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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은 병영칼럼] 코로나19가 가르쳐 준 것

기사입력 2020. 03. 26   14:51 최종수정 2020. 03. 27   08:04

이 경 은
전쟁기념관 외국어해설팀장


힘겨운 일상 중에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부심이 높아지고 있는 요즘이다. 코로나19에 대처하는 우리나라의 대응에 외신들의 찬사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우리가 늘 선진국이라고 생각했던 나라에서 “왜 한국처럼 못 하느냐”라는 기자와 의원들의 질문에 곤혹스러워하는 지도자의 모습을 TV에서 실시간으로 목격하는 신기한 체험을 하는 중이다.

민주주의의 본류라고 하는 나라들에서 ‘한국이 민주주의의 강점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많은 나라가 우리나라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으며, 급기야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대응의 모범사례로 대한민국을 지목하며 우리의 대응 시스템을 다른 나라에 적용하겠다고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70년 전 6·25전쟁으로 희망이라고는 보이지 않던 그때, 지금 대한민국의 모습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전쟁의 참화로 모든 것이 파괴돼 전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던 나라. 맥아더 장군이 100년이 지나도 한국의 재건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했던 나라가 바로 70년 전의 대한민국이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 세계 11위, 1인당 국민소득 14위, 경제성장률 4위, 외화보유액 8위, 국가경쟁력 13위(2019년)에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뿐인가. 가장 단기간에 IMF 사태를 극복한 나라, 반도체와 초고속 정보통신망 등 세계 최고 수준의 IT 산업을 보유한 나라 등 경제지표로는 우리가 이룩한 성과를 다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러나 매년 발표되는 우리 경제의 세계 속 위상에 감격한 적도 많았지만, 자주 듣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그것은 당연한 일이 되어 버렸다. 오히려 경제적 측면 외에 다른 분야 즉 문화, 예술, 국민 행복지수, 여가 등 삶의 질에서 우리보다 앞서 있다고 생각되던 선진국들이 부러울 때가 많았다. 우리의 경제 수준에 비해 이런 분야에서 좀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오던 참이었다.

그러다 코로나19 사태로 미처 느끼지 못했던 우리의 장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동일한 상황에서 이에 대처하는 세계 각국, 특히 소위 선진국이라고 불리던 나라들을 보면서 평소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우리의 모습이 얼마나 소중하고 훌륭한지를 깨달았다고나 할까?

생필품 사재기와 총기 구매, 이방인에 대한 혐오와 차별의 언행 등 뉴스로 들려오는 다른 나라의 모습을 통해 우리의 훌륭한 시민의식, 치안, 의료기술과 공공서비스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여기에 더해 평소에는 아웅다웅해도 위기 때만 되면 드러나는 우리 국민 특유의 공동체 DNA가 이번에도 어김없이 나타나고 있다. 마스크 양보하기, 자원봉사, 기부 등등 우리에게는 익숙한, 그러나 다른 나라 사람들이 보면 이해가 안 되는 모습들이 펼쳐지고 있고, 그 와중에 드라이브 스루(승차 검진)와 워킹 스루 등 창의적 아이디어도 속출한다. 위기의 순간, 우리가 세계의 모범이 되어버린 상황이 어리둥절한 가운데 문득 떠오른 생각 하나.

내가 이미 훌륭한 선진국의 시민이란 걸 나만 몰랐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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