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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 플랜’ 따른 대규모 훈련 중단 등 한 박자 빠른 대응

기사입력 2020. 03. 19   16:31 최종수정 2020. 03. 19   16:39

[특별기고] 코로나19에 대한 美 국방의 대응

20년간 질병 대유행 대응계획 수립
억제·완화 등 단계별 행동조치 마련
전 국방인력 강제 행동지침 구체화
美 국방대도 등교 중지 온라인 수업
육군의무사령부 의무장교
“한국 바이러스 대응 상당히 성공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미국 서부 해안에 배치될 해군 병원선 USNS 머시가 18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해군 기지에 정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급증하자 2척의 병원선 배치를 명령했다. 연합뉴스


중국에서 발생한 코로나19가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3일(현지시간) 코로나19와 관련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미국 국방 분야의 코로나19 대응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방문학자로 미 워싱턴DC의 국방대학교(NDU)에 머무르고 있는 한국국방연구원 류기현 현역 연구위원이 현장에서 지켜본 미 국방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보고서를 보내왔다.


비전통적 안보위협으로서의 질병

재난·질병 등의 위협은 전쟁의 위협과는 다른 형태지만, 국가 안보에 치명적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군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고찰이 필요하다.

질병을 비전통 안보 위협으로 간주해야 하는 이유는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측면에서 오히려 전쟁을 능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국가 내 질병 확산의 대응에 실패할 경우 국가 존재의 정당성이 훼손될 수 있다. 셋째, 군 내부에서 질병이 확산하면 사기 저하는 물론 준비태세 약화가 불가피해진다. 다른 종류의 안보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전쟁 중 전투 행위에 의해 입원한 군인보다 질병으로 입원한 군인들이 훨씬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군이 질병에 대한 대응을 가볍게 여겨서는 곤란하다. 군은 강력한 공중보건 시스템을 구축해 전시에도 이를 유지해야 한다.



미 국방부(DoD)의 코로나19 대응

공식적으로 미 국방부는 올 1월부터 코로나19 대응에 관여해 왔다. 미 국방부는 중국 우한에서 미국인 철수를 위한 항공기가 캘리포니아에 도착하기 전 보건복지부(HHS) 및 국무부로부터 미국인 격리 수용을 요청받았는데 이것을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미 국방부는 지난 20년 동안 질병의 대유행에 대한 대응계획을 수립해왔다. 국가적으로는 ‘팬데믹 인플루엔자 플랜(PI Plan·Pandemic Influenza Plan·2019 최신화)’이 수립돼 있고 미 국방부도 질병에 대한 정책, 책임 및 지시사항들을 이미 설정한 상황이다.

현 상황에 대한 마크 에스퍼 장관의 목표는 분명하다. 첫째, 현역 군인과 가족 등 국방 인력을 질병으로부터 보호하는 것, 둘째, 미군의 준비태세를 유지하고 임무 수행의 차질을 최소화하는 것, 셋째, 다른 부서와 파트너들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를 구체화하는 미 국방부 의무부서는 바이러스의 억제와 완화 단계를 구분해 행동계획들을 수립, 조치하고 있다.

먼저 국방 인력의 보호계획에서 미군은 모든 국방인력이 강제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행동지침을 구체화했다. 이러한 행동지침들은 CDC(질병관리본부)의 지침을 군의 일반적인 훈련 및 행동양식에 맞춰 재구성한 것이다.

둘째, 임무 준비와 태세와 관련해서는 바이러스 확산에도 준비태세가 유지되기 위해 본질적으로 군이 수행해야 하는 임무와 책임이 어떤 것인지 확실히 이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임무가 무엇인지,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임무를 실행할 수 있는지, 그리고 악화된 상황에서 군수 지원(개인보호장비, 탄약 및 전쟁물자 등의 공급체인 등)은 어떻게 시행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 수립돼야 한다.

