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 ‘뛰어나거나 색다른 점이 없이 보통’이라는 사전적 의미의 이 말은 그동안 우리 삶 속에서 긍정적인 의미보다는 부정적인 의미로 여겨졌던 것 같다. 누군가에게 “넌 정말 평범해”라고 말한다거나, 어떤 결과물에 대해 “평범해”라는 평가를 할 때, 그것이 칭찬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평가절하 속에서 ‘평범’은 우리 사회에서 흔하게 볼 수 있고, 원하면 언제든 쉽게 누릴 수 있는 것으로 치부돼 왔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는 ‘코로나19’라는 변종 바이러스 때문에 전혀 경험하지 못했고 예측하지 못했던, ‘평범’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특별한 사태를 겪고 있다. 그리고 이 특별한 사태는 우리에게서 평범한 일상을 앗아갔다.
주말에는 가까운 곳으로 여행이나 나들이를 가고, 매일 아침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날이면 친구와 만나서 커피나 술 한잔하며 수다를 떨고, 아프면 바로 병원에 가고, 기분전환을 하고 싶으면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고, 마스크 없이 봄의 포근한 공기를 마음껏 들이마실 수 있는, 그런 평범한 일상들 말이다. 우리는 그 평범한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하고 작은 기쁨들이, 별일 없는 하루하루가 사실은 가장 큰 행복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절감하고 있다.
평범의 가치는 또 다른 의미로도 빛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무섭게 확산하며 비상사태에 접어든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국경봉쇄 없이, 사재기도 없이 침착하고 차분하게 위기를 대처해 나가며 외신의 호평을 받고 있다. 그런데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은 슈퍼맨과 같은 비범한 영웅이 아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지금까지 일선 현장에서 자신의 맡은 역할을 다하고 있는 의료진과 공무원, 자원봉사자들, 의료·방역·수송·검역 등 전방위적으로 지원을 펼치고 있는 장병들, 성금을 기부하는 사람들, 마스크를 직접 만들어서 나눠주는 사람들, 그리고 조금은 불편하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사람들까지. 나와 내 가족, 내 이웃 등 우리 사회의 평범한 사람 모두가 이 시대의 영웅들이다.
평범한 모두가 함께 노력하지 않는다면, 코로나19로 인한 지금의 위기 상황을 절대로 헤쳐나갈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평범을 특별함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 왔다. 서점에 있는 책들도 평범의 가치를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점점 더 예측하지 못한 수많은 일이 일어나고, 수많은 사람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 어쩌면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은 ‘평범’이 아닐까.
지금의 위기를 계기로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그리고 나와 내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을 더 소중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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