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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 없다면서도 세계에 도움 요청

기사입력 2020. 03. 13   15:42 최종수정 2020. 03. 13   16:40

북한의 위생방역체계와 감염병 확산 대비

주민 1차 진료 ‘호담당의사’ 제도 운영
의료인력 수는 많지만 입원 환경 열악
의약품·기술 등 감염병 대처능력 부족
북·중 접경 봉쇄 이어 약 1만 명 격리
유입 차단 노력에도 내부 불안감 확산
감염자 존재 인정 땐 너무 늦었을 수도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지난 11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다. 그는 코로나19가 “이제 팬데믹으로 특징지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달 12일에 코로나19와 관련해 팬데믹을 선언했다. 우리가 코로나19 확산에 위기감을 느꼈기에, 북한도 코로나19를 잘 극복해낼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북한의 위생방역체계는 어떠하며, 그러한 체계 내에서 코로나19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북한의 위생방역체계

북한의 위생방역체계는 중앙, 직할시·도, 시·군·구의 3개 층위로 구성돼 있다. 위생방역기관으로는 중앙위생방역소, 직할시·도 차원의 위생방역소 12곳, 시·군·구 차원의 위생방역소 200여 곳 그리고 중앙과 지방의 국가위생검열원 등 모두 235개 시설을 갖추고 있다.

중국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확산 사태에 직면하면서 2003년 국가비상방역위원회를 설치했으며, 감염병 확산 위기 시에는 이러한 비상방역위원회의 중앙지휘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며 대처한다. 아울러 북한은 중앙, 직할시·도, 시·군·구의 3개 층위에 리·동까지 더해 모두 4단계의 의료서비스 전달체계를 가지고 있다. 위생방역기관에 8000여 개의 병원 및 진료소 그리고 기타 의료 관련 기관을 합치면 북한에는 총 9000여 개의 의료기관이 있다. 아울러, 북한은 모든 주민의 1차적인 건강관리를 책임지는 ‘호(戶)담당의사’라는 제도를 갖추고 있다.

북한의 경제성장이 양호했던 시기에 체제 우위를 강조하기 위해 1960년 무상치료제를 도입했으며, 1966년에는 예방의학 중심의 보건제도를 구축하면서 현재의 보건제도로 발전해 나갔다. 호담당의사는 시·군·구 병원 이하의 진료기관에서 근무하면서 1인당 130~140가구의 건강관리를 담당하는데, 오전에는 환자들을 진료하고 오후에는 각 가정과 지역시설을 방문해 예방접종과 설명회 등 감염병 예방을 위한 활동을 수행한다. 일선 의료서비스 기관에서 일하는 이들 호담당의사는 2006년 기준 4만4000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전반적인 위생방역체계와 의료인력상으로는 북한의 위생방역을 위한 의료체계가 충분해 보이지만, 의약품과 자원 상태를 고려하면 북한의 감염병 대처 능력은 부족할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의 1만 명당 의료인력 수는 297명, 병상 수는 132개로 수치상으로는 한국보다도 높은 수준으로 알려져 있으나, 낙후한 교육 여건과 국제적 고립하에서 의료인력의 역량이 저하돼 있고 식사와 난방 등 환자들의 입원 환경도 매우 열악하다.

특히, 1990년대 중반 경제난 이후 의약품 생산의 95%가 중단되면서, 자구책으로 북한은 ‘고려의학’, 즉 한의학에 의한 한약 생산을 늘려 왔지만 여전히 의약품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비록 최근에는 북한의 아동 예방접종률이 96~98%까지 개선됐지만, 이는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지원에 따른 결과다. 덧붙여, 북한 주민들의 만성적인 영양 부족은 감염병으로 인한 피해를 더욱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코로나19에 대한 북한의 위기감과 대응

1월 하순 북한은 코로나19의 중국 전역 확산 가능성에 접하자 출입경 차단에 들어갔다. 1월 21일에 북한에 인접한 중국 요령성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하자, 강철진 보건성 국가위생검열원 국장을 통해 바이러스 대처가 전 국가적 사업이라고 언급했고, 다음날 외국 관광객들의 북한 단체관광을 중단했다.

