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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전 마감한 〈샘터〉 지령 600호 기념 이벤트에 당첨돼 가평 커플펜션으로 여행을 다녀온 어느 독자분이 손글씨로 정성스럽게 쓴 답례 편지를 보내왔다. 결혼도 마다한 채 건강이 좋지 않은 노부모를 극진히 모시고 사는 쉰한 살 조카에게 깜짝 생일선물로 주고 싶어 이벤트에 응모했다던 분이었다.
이벤트 당첨 소식을 전할 때 “실은 저 역시 평생 펜션이란 델 가본 적이 없어서 정말이지 꿈을 꾸는 것만 같네요”라며 울먹이던 그녀의 목소리가 되살아났다. 알고 보니 그녀 역시 지난해 4월 치매로 고생하시던 어머니가 99세를 일기로 작고하실 때까지 오랜 세월 병구완을 혼자 도맡아온 60대 중반의 여성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기적처럼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이벤트에 당첨됐으니 그 기쁨이 오죽했을까.
얼마 전 그녀는 바깥나들이조차 하기 힘든 조카와 모처럼 꿈에 그리던 펜션 여행을 다녀왔고, 건조한 일상에 단비 같은 추억을 선물해준 샘터에 잊지 않고 감사의 마음을 전해온 것이었다.
월간지 만드는 일을 업(業)으로 하다 보니 이렇듯 독자들의 조금은 내밀한 개인사를 접하게 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샘터〉처럼 독자 사연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잡지에서는 접수된 투고 사연을 다듬기 위해 보충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왕왕 예상치 못했던 속사정을 듣게 되곤 한다. 슬프고, 힘겹고, 가슴 아픈 사연들은 이 세상 어디에나 존재한다. 돌아보면 얼룩 하나 묻지 않은 순백의 삶이, 돌부리 하나 없이 매끈하기만 했던 인생길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 인연으로 만나 서로 안부를 주고받으며 지내게 된 ‘특별한 친구들’은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반가운 일상의 안부를 전해 온다. 산책길에 발견한 탐스러운 꽃 무더기를 휴대폰으로 찍어 보내주는 할머니 친구가 계시는가 하면, 군 복무 중 진중문고에서 만난 〈샘터〉와의 인연을 지금껏 이어가고 있다는 중장년 친구, 사춘기 아이와 함께 읽고 있다는 주부 친구, 힘든 적응기를 거쳐 마음의 안정을 되찾고 있다는 청소년 친구, 요즘 한창 재밌게 읽고 있는 책이나 영화를 추천해주는 직장 새내기 친구도 있다.
이제 내가 스스럼없이 ‘어머니’라고 부르게 된 할머니 한 분은 철마다 텃밭에서 손수 거둔 감자나 푸성귀 같은 먹거리를 한 봉지씩 보내 주시기도 한다. “어머니, 저 이런 거 함부로 받으면 안 되는 처지입니다”라고 말씀드려도 “텃밭에서 거둔 푸성귀 한 봉지 나눠 먹는 것도 못 하게 하면 너무 각박하잖아요”라며 역정을 내시니 말릴 도리가 없다.
올 4월 창간 50주년 기념호 준비로 분주한 샘터 사무실엔 얼마 전에도 일주일 간격으로 두 번이나 떡 보따리가 도착했다. 힘겹고, 가슴 아픈 일투성이인 세상에 그래도 아직은 푸성귀 한 봉지, 떡 한 보따리 나눠 먹이고 싶어 하는 인정이 살아있는 건 얼마나 감사하고 따뜻한 일인가. 그 특별한 친구들을 통해 나는 오늘도 인생은 누군가와 함께할 때 더 아름답다는 걸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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