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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별 독자마당] 잠망경으로 바라본 해군 사랑

입력 2020. 03. 24   16:13
업데이트 2020. 03. 24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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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별 해군잠수함사 수리창 무장공장·군무주무관
김은별 해군잠수함사 수리창 무장공장·군무주무관

해군잠수함수리창 무장공장 광학체계팀에서 근무한 지 어느덧 4년이 흘렀다. 부임 초기 직무 숙달 과정에서 접한 복잡한 잠망경 원리와 회로도는 정말 황당함 그 자체였다. 불어불문학을 전공한 문과 출신인 필자의 의욕을 잃게 할 정도였다. 그렇게 매사 자신감 없이 쭈뼛쭈뼛하는 상태에서 잠망경 정비에 투입됐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도전 의지를 되찾을 수 있었다. 베테랑 팀원들 덕분이었다. 그들은 내가 물으면 언제든 곧바로 답을 주었고 항상 이해하면서 기다려 주었다. 주위의 도움으로 2년이 지나가는 어느 순간부터 자신감과 열정을 가지고 업무성과에 도전할 수 있게 되었다.

올해 초 희소식을 접했다. 그동안 광학체계팀이 심혈을 기울였던 국방 린6시그마 과제가 국방부에서 은상을 받은 것이다. 지난해 동상 수상에 이어 2년 연속 수상이라는 쾌거를 거뒀다. 국방 린6시그마는 국방예산 절감과 경영 효율화를 위해 시행하는 것으로, 전군에서 수많은 과제가 심사과정을 통과하게 돼 있다. 그만큼 선정되는 과정이 험난해서 더욱 의미가 있다. 이는 광학체계팀이 주어진 잠수함 정비를 수행하는 것에 더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한 끝에 얻은 성과여서 보람이 컸다.

우리가 추진했던 과제의 주제는 ‘손원일급 잠수함 잠망경 마스트(mast) 장비 손상 방지 및 예산 절감’이었다. 잠망경은 잠수함 내에서 지상과 공중을 관측할 수 있는 중요한 장비로 잠수함의 눈과 같다. 하지만 가끔 잠망경 운용 중 부식으로 인해 정상적으로 운용할 수 없는 상태로 발전하는 심각한 문제점이 있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제작사의 도움이 필수적이었지만,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적시 지원이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이것은 광학체계팀원들의 개선 의지를 자극했고, 머리를 맞대고 다른 방안을 연구하게 했다. 모두 열정적으로 연구한 결과, 부식의 원인이었던 해수유입 차단, 응결수 제거 및 이온화 현상 감쇄 방안을 도출할 수 있었다. 장비의 교체나 제작사 수리 의존에서 벗어나 자체 수리와 예방 정비 가능이라는, 약 17.5억 원의 국방예산을 절감하는 성과로 나타났다.

되돌아보면 잠수함수리창에서의 4년은 삶에 긍정적인 계기를 가져다준 중요한 시간이었다. 특히 과제 수행을 통해 은상 수상의 성과를 얻고, 포상금을 바다사랑 해군장학재단에 기부하는 보람 있는 결정을 했던 이 모든 과정은 기억에 남을 것이다. 잠수함에 관한 지식이 전혀 없던 햇병아리 여군무원이었지만, 잠수함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언제나 열정적이었던 팀원들이 있어 많은 것을 배우며 성장할 수 있었다.

히딩크가 했던 “나는 아직 배고프다”라는 말이 생각나는 이 순간, 잠수함사령부 광학체계팀의 일원으로 또 다른 도전의 시작을 하고 싶은 열정이 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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