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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비축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기사입력 2020. 03. 24   10:56 최종수정 2020. 03. 24   13:17

국방논단 1794호(한국국방연구원 발행)


권남연
한국국방연구원 국방자원연구센터
kny88@kida.re.kr  

선병근
한국국방연구원 국방자원연구센터
bgsun2005@kida.re.kr


이 글은 국방 비축제도를 소개하고, 몇 가지 개선할 문제를 짚어본 것이다. 비축은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지만, 평소에 소홀하게 다루기 쉽다. 엄격한 비축대상 품목 선정절차를 통해 최소한의 필수 품목만을 비축할 것, 품목별 특성에 따라 확보목표 일수를 차등화할 것, 전시 단계별 획득량을 고려할 것, 성과지표를 도입할 것 등을 제시했다. 당장은 눈에 잘 띄지 않는 것들이 실제로는 더 중요할 수도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전쟁이 발발하면 산업동원, 국내·외 조달, 상호군수지원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필요한 물자를 확보하고 지원해야 한다. 물론, 우리는 구체적인 전시동원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하지만 준비는 평소에도 필요하다. 전쟁 초기 일시에 대량획득이 어려울것으로 예상되는 전투 긴요품목을 확보하여 저장하는 비축제도가 그것이다.

국방부에서 운영하는 비축제도는 1963년 한·미 간 합의로 생고무, 원피 등의 원료를 비축한 이래 약 50여 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계획된 비축 품목을 적절하게 확보하고 있는지는 짚어볼 필요가 있다. 더불어 비축업무 자체도 그간의 변화를 반영해 좀 더 효율적으로 다듬을 필요가 있다.

비축업무절차 국방 비축업무는 국방부 훈령인 전시 군수지원소요 및 능력판단 훈령에 근거하며, 국방부, 합참, 각 군, 방위사업청이 관련 업무를 수행한다. 국방부는 비축정책의 수립, 조정통제, 제도발전 등 국방비축업무를 총괄하는 역할을 한다. 비축 확보 가용능력 판단 및 목표 결정, 비축 품목의 중기계획 및 예산편성을 검토하고 조정하는 역할도 있다. 비축 대상품목의 선정, 비축소요 결정 등은 합참과 각 군의 몫이다. 방위사업청은 기본품목의 제원(재고번호, 품명, 공급원 등)을 관리하고 전시 조달업무를 총괄한다. 전시 가용량을 판단할 수 있는 기초자료를 제공하는 역할도 한다.

비축업무는 전시에 반드시 필요한 군수품인 ‘전시군수지원 기본품목’을 결정하고, 이 중 전쟁 초기에 대량 확보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비축대상품목’을 결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후 품목별로 <그림 1>과 같이 전시 소요, 즉 전쟁개시일로부터 일정 기간 동안 필요한 양에서 운영량과 치장량을 차감한 비축소요를 확정한다. 비축소요에서 현재 비축량과 전시 동원이나 조달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물량을 빼면 비축목표가 된다. 이렇게 산정된 비축목표는 중기계획 기간(5년)과 그 이후(F+7년 이후)의 장기로 구분된 확보계획, 즉 비축계획서를 통해 확보 일정이구체화된다.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비축대상 품목 결정

우리 군은 크게 물자, 장비, 탄약, 수리부속에 대해 비축대상 품목을 선정하며 분류별로 상이한 고려사항을 두고 있다. 수리부속의 경우 <표 1>과 같이 장비가동에 영향을 미치는 품목을 위주로 비축품목을 선정하되 평시 다수요 품목 중 전시조달 애로·수요급증 품목, 국내생산 불가 및 해외 조달기간 장기소요 품목, 비축장비 정비를 위한 정비용 공구 및 기술교범 등을 선정하도록 하고 있다.

<수리부속 비축 대상 품목 선정 시 고려사항>
자료: 국방부(2019.5.15.), 전시 군수지원 소요 및 능력판단 훈령 제27조(비축 대상품목 선정) 

⑤비축 수리부속은 전시 기본 품목 중장비 가동에 영향을 미치는 품목을 위주로 선정하되 고려사항은 다음 각 호와 같다.


1. 구성품·결합체 위주로 선정,
2. 평시 다수요 품목 중 전시 조달 애로·수요 급증 품목,
3. 국내 생산 불가 및 해외조달 기간 장기 소요품목,  
4. 비축장비 정비를 위한 정비용 공구 및 기술 교범, 
5. 그밖에 작전 수행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품목
 

그런데 정비용 공구 및 기술교범은 구형장비 위주의 비축장비를 관리하기 위한 기본 불출 품목 일뿐 전쟁 초기 일시 대량획득이 곤란한 전투 긴요 품목으로 보기는 어렵다. 즉, 이들 품목은 비축의 정의에 부합하지 않으며, 그 결과 최근 비축 대상품목에 정비용 공구와 기술교범이 선정된 바도 없다. 그러므로 해당 조항은 삭제하는 것이 보다 분명하다. 정비용 공구와 기술교범을 비축 대상품목에서 제외함으로써 비축장비의 성능 발휘에 차질을 우려하는 일각의 시선이 있지만, 이들은 비축장비를 패키지화 지원(통합전력발휘 보장)이 가능한 형태로 관리하도록 하는 동 훈령 제35조를 통해 관리될 수 있다.