아울러, 동북3성의 하나인 흑룡강성에서도 코로나19 사망자가 발생하고 요령성 확진자가 300명으로 확대되자, 북한은 감염병 대응을 “국가 존망과 관련된 중대한 정치문제”로 규정하고 북·중 간 항공기와 열차 운행을 전면 중지했다. 1월 말~2월 초에는 국가비상방역위원회를 가동하면서 지휘부를 북한 전역에 설치했다.

북·중 접경 봉쇄 직전 시점인 1월 29일 당의 긴급조치에 따라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을 국가비상방역체계로 전환한다고 선포했으며, 2월 1일에는 노동신문 1면에 북한 전역에 대한 비상방역지휘부 설치를 발표했다. 이때부터 비상방역위원회 중앙지휘부는 위생선전, 봉쇄 및 검역, 치료 등 여러 분과를 두고 보건인력 3만 명을 동원해 북한 전역에 대한 위생선전과 검병검진 활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후 북한 내부에서는 소독사업, 예방수칙 교육, 공공시설 폐쇄가 진행됐다. 소독 작업이 대중교통시설, 공공장소, 상점, 병원 그리고 각 사무실과 가정에 대해서 이뤄졌으며, 호담당의사만이 아니라 지방기관과 근로단체조직까지도 투입되고 방송선전차와 전광판까지 동원되는 방식으로 주민들에게 코로나19의 위험성과 예방수칙에 대한 교육이 진행됐다. 그뿐만 아니라 마식령스키장 등 문화휴양시설의 운영이 잠정 중지됐으며, 학교들의 방학도 연장됐다. 남포시와 같이 주민들의 이동을 최대한 제한하는 지역도 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있는 이들에 대한 격리도 강도 높게 이뤄졌다. 격리 대상은 전체 입국자와 접촉자, 감기증상자 등 최소 1만 명가량으로 알려져 있는데, 격리 기간은 2월 13일 최고인민회의 긴급결정에 따라 30일이다. 최고인민회의는 국가 모든 부문과 외국인은 30일의 격리 기간을 무조건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월 초에 들어서야 격리해제가 시작됐으나, 격리해제 후에도 의학적 감시는 계속된다.
  

북한 내 감염병 확산 가능성에 대비 필요

북한은 코로나19 확진자의 최근 발생 여부를 언급하지 않고 있으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북한 지역에 유입돼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2월 18일 오춘복 북한 보건상은 코로나19 확진자가 없다고 설명했지만, 북한 발표에서도 격리주민은 평안북도, 양강도, 자강도, 평안남도, 강원도 등 다양한 곳에 존재한다. 이 지역들이 북·중 접경 일대와 무역항, 관광지라는 점에서, 바이러스의 외부 유입 가능성에 북한 당국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는 뜻이다.

이미 외부적 차단봉쇄 조치만으로도 북한 내부의 스트레스는 확대되고 있다. 북·중 국경 봉쇄에 쌀 가격이 급등하고 있고, 밀수와 불법환적 등 대북제재 우회가 어려워져 제재 효과가 더욱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감염병이 북한 내부에 확산된다면, 1차적으로는 치료용 의약품 부족 문제가 대두될 것이다.

북한에는 의료인력은 충분할지 몰라도 의약품과 기술은 부족하다. 소독약과 마스크 부족에는 추가 인력을 투입하고 생산시설을 늘려 대처할 수 있지만 치료를 위한 해열진통제, 면역강화제, 비타민제, 항바이러스제는 내부 조달에 한계가 있다. 아울러, 확진자를 위한 제대로 된 병상도 부족할 수 있고, 원천봉쇄식 격리에 따른 격리대상자 급증으로 이들을 위한 생필용품 제공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북한이 코로나19 감염자의 존재를 공식 인정하게 된다면, 그때는 이미 상당한 위기가 진행된 이후일 것이다. 확진자 유무에 대한 언급 없이, 앞서서도 북한은 적십자사, 적신월사, 국경 없는 의사회, 세계보건기구(WHO)에 도움을 요청했다. 북한의 불안감이 어떠한 행동으로 나타날지 주의하면서,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 지역의 코로나19 확산 대처를 위한 국제적 협력도 고민할 때다.


이 중 구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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