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MZ세대를 말하다

낯선 사람과도 서슴없이 소통하고 친구관계 맺는다

입력 2020. 03. 10   16:22
업데이트 2020. 03. 10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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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후렌드(Who+Friend): 누구와도 소통하며 친구가 된다


어릴 때부터 넓고 얕은 소통 익숙
휘발적인 관계에 만족 비율 높아
변하기에 재미있고, 그래서 특별한…
부담스럽지 않은 관계 지향  


글로벌 영상 메신저인 ‘아자르(Azar)’ 앱 다운로드 초기화면 캡처.
글로벌 영상 메신저인 ‘아자르(Azar)’ 앱 다운로드 초기화면 캡처.

‘틴더’는 자신의 정보와 타인의 정보를 이용해 관심사가 같은 사람을 찾을 수 있는 소셜디스커버리 앱으로 현실공간에서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2012년 개발됐으며, 현재 전 세계적으로 하루에 10억 건 이상의 ‘스와이프(Swipes)’와 300억 번 이상의 매치를 기록하고 있다.   사진=틴더 코리아 공식 인스타그램
‘틴더’는 자신의 정보와 타인의 정보를 이용해 관심사가 같은 사람을 찾을 수 있는 소셜디스커버리 앱으로 현실공간에서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2012년 개발됐으며, 현재 전 세계적으로 하루에 10억 건 이상의 ‘스와이프(Swipes)’와 300억 번 이상의 매치를 기록하고 있다. 사진=틴더 코리아 공식 인스타그램

나이 먹어가면서 각 시기에 맞춰서 마땅히 수행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어른들이 대놓고 얘기하는 경우보다 가정에서 시작해 학교·군대·직장 등 일직선상의 인생궤도에서 속하게 되는 사회집단에서 관습적·암묵적으로 전해지는 것들이었다. 말 잘 듣는 자녀에서, 공부 열심히 하며 선생님 말씀 따르고 학교 규칙에 맞춰 사는 학생을 거쳐 자녀를 두고 학생으로 키우는 부모가 돼야 했다.

친구들과의 우정에도, 선후배들과의 관계에도 암묵적으로 정의된 모습과 지켜야 할 규율이 있었다. 특히 한국에서는 나이를 따져 서열을 지어 버리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MZ세대는 눈앞에 놓인 사람들 간의 관계에서 여러 문들 중 하나를 선택하며 간다고 한다. 문을 열었다가 아닌가 싶으면 바로 닫고 다른 문을 두드린다. 친구 사이라도 깨어 있으면 항상 붙어 있어야 하는 옛날식의 단짝·찰떡에서 ‘가끔 만나야 오래 본다’는 걸 자연스레 받아들인다. 어렸을 때부터 온라인에서의 넓고 얕은 소통에 익숙하다. 휘발적인 관계에 만족하는 비율이 높고. 관계가 더는 지속하지 않더라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

MZ세대의 연령대, 특히 20대는 그래도 사람을 가장 많이 만나고, 그를 통해 성장하는 시기다. 그래서 20대를 ‘성장하는 성인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결혼 여부와 굳이 상관할 것 없이 연애를 상대적으로 많이 한다. 한 명의 연인에 집착하는 과거와 달리 가능성을 계속 넓혀 가며, 많은 상대방을 만난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은 이유로 헤어진다. ‘SNS시대의 낭만적 사랑과 사회’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모던 로맨스』란 책의 저자 중 한 명인 인도계 코미디언은 ‘슈퍼마켓에서 햄버거 빵을 계산하기 위해 줄을 서 있는 동안 데이트를 주선하는 앱인 틴더를 켜고 60명의 얼굴을 스와이프할 수 있다’고 했다. 그의 아버지가 결혼하기 위해 선을 봤던 사람의 스무 배나 되는 숫자다.


모바일 기반의 ‘틴더’ 이전에 온라인 데이트 서비스의 대표주자였던 사이트에서는 가입할 때 원하는 상대의 프로필을 설문조사를 통해 파악했다. 그런데 조사 데이터를 파고 들어가니 놀라운 사실이 발견됐다. 사람들이 관심 있다고 말한 파트너 부류가 실제로 그들이 흥미를 보인 파트너와 일치하지 않는 것이었다. 완전히 다른 성향이나 특징을 가진 사람들을 기웃거리고 있었다고 한다. 실제 보면 사람들이 프로필이나 설문조사에서 공들여 적는 온갖 정보보다 말을 걸고 데이트 신청할 때 사람들을 움직이는 요소는 바로 상대방의 외모라고 한다. 상대의 행동을 이끌어 내는 90%가 사진이란다.

한국에서 만들어 글로벌 MZ세대 중심으로 4억 건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는 글로벌 영상 메신저인 ‘아자르(Azar)’도 마지막 선택 여부를 가리는 건 사진이다. 아자르 앱에서는 원하는 국가와 성별을 선택하면 인공지능 기술 기반으로 매칭될 만한 상대방을 추천해준다. 그리고 틴더처럼 화면을 밀기만 하는 동작으로 영상 대화를 할지 다른 사람을 볼지 선택할 수 있다. 처음 보는 모르는 사이끼리의 면대면 대화인데, 그래서 더욱 가볍게 대화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틴더나 아자르나 연애 쪽으로 경도된 측면이 서구보다는 덜하기는 하다. 그래도 사람을 만나는 벽을 확실하게 낮추는 데 기여하고 있다.