탄약의 경우에도 비축대상 품목 선정에서와는 달리 소요 결정 기준에는 <표 2>와 같이 탄약류 외에 원·부자재 관련 내용이 함께 포함되어 있어서 다소 혼란스럽다. 원·부자재 비축은 국방부 비축의 업무 범위에 속하지 않고, 방위사업청이 방위사업법에 따라 수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조항도 삭제하는 것이 업무 범위를 명확하게 하는 일이 될 것이다. 물론 탄약 원·부자재 비축에 관해서는 방위사업청 소관부서와 국방부가 지속적인 업무 협조를 통해 비축의 대상과 규모를 조정해나갈 필요는 있다.

<표 2> 탄약의 비축 소요 결정을 위한 일반기준
자료: 국방부(2019.5.15.), 전시 군수지원 소요 및 능력판단 훈령 별표 35종(탄약류, 원·부자재포함)

가. 탄약의 비축 소요는 전시 탄약소요 기준에 의거 결정
나. 신형장비의 탄약은 Package 개념에 의거 주장비와 동시 확보 
다. 도태대상 장비 탄약은 무기체계·탄약개발 계획고려, 비축 소요 적정 수준 조정 가능
라. 원·부자재는 평시·비상사태 시 방산업체의 생산여건 보장 및 비축물자의 상태 등을 고려하여 중기계획 대상 탄종을 기준으로 선정


조항 한두 개를 삭제하는 것이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볼 수도 있지만, 전투에 긴요한 최소 한의 품목만을 비축대상 품목으로 선정하고 관리한다는 원칙을 보다 분명히 한다는 점에서 필요한 일이다. 비축대상 품목은 구성 품종이 다양하고 장비나 미사일, 대구경 탄약 등 획득과 관리(유지)에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어야 하는 품목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제한된 국방예산을 고려한다면, 많은 품목을 최대한 확보하여 저장해두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보다 엄격한 선정기준 적용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다음으로, 비축 대상품목 선정이 작전, 전력, 동원, 군수 등 기능부서 간에 유기적 협력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각 군에서 제기한 비축 대상품목 선정 소요를 종합하여 확정할 때 합참의 기능 부서(군수부)가 자체적으로 확정하는 방식으로 업무가 처리되는 것으로 보인다. 비축 대상품목은 작전계획에 의해 좌우되고 전시 동원계획, 조달계획과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있으므로 관련 부서에서 충분히 검토하고 협의해서 결정해야 한다.

미군의 경우도 비축물자에 대해 관련 기능 간 합동관리(joint oversight)를 추구하고 있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미 국방부는 비축물자 합동 관리 감독 실무협의체 (Global Prepositioned Materiel Capabilities Working Group, GPMCWG)를 구성하여 운영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국방부 유지차관보(Assistant Secretary of Defense for Sustainment)와 합참의장이 임명한 인사가 공동의장 역할을 수행하며, <표 3>에서 보듯이 동원, 작전, 예산, 군수 등 11개 부서에서 실무위원으로 참여한다.


<표 3> GPMCWG 실무위원들의 소속

국방부 정책차관실(OfficeoftheUSD(P)), 국방부 인력/준비태세차관실(OfficeoftheUSD(P&R)), 국방부 특수작전/저강도 분쟁차관보실(OfficeoftheASD(SO/LIC)), 국방부 비용분석평가국(Officeofthe CostAssessmentandProgramEvaluation), 육군(U.S.Army), 해군(U.S.Navy), 공군(U.S.AirForce), 해병대(U.S.MarineCorps), 국방조달본부(DLA), 각 전투사령부(EachCCMD), 특수작전사령부(UnitedStatesSpecialOperationsCommand


협의체는 최소 연 1회 정기 모임을 통해 비축과 관련한 실무차원의 심의사항을 의결한다. 협의체의 주요 기능은 비축물자 관리에 대한 정책적 제언이나 절차적 개선사항을 제시하고, 비축물자의 소요와 배치에 관한 합동 이슈를 검토하며, 한정된 자원과 운용상 위험을 동시에 고려하여 비축소요 조정 대안을 제시하는 것 등이다. 이런 사례를 참고해서 기능부서 간 협의를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우선은 각 군에서 제기한 비축 대상품목 선정소요를 물자, 장비, 탄약 등 종별로 종합하여 합참 관련 기능부서가 검토한 후 군수부서에서 품목을 최종 확정하면 될 것이다. 

