금보다 더 많은 제약이 있을 수 있다는 관점에서다. 지금까지 국방개혁의 주요한 전제인 기술 돌파가 더 이상 유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 다극적 국제질서에 의해 불안정성이 심해질 것이란 점, 국내정치와 소셜미디어의 영향으로 군사력 건설과 사용에 어려움이 많아질 것이란 점 등이다. 천천히, 하지만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군사혁신의 목표는 미래에 일어날지 모르는 전쟁에서의 승리다. 미래는 불확실하다. 하나의 군사 혁신이 기획되고 실행에 옮겨지는 시점에 다음 미래를 내다보고 군사혁신을 논의하는 것은 그래서 당연하다. 가장 적극적인 국가는 최고의 국방역량을 보유한 미국이다. 미국은 2010년대 후반부터 차기 국방개혁을 위한 구상에 들어갔다. 주요한 논의의 대상은 바로 미래전의 모습이다. 목표로 하는 시점은 2050년이다.

<표 1>은 미국에서 이루어진 2050년 미래 전장환경에 대한 연구 중 주목할 만한 것을 정리한 것이다. 이 중 앞의 3개 연구(미 육군 교육사, CNAS, MAD Scientist Laboratory Initiative)는 2050년 미래 전장에서 직면하게 될 도전들을 제시하면서, 기술적 돌파에 초점을 맞췄다. 기술을 통해 미래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낙관적 전망을 전제하고 있다. 반면, 미 육군 미래연구그룹의 연구는 기술발전 속도 둔화, 다극적 국제체제, 국가 거버넌스 약화로 인한 군사력 건설 사용의 제한을 포함한 비관적 전망을 담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기술주도의 스마트 국방이 전제해온 ‘넘쳐나는 기술’이 현실화되지 못할 때를 대비해, ‘플랜 B’가 필요함을 강조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 대한 비관적 전망을 담고 있는 미 육군 연구소의 ‘The Character of Warfare 2030 to 2050’를 먼저 살펴보자. 이 연구는 세 가지 변수를 통해 미래 전장 환경을 조망한다. 기술, 국제정 세 그리고 국내정치다. 각각에 대한 전망은 이렇다. 기술은 예상외로 더디게 발전하는 반면 기술 확산의 속도는 증가할 것이다. 국제정세는 다극화로 인해 불안정한 상태를 보이고, 국가 거버넌스 역량 약화와 사회적 저항을 위한 개인들의 동원 능력 증가로 인해 군사력 건설에 보다 강한 제약을 받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한마디로 2050년의 미래에는 국방력 건설이 이전 시대에 비해 훨씬 어려운 환경이 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 군사혁신의 대전제인 ‘기술 한계 돌파’를 비관적으로 보는 것은 다소 충격적이다. 국가 거버넌스 역량 약화 등 국내정치적 요인으로 인해 군사력 건설에 제약이 증가한다는 것도 기존의 군사혁신과정에서는 크게 고려하지 못한 것이다.

앞으로 계속 이어질 우리의 국방개혁에서도 새롭게 제기되고 있는 문제들을 살펴보고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제까지 우리 국방개혁은 북핵 위협, 인구절벽 그리고 민군관계를 주요한 도전으로 간주하고 이에 대한 대비방안을 마련해 왔다. 하지만 미 육군 연구소는 새로운 중대한 도전이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가 지금부터 준비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지 생각해 본다. 

