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취업 스타트업의 세계

레스토랑 편식 그들에게 배달음식 미식 유혹하다

입력 2020. 03. 25   16:00
업데이트 2020. 03. 25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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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미국판 ‘배달의 민족’ 도어대시


불편함을 기회로 포착한 아메리칸 스타일 ‘철가방’  

도어대시는 아이스크림 주문 배달은 물론, 주류 등 ‘배달 영역’을 다각도로 확장했다.도어대시 제공
도어대시는 아이스크림 주문 배달은 물론, 주류 등 ‘배달 영역’을 다각도로 확장했다.도어대시 제공

원하는 음식을 언제든지 배달시켜 먹을 수 있는 세상. 지금은 당연한 듯 자리 잡았지만, 불과 7년 전만 해도 미국에선 그렇지 않았다. 미국음식점협회에 따르면, 미국 전체 음식점의 90%는 종업원 50명 미만, 이 중 70%는 점포를 한 곳만 운영하는 소규모 업체다. 아무리 맛있어도 소비자들이 반드시 방문해야 했고, 이를 당연시했던 일반인들과 달리 ‘불편함을 기회로 포착한’ 이들은 창업의 기회로 연결했다. 미국 스탠퍼드대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었다.

창업자 4명 중 3명은 대부분 이민자 출신이거나 그 자녀들이었다. 이 중 토니 쉬는 엄마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 접시 닦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일찌감치 깨달았다. 날씨가 좋지 않거나 유동인구가 적은 휴일 등에 매번 영향을 받는 이들의 고민은 늘 그의 가슴속에 자리하고 있었다.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재학 시절, 그는 자신과 같은 고민을 하던 친구들을 만난다.

또 한 명의 공동창업자인 스탠리 탕은, 홍콩 출신이다. 초등학교 시절, 학교에서 외부 간식을 못 먹게 하자 자신이 미리 사 온 과자를 친구들에게 3배 가격으로 되팔았다. 그는 이런 식으로 어린 나이에 사업의 프로세스를 깨우쳤고, 또 웹사이트를 제작해 이를 사업으로 연결하며 일찌감치 돈방석에 앉았다. 그의 나이 불과 15살. 『인터넷으로 돈을 버는 백만장자 이야기』를 출판해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올렸고, 이후 스탠퍼드대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한다. 사람들의 불편을 ‘기술’로써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던 그 역시 배달이 안 되는 불편함을 그냥 넘기지 않았다.
도어대시 앱 화면.
도어대시 앱 화면.

여기에 다른 스탠퍼드대 학생인 앤디 팡, 앤디 무어와 함께 인근 레스토랑 100여 곳의 주인과 인터뷰하며 수요를 파악한 뒤 웹사이트를 개설하고, 배달이 가능한 음식 리스트를 자신들의 연락처와 함께 기재한 뒤 올렸다. 2013년 6월의 어느 날 개설한 웹사이트에 첫날부터 주문이 들어왔고, 여름방학이 지나자 주문량이 10배로 뛰었다. 이들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직접 배달에 나서며 사업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후 미국의 유명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창업 초기 기업이 빨리 성장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자금과 멘토링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인 ‘Y 콤비네이터’에 들어가 사업을 정식으로 발전시켰다. 소규모 레스토랑이 배달원을 고용하는 대신, 도어대시가 직접 배달원을 채용해 레스토랑에 배달원을 ‘공유’해주는 방식이다.

배달이 가능한 업체와 고객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는 이미 있었지만, 배달원을 고객과 연결해주는 서비스는 없었다. 특히 뉴욕 같은 좁은 대도시와 달리, 면적이 넓어 특정 식당으로의 이동 거리가 먼 스탠퍼드대 학생들의 경우 별도의 배달료를 지불할 의향이 있다는 것을 수요조사를 통해 파악했다. 캠퍼스 밖에 있는 음식도 언제든지 자유롭게 시켜 먹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학생들이 나오지 않아도 언제든 그들을 상대로 영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객과 업주들 양쪽에서 환영받았다.
도어대시 공동창업자들. 왼쪽부터 스탠리 탕, 토니 쉬, 앤디 팡. 스탠리와 앤디는 스탠퍼드대 컴퓨터공학과 동문이며, 토니 쉬는 스탠퍼드대 MBA(경영대학원) 출신이다. 이들 모두는 중국계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현재 도어대시를 15조 원이 넘는 데카콘 스타트업으로 키워냈다.도어대시 제공
도어대시 공동창업자들. 왼쪽부터 스탠리 탕, 토니 쉬, 앤디 팡. 스탠리와 앤디는 스탠퍼드대 컴퓨터공학과 동문이며, 토니 쉬는 스탠퍼드대 MBA(경영대학원) 출신이다. 이들 모두는 중국계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현재 도어대시를 15조 원이 넘는 데카콘 스타트업으로 키워냈다.도어대시 제공

도어대시는 단순히 배달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으로만 남지 않았다. 음식 고유의 맛을 지키기 위해 미 항공우주국(NASA)이 개발한 특수 은박지로 음식을 포장해 배달했고, 또 빅데이터를 통해 소요시간을 정확히 계산해냈다. 2017년부턴 단거리의 경우 15~30분 안에 배달하는 ‘로봇배달’을 시작했고, 편의점 물품과 주류 배달 등 새로운 배달 요소도 추가했다. 도어대시는 이제 기술 기업으로 거듭나려고 한다. 자율주행 차량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스카티랩스’를 인수해 고객에게 더 새로운 방식으로 배달할 수 있도록 고민한다.
도어대시의 배달 로봇. 아주 짧은 거리의 경우는 이 로봇이 배달한다.도어대시 제공
도어대시의 배달 로봇. 아주 짧은 거리의 경우는 이 로봇이 배달한다.도어대시 제공

대부분 이민자의 자녀들이었던 이들은 미국에서 정착하고자 하는 부모의 노력을 가슴에 품고, ‘기회의 땅’ 미국에서 자신들의 꿈을 실현했다. 이제 기업가치가 무려 15조 원에 달하는 도어대시는 미국에서 상장을 준비 중이다. 불편함을 일단 해결하고자 하는 실행 정신, 그리고 실행에 그치지 않고 경쟁업체들의 난립 속에서 사업을 지키고 있는 도어대시의 질주가 어디까지 지속될지, ‘배달의 민족’이 사는 한국에서도 계속 지켜보게 될 듯하다. <송지영 IT/스타트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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