추가적으로 민간 분야에 대해 국방 분야가 지원할 수 있는 자원은 어떤 것이 있는지, 환경이 다른 해외주둔 미군들의 임무에 필요한 것을 식별하고 구체화하고 있다. 계획 수립을 위해 정확한 정보와 분석은 필수. 중국과 북한의 정확한 전염 상황에 대한 분석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내용 중 가장 핵심 요소는 임무 준비태세를 유지하는 것인 만큼 장관과 국방부 모든 관계자들은 준비태세 유지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미군은 국내에서의 출장이나 회의가 금지된 상태며, 각 사령부 책임구역 내 순환배치도 제한돼 있다. 국방부의 OPM(Office of Personal Management)에서 이에 대한 계획을 수립 중이고 곧 발표할 예정이다.



군 의무 전문가의 현 상황 평가 및 예측

지난 14일 미 육군의무사령부에서 선임 의무장교 앤드루 킴 대령과 만났다. 킴 대령은 한국의 바이러스 대응을 상당히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바이러스 감염자의 치사율이 높지 않으며, 빠른 질병 확산과 감염자 급증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의료체계가 붕괴되지 않고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군은 PI Plan이 수립돼 있으며 각 사령관이 부대 특성에 맞게 운영을 조절하고 있다. 현재 이러한 PI Plan에 의해 조치들이 시행 중으로 현 상황과 관련해 HPCON(Health Protection Condition)이 유지되고 있다. 지휘관들은 지역사회의 위험 수준을 고려하되, 주 또는 주둔국가 정부와 협력해 HPCON을 검토하고 업데이트해야 한다. 현재 한국은 HPCON ‘B’를 유지하고 있으며, HPCON은 미국 내에서도 지역마다 다르다.

지휘관은 의무참모의 조언을 받아 HPCON 수준을 결정해 특정 조치들을 시행해야 한다고 킴 대령은 소개했다. 해외 주둔 중인 미군은 현재 HPCON 수준에 관계없이 항상 해당 지역/국가의 정부 지침을 따르는 것을 추천하고 있다.

킴 대령은 육군의무사령부가 현재 참여한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미국에서는 총 6개의 제약회사와 육군의무사령부 등 총 7개 조직에서 연구개발 중이며 대략 1년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주 현재 미 육군의 대규모 훈련이 백신이 개발되기 전까지(약 1년)는 중지돼야 한다고 육군참모총장에 보고했다고 한다. 육군 특성상 많은 사람이 모이는 훈련은 현재로써는 취소·연기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군이나 공군 훈련까지 지연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한국에서 대규모 훈련이 취소된 것은 매우 적절한 조치라고 킴 대령은 평가했다.

현재 미국인들은 큰 동요를 보이지 않고 있지만, 계속되는 코로나19 뉴스를 들으면서 상황이 점차 나빠짐을 체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방 분야는 매우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육군의무사령부 관련자들은 주말에도 출근하고 미 국방대(NDU)도 국방부 지침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현재 교수와 스태프를 제외한 전체 학생은 등교하지 않은 채 온라인으로 수업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매우 비정상적인 것은 분명하지만, 비전통적 안보위협에 대한 국방의 대응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임은 분명하다. 실제로 위협을 체감하는 상황이 주어졌고, 준비된 것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관찰할 수 있게 됐다. 현지에서 느낀 점은 미국의 국방 분야는 현상보다 한 박자 빠르게 대응한다는 것이다. 타이밍이나 속도는 비단 군사작전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며 선제적 대응이 상황 완화의 중요한 결정요인이 될 것이다.

이에 더해 현재 상황은 생물학전에 대응하는 우리 군의 준비를 점검할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국가안보 위협이 다양화되는 시점에서 우리 군과 국방의 지향점에 대해 생각해볼 여지는 충분하다. 이제는 국가 차원에서 재난이나 질병의 확산 등에 대응할 수 있는 거시적 시나리오 작성을 준비해야 하며, 질병이 창궐한 상황에서의 전시 상황도 고려한 개념계획을 작성해 보는 것도 좋은 연구주제라 생각한다.  

류 기 현
한국국방연구원 현역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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