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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승원 국방광장] 감염병 퇴치와 시민의식 제고를 위한 제언

입력 2020. 03. 16   15:04
업데이트 2020. 03. 16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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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승 원 대우조선해양㈜ 비상계획관·(예)해병대령
진 승 원 대우조선해양㈜ 비상계획관·(예)해병대령
  
코로나19가 세상을 혼란과 공포의 도가니로 밀어넣는 상황을 보며 그동안 인류가 쌓아온 문명과 의학 수준이 돌연 초라하게 느껴진다. 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와 각계각층의 피나는 노력으로 머잖아 코로나19의 운명도 종말을 고하겠지만, 환경오염과 기후변화, 초국가적 교류 증가 등으로 인해 이런 사태는 언제라도 재현될 수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이에 필자는 감염병 출현 시 효과적인 대응 방안과 올바른 시민의식 제고를 위해 제언코자 한다.

첫째, 군 미필자의 감염병 퇴치 봉사 기간을 의무복무 기간에 산입해 주자. 지금 코로나19 퇴치를 위해 각계각층이 사투를 벌이고 있으나 인력이 태부족하다. 다행히 자원봉사자들이 줄을 잇고 있으나 여전히 일손이 달린다. 이때 만약 군 미필자의 감염병 퇴치 봉사 기간을 의무복무 기간에 산입해 준다면 참여율과 참여자의 자부심을 동시에 높일 수 있지 않을까? 오늘날 안보는 전통적 안보개념에서 테러·천재지변·경제위기 등 제 위협요소에 대응하는 포괄 안보개념으로 진화 중임을 고려하면, 자원봉사활동을 안보활동으로 보고 이 기간을 의무복무 기간에 산입해 주는 것은 무리가 없다고 본다.

둘째, 폐교·군 유휴시설을 격리시설로 활용하자. 최근 인구감소로 인해 농어촌지역 폐교시설과 국방개혁 추진에 따른 군 유휴시설이 늘고 있다. 학교나 군 시설은 주로 민가와 멀리 떨어져 있고, 접근방지 등 통제가 쉬운 점을 고려할 때, 이런 유휴시설들은 개선과정을 통해 훌륭한 격리시설로 탈바꿈시킬 수 있으며, 신축이나 매입에 드는 막대한 예산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마스크 등 감염 예방물자를 비축·관리하자. 이번 사태처럼 갑자기 닥친 감염병으로 인해 마스크, 손 소독제 등 감염 예방물자 수요가 폭증했으나 원자재 확보 및 생산능력 제한으로 인해 충분한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일부 악덕 업자의 사재기 행위는 사회적 혼란과 불신을 초래했다. 따라서 정부에서 미리 적정 수준의 감염 예방물자를 비축·관리한다면 이런 폐해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감염자와 그 가족들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필요하다. 감염이나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현재 누구보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사람은 확진자와 그 가족일 것이다. 머잖아 코로나19 확진자들은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때 따뜻한 손길로 그들을 보듬어 주고, 과거처럼 다정한 이웃의 정을 나누자. 감염병의 폐해보다 이웃 간의 불신과 반목이 우리 사회를 더욱 병들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류는 문명과 의학의 발달로 흑사병 같은 혹독한 감염병이 더는 출현하지 않을 것이라 자만해 왔으나 최근 사스·메르스·코로나19 등 초국가적 감염병이 속출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관련 법령을 속히 정비하고, 치밀한 예방·대응계획을 수립함은 물론, 이에 따른 충분한 예산과 전문인력 확보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활동은 정부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강력한 의료 거버넌스 체계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제 감염병 퇴치 사업은 국가의 존립과 불가분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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