‘6단계 분리이론’이라고 여섯 단계만 거치면 세상의 모든 이와 연결될 수 있다고 한다. 케빈 베이컨이라는 배우와 여섯 명만 거치면 모두 연결된다는 얘기도 있다. 그런데 2016년에 페이스북은 사람들의 분리 단계가 3.57이라고 했다. 페이스북 이용자는 대략 3.5명만 거치면 모두 연결이 된다는 뜻이다. 온라인·소셜과 함께 성장한 MZ세대에게 사람들 간의 거리는 그렇게 가까워졌다는 것이다. 너무나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진다고 비판하는 윗세대도 당연히 있다.

지난해 어느 가수가 갑자기 한동안 잠수를 탔다가 문자메시지로 이별을 통보한 연인을 소재로 노래를 만들어 화제가 됐다. 어떻게 달랑 문자메시지로 관계를 끝낼 수 있냐는 의견들이 꽤 많았다. 그러나 이별 통보 방식에 대한 지난해의 조사를 보면 10대의 50%는 문자메시지 통보도 가능하다고 답했다. 2014년 미국에서 1년 동안 이별을 경험한 이의 56%가 문자메시지·SNS·이메일과 같은 디지털 매체를 이용하여 통보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기성세대의 기준으로 MZ세대의 인간관계를 재단할 수 없다.

회사에서의 회식, 대학가에서의 파티·모임과 뒤풀이가 줄어들었다고 인간미가 메말랐다는 식의 평가를 내리는 걸 자주 본다. 모임과 관계가 이루어지는 장소가 틱톡, 유튜브, 스냅챗 등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흥겨움에서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아무노래 챌린지’를 가지고 얼마나 많은 이들이 직접 만나지 않더라도 어울리며 놀고 있는가.

기차에서, 병원 대기실에서, 식당에서 스마트폰 화면에 집중하고 있는 아이들 모습이 이제 자연스럽다. 심지어는 거치대를 설치한 유모차 받침대 위의 스마트폰을 보면서 유모차 라이드를 즐기는 아기도 흔히 볼 수 있다. 정말 ‘엄마가 낳아 유튜브가 키웠다’는 말이 실감 나는 이들이 MZ에서 특히 Z세대의 주력으로 들어서고 있다.

유튜브의 핵심 콘텐츠는 영상이지만, 영상 이외에 댓글이 하나의 콘텐츠로 기능한다. 영상을 보면서 자기 생각을 댓글로 남기고, 다른 이들의 댓글에 ‘좋아요’나 ‘싫어요’로 감정 표시를 하고, 대댓글로 의견을 남긴다. 익명성이 가능한 유튜브 댓글창이 놀이공간이자 소통창이 되며, 서로를 연결하는 느슨한 가교가 된다.

유튜브와 비슷하게 연결은 되고 싶은데, 노출되고 싶지는 않은 속성을 반응해 주목받은 플랫폼이 ‘스푼라디오’다. 스푼라디오는 1인 방송으로 소통하고 싶지만, 얼굴을 드러내거나 영상 편집에 부담을 느끼는 이들을 대상으로 했다. 언제든지 원할 때 실시간 라이브 또는 녹음으로 라디오 방송을 진행할 수 있다. 직접 방송을 내보내지 않더라도 원하는 주제를 다루거나 관심 가는 BJ가 운영하는 방에 들어가 실시간으로 채팅할 수 있다. 아프리카TV의 별풍선같이 스푼을 쏠 수 있다. 그래서 스푼라디오를 ‘오디오계의 유튜브’라고도 한다.

에어드롭이라는 아이폰의 기능은 내 연락처에 없더라도 근처 아이폰 사용자들에게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낼 수 있다. 도서관 열람실에서 조용히 하라는 메시지로 보낸 래퍼 스윙스의 사진으로부터 푹발적인 반응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에어드롭으로 받은 ‘짤방’들을 SNS 스토리로 공유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한다. 24시간이면 사라지는 스토리의 게시물을 보면서 함께 즐겼으면 그만이다. 그렇게 새롭게 매일매일 관계를 맺을 수 있지 않은가.

변치 않는 관계가 아닌, 변하기에 재미있고, 그래서 특별하면서도 부담스럽지 않은 관계를 MZ세대는 지향한다. 온라인이나 SNS에서 얼굴도 모르는 이들과도, 처음 만나는 이들과도, 외국인과도 가벼운 친구관계를 맺고 서슴없이 소통한다. 변치 않는 맹세나 책임보다 함께 즐기고 대화할 수 있는 취향을 찾으며, ‘누구(Who)’라도 ‘친구(Friend)’가 되는 ‘후렌드’의 세계를 MZ세대는 추구하고 있다.

<박재항 대학내일 20대연구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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