기술을 다양한 시각에서 고려해야

기술발전속도는 둔화되는 반면 확산속도가 증가한다는 전망은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관점이다. 이는 군사력건설의 방향을 다양한 시각으로도 봐야 함을 말해준다. 이른바 돌파 기술 (breakthrough technology)에 의존한 군사력 건설만이 정답은 아니며, 상대적 힘의 우위(relative superiority of power)를 창출하기 위한 다각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신기술 창출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군사혁신보다는 기존에 검증된 기술을 개량하여 활용하는 것을 보다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미 검증되었으나 우리가 획득하지 못한 기술을 최대한 신속하게 획득하는 것을 포함해서다. 먼저 해야 할 일은, 우리가 갖고 있지 않지만, 미래 전장환경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찾아내고, 이를 어떻게 획득할지 고민해보는 것이다. 이미 가지고 있는 기술을 창조적으로 활용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우리 군이 운용 중인 무기체계를 다르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창의적으로 탐색하는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둘째, 기술을 확보하고 있더라도 그것을 군사적으로 활용하는데 여러 제약이 따를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당장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윤리적인 문제나 환경오염에 관련된 것이다. 미래에는, 특히 한국과 같이 개방된 사회에서는 이런 것들이 절대적인 기준으로 작용할 개연성이 크다. 무인살상기술을 중심으로 한 논란이 대표적이다. 이런 경향이 확대될 경우, 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군사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다음의 국방개혁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문제다.

셋째, 상대적 힘의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적대 세력이 특정 기술을 획득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도 유력한 방안이 될 수 있다. 특히 우리가 확보한 기술이 적대 세력에게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 강화된 기술 보안은 물론 확산방지를 위한 국제적 노력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다극체제로의 국제정세 변화

다극체제의 도래로 인한 불안정한 국제정세는 동맹과 같은 외부적 균형수단과 자체국방력 강화로 대표되는 내부적 균형수단을 정교하게 조합할 것을 요구한다. 미국 주도의 기존 국제질서가 다극체제로 전환되면서 미·중 경쟁이 격화될 경우, 미국은 중국과의 직접적 대결을 회피하기 위해 한반도에서는 군사적 활동을 자제하면서도 다른 지역에서의 중국과의 군사적 대결에 집중하게 되는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 시나리오는 다양하고 복잡하다.

첫째, 지역 패권국이 부상하고 한반도가 그 영향권에 들어가게 되는 경우다. 가장 유력한 지역 패권국은 역시 중국이다. 중국의 부상은 미·중의 영향권 경계에 위치한 한국에게 중요한 도전임에 틀림없다. 중국은 지역 내 미국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한미동맹 약화를 위한 다양한 수단을 동원 할 것이다. 미국은 중국의 영향력 확대 저지를 위해 한국에게 보다 많은 역할을 요구할 수 있다. 북한 군사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동맹 옵션에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둘째, 중국의 영향력 확대는 한반도 이외의 지역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데, 다극체제 하에서 국제 사회는 한목소리로 맞서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은 유력한 동맹국과의 공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 할 것인데, 이는 한국에 대한 해외 파병 요구 증대로 이어질 수도 있다.

셋째, 다극체제의 도래는 미국이 핵심 이익과 관계없는 지역에서는 안정자 역할을 소극적으로 하게 만들 것이다. 이는 국지분쟁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중동, 아프리카, 남미 등에서 다양한 형태의 국지분쟁이 증대되는 가운데, 현지 체류 우리 국민의 안전문제에 대한 대비가 중요한 과제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유엔 등 국제기구는 우리에게 평화유지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강하게 요구할 것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위와 같은 국제정세가 도래한 상태에서 한반도가 통일을 지향하는 평화 공존기로 접어들지 못할 경우, 한국은 북한 군사 위협에 대비하면서도 다양한 유형의 군사작전 증가에도 대응해야만 할 것이다. 특히 다극체제가 야기하는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는 주둔 병력 감축에서부터 한국군의 국 제적 기여 증대에 이르기까지의 다양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주한 미군의 병력 조정, 재배치 및 해외 합동작전 수행을 위한 파병 요청 등에 대한 대비를 지금부터 고민해 봐야 한다. 지금의 계획보다도 더 적은 병력으로 보다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군을 만들기 위한 역량 개선은 반드시 수반될 과제일 것이다. 병역자원 관리와 작전 효율화, 그리고 그 이상이다. 