비축 소요 산정

비축 소요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짚어볼 문제는 군수품 종류에 관계없이 확보목표 일수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에 대해서다. 전시대비 확보목표 일수란 전쟁 초기 전투 긴요 품목의 전쟁지속 능력을 보장하기 위해 평시에 확보해야 할 목표 기간을 의미한다. 동일한 품종 내에서도 품목별로 확보여건과 수명주기(전력화 초기/도태 예정) 등 특성이 다양한데, 이를 간과하고 같은 종에 속한 모든 품목에 일률적인 기간을 정해 확보하는 것은 합리적인 것이 아니다. 국방부도 이와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탄약 등 일부 품목에 대해 품목별 확보목표를 차등화하려 하고 있으나, 수리부속 등 기타 품종에 대해서는 아직 변화된 바가 없다. 조달청의 사례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조달청은 조달사업에 관한 법률에 따라 원활한 물자수급과 물가안정을 위해 물자를 비축하는 일종의 경제적 비축을 하고 있다. 조달청이 비축하고 있는 품목은 비철금속 6종(알루미늄, 구리, 납 등)과 희소금속 9종(실리콘, 망간, 코발트 등)으로, 원자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 영세기업들에게 상시 방출의 형태로 판매한다. 60일 확보목표를 기본으로 하되 품목별로 공급 측면, 수요 측면, 관리환경 측면 등을 고려하여 최대 80일까지 차등화해서 관리하고 있다. 이처럼 동일 품종 내에서도 품목별 특성을 보고 전시대비 확보목표를 차등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비축 대상품목은 품목별로 작전적 중요도, 현재 보유량, 확보 용이성(동원 여건, 조달여건 등) 등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해당 품목의 작전적 중요도를 반영하는 합참 주요 품목 여부, 수명주기에 해당하는 최근 전력화 혹은 도태예정 품목 여부, 획득 가능성을 의미하는 생산중단 여부 등이 고려요소가 될 수 있다. 요컨대, 종별로 획일적인 소요 산정 보다는 품목별 특성을 고려하여 소요를 산정하고, 그에 상응하는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비축 목표 산정

비축 대상품목의 소요가 확정된 이후에는 품목별 비축목표를 산정하고, 이를 연차별 확보계획의 형태로 종합한 비축계획서를 작성한다. 비축계획서는 중기계획 작성에 반영되는 중요한 문서다. 여기서 짚어볼 점은 비축목표를 산정할 때 전시 단계별로 구분된 획득량이 아닌 총량만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실제로 필요한 양과 괴리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전시대비 확보 목표 일수가 전시 5단계까지인 품목이 있다고 가정하고, 1단계에서 5단계까지의 전시 소요가 10개, 현 보유량이 2개라고 하자. 이때 전시조달과 산업동원으로 4개를 확보할 것을 전제로, 비축목표를 단순하게 4개로 설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시조달과 산업동원으로 4개를 확보하는 것이 5단계에 몰려 있는 경우다. 이렇게 되면 1~4단계에는 전시 소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획득 시기를 고려하지 않고 절대적인 수량만을 따지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

비축목표를 현실에 맞게 산정해야 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비축목표는 전시 소요에서 운영량, 치장량, 현 비축량, 이후 전시 산업동원과 조달을 통해 확보 가능한 양을 차감하여 산정한다는 것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다. 이때 전시 단계별로 획득량을 고려해야 한다. 전시 단계별 획득량을 적용할 경우 정확한 비축목표 산정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소요 대비 과소 품목이 명확하게 들어남으로써 보다 현실적인 비축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비축 성과 평가

비축제도 운영에 대한 성과평가도 필요하다. 우리 군은 평시 전투준비태세를 평가하기 위해 장비가동률, 유류·탄약 보유율, 훈련실시율 등의 성과지표를 측정,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전시 대비를 위한 핵심 업무 중 하나인 비축의 성과를 평가할 수 있는 성과지표는 별도로 관리하고 있지 않다. 이는 비축업무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저조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비축 분야에 대해서도 성과지표를 도입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측정, 관리해나가야 한다. 성과지표는 비축소요 대비 현 비축량인 ‘비축률’이나 전시소요 중 불확실성에 의존하는 비율(예: 전시 소요 대비 산업동원, 국내·외 조달 예정 비율 등) 등이 될 수 있다. 이들 지표는 현행 비축업무 수행 기반체계인 국방군수소요 획득정보체계(Defense Requirement Information System, DRIS)를 통해 비교적 용이하게 산출하고 관리할 수 있다. 성과지표의 도입은 평시 비축업무에 대한 관심도를 제고하고, 대비가 미진한 부분 에 대한 확보 우선순위를 조정하거나 확보 방법을 강구하는 등의 노력을 집중하도록 함으로써, 전반적인 전투준비태세 향상에 기여할 것이다.

맺음말 

국방개혁 2.0과 연계하여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필요한 전력 소요를 체계적으로 반영하려는 노력에 비축업무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좀 더 관심을 갖고, 관행적으로 해오던 것을 다시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더불어, 비축은 안보환경에 따른 작전계획의 발전과 전시 소요의 변경, 무기 체계의 변화 그리고 국방 가용재원과 전시 가용능력 등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에 비축품목의 적절성, 소요의 적정성 등에 대해 주기적으로 검토하고 적정한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전시 산업동원과 조달능력의 제고가 병행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산업동원 업체나 인원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국내·외 조달원에 관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등의 정책을 포함해서다.


※ 본지에 실린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본 연구원의 공식적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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