국내 여건의 변화는 국방에 제약이 될 것 

2050년의 사회에서 정보기술의 발전은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지만 불안정을 야기하는 양면적인 성격을 갖게 된다. 소셜미디어는 이전에 비해 현격히 적은 비용으로 집단 행동을 할 수 있게 만드는데, 이것이 확대될 경우 국가는 거버넌스 위기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 아마도 국방예산을 증액하는 것은 지금보다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인구 고령화나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 더 높은 우선순위를 가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소셜미디어는 이런 여론을 강화할 것이다. 특히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화를 달성한 우리나라에서는 더욱 그럴 가능성이 크다. 이런 관점에서 다음의 국방개혁에서 고려해야 할 점을 정리해본다.

첫째, 소셜미디어의 확산과 참여 증대는 이른바 하이브리드전(Hybrid Warfare)에 대한 대응 필요성을 강조한다. 외부의 적대세력이 우리 국민을 선동, 우리 군의 작전을 방해하는 상황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특히 하이브리드전 대응의 경우에는 민관군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군 중심의 안보 정책 패러다임에 변화가 요구될 가능성이 높다. 군의 경우, 기존의 DIME요소, 즉, 외교(Diplomacy), 정보(Information), 군사(Military), 경제(Economy) 외에 추가적으로 민간 요소와 국내정치요소를 고려한 전략요소, 이른바 MPECI (Military, Politics, Economy, Civil, Information)를 모색하고, 이를 반영토록 할 필요가 있다.

둘째, 우리의 국방개혁을 저지하기 위해 내부적 동요를 활용하려는 외부 불순 세력의 기도를 차단하기 위한 제도적 노력도 고려되어야 한다. 이른바 가짜뉴스의 유포를 통해 우리 군이 추진하려는 군사기술 획득 및 국방력 강화 방안을 저지하려는 움직임을 인지하고 차단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노력이 국민의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 최근 사회적으로 가짜뉴스 규제방안이 논의되기도 하지만, 이것이 국방개혁에도 관련된 문제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국방당국이 관심을 갖고 국방이나 안보부문의 가짜뉴스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특별히 더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다.

셋째, 국가 거버넌스의 위기와 관련, 자연재해, 질병 또는 기아 등으로 인한 북한 정세 불안과 다양한 유형의 우발 사태에 대비가 필요하다. 재난방재, 인도적 지원, 사회간접자본 투자와 같은 예방 조치와 함께 북한 관련 우발 사태 대비방안을 재점검하고 국제정세의 변화를 반영한 현실적인 대비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넷째, 다른 나라의 거버넌스 위기가 우리에게 국제적 기여활동을 더 많이 하도록 요구하게 될 것이란 점이다. 중동이나 아프리카 지역에서 실패국가가 증가할 경우, 우리에게 국제사회의 기대는 더 커질 것이다. 평화유지활동을 비롯한 다양한 유형의 임무가 우리 군에게 부여될 수 있다. 한국은 그간 안정화 작전 등의 참여를 통해 국제적 기여활동의 경험을 축적하고 있으나, 병역자원 축소와 국내의 반대여론에 의한 저항으로 인해 해외 군사활동의 제약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를 지혜롭게 극복하기 위한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차기 국방개혁의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것은 2050년 미래는 국방을 준비하는데 있어 그전보다 열악한 환경이 될 수도 있으며, 군사력 건설을 위해 고려해야 할 사항도 많아질 것이란 점이다. 우리 군은 더 적은 병력과 예산으로 보다 많은 일을 해야 하는 “Doing More with Less”의 상황에 놓일 것이다. 특히 그동안은 인적, 물적 자원의 제약을 극복하는데 기존의 기술발전 성과에 의존했지만, 미래에는 보다 창의적인 해결책을 스스로 찾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거버넌스의 도전은 이전에는 고려하지 않았던 조직과 문화의 문제까지도 살펴봐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의 국방개혁을 위해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최강의 군사강국인 미국이 최근에 보인 움직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우리 군도 이러한 미래전 장환경을 분석하는 데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미래전연구센터, 매드 사이언티스트 프로젝트 등 언뜻 생각나는 것만 해도 제법 있다. 미래를 내다보고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군에만 그 짐을 맡겨놓아서는 안된다. 우리 국방의 모든 커뮤니티가 같이 해야 한다. 천천히, 지속적으로 말이다.



※ 본지에 실린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본 연구원의 공식적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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