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군사

소원해진 북·미 핵 협상… 대화 분위기 부활 모색해야

입력 2020. 02. 28   15:39
업데이트 2020. 02. 28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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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일보-국방대 국가안전보장문제연구소 공동기획-국제 이슈


2020년 트럼프 대통령 국정연설

 
북-미 관계 유권자 관심 높지 않다 판단 “대선 전엔 정상회담 없다”
틈새 분야 식별해 北 도발 막고 대화 모멘텀 유지 더 중요해진 상황
역대 최저 실업률 달성·세계 제1 원유 생산국… 경제 성과 강조
2조2000억 달러 미군 투자… 최초 우주군 창설 ‘최대 업적’ 언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4일(현지시간) 미 의회 하원의사당에서 상·하원 합동연설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두교서에서 북한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4일(현지시간) 미 의회 하원의사당에서 상·하원 합동연설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두교서에서 북한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합뉴스





지난 2월 4일(현지시간)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올해 국정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상·하원 합동연설이 있었다. 밤 9시 프라임 타임을 통해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보도된 국정연설은 당시 이슈가 되고 있었던, 민주당 경선 시작,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이란 솔레이마니 제거작전 등과 관련해 무슨 언급이 있을지 주목을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경제 성과 중심의 홍보

경제회복을 통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적 우선순위에 따라 경제적 치적이 강조될 것이라는 예상처럼, 그는 일자리 회복과 경제성장으로 연설을 시작했다. 수많은 규제를 혁파하고, 역사상 가장 강력한 감세정책을 추진했으며, 공정한 무역 합의를 도출한 결과 35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역대 최저 실업률을 달성했고, 더는 에너지 의존국이 아닌 세계 제1의 원유와 석유가스 생산국이 됐음을 성과로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오바마 행정부 시기에 6만 개의 공장이 없어진 반면 지난 3년여 동안 그 두 배에 해당하는 1만2000개의 공장이 미국으로 다시 돌아와 미국의 경제회복에 기여했음을 강조했다. 특히 취임과 동시에 재협상을 선언했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하는 새로운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의 출범을 큰 성과로 언급했다. 아울러 미국 노동자와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고, 중국의 금융서비스 개방, 미국 농산물 500억 달러어치 구매를 끌어낸 1차 미·중 무역협상 체결을 중국에 대한 승리로 강조했다.



안보 및 대외정책

힘을 통한 평화를 달성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는 2조2000억 달러를 미군에 투자했다는 구체적인 수치도 언급하고, 양질의 항공기, 미사일, 로켓, 함선의 현대화를 강조하며 최초의 우주군 창설을 최대 업적으로 꼽았다. 특히 동맹국들에 안보 부담에 대한 공평한 몫을 받아냈다는 점을 강조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로부터 4000억 달러 이상의 분담금을 받았으며, 최소한의 의무를 충족하는 동맹국의 수도 두 배로 증가했음을 적시했다. 이와 함께 테러에 대한 대응 성과를 강조하며, 알바그다디 ISIS 최고지도자와 이란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을 사살함으로써 미국 안보의 핵심적인 위협을 감소시켰음을 큰 치적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이란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계속 최대 압박정책을 추진하겠으며, 미국의 가장 긴 전쟁인 아프가니스탄전을 끝내기 위한 협상이 진행 중임을 언급하며, 중동지역 군사력 사용을 줄여나가겠다는 의지도 표명했다. 민주주의의 확산 노력을 강조하며, 연설 현장에 직접 초청한 베네수엘라 후안 과이도 임시대통령을 일으켜 세우며 지지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북한과 중국·러시아에 대한 언급 부재

외교안보 분야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연두교서에서 북한이 언급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는 북한이 미국 국내 유권자의 표심을 얻을 만큼 국내적 관심이 높지 않은 사안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며, 국정연설 후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전에는 북한과 정상회담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보도는 이를 뒷받침한다. 아울러 현재 북한 핵 협상에 핵심적 역할을 해온 대북 라인이 교체되거나 공석이 된 것을 보면 북·미 비핵화 협상이 이전과 다른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스티브 비건 대북 특별대표가 국무부 부장관으로 승진하고, 그 업무를 총괄한 앨릭스 웡 국무부 대북정책 부대표 겸 북한 담당 부차관보가 최근 유엔 특별정무 차석대사로 지명돼 인준이 끝나는 대로 자리를 옮길 것으로 보인다. 또 실무 차원에서 핵심적 역할을 해온 앨리슨 후커 백악관 한반도 담당은 아시아 담당 국장으로 승진함으로써 대북정책만을 다루기에는 제한되는 상황이고, 공석이 된 그녀의 후임은 아직 임명되지 않았다. 랜덜 슈라이버 국방부 동아태 차관보는 2019년 12월 사직했으며 램버트 국무부 대북특사 또한 지난 1월 말 이후 유엔 다자간연대 특사로 자리를 옮긴 상태로 국방부와 국무부, 안보실의 대북 라인은 많은 변동이 있다. 물론 국무부 부장관 비건 대표와 후커 백악관 아시아 국장 등은 승진한 경우로 북한 관련 업무를 지속적으로 할 것이라는 견해가 제시되기도 하지만, 직책 승급은 이전 북한 문제만을 다룬 것에서 중국을 포함한 다른 분야까지 업무영역이 확대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선거 이전까지는 북한보다 중국에 집중하겠다는 것으로 평가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본다. 국정연설에서의 북한에 관한 언급 부재와 실무진의 변화, 이후 발언들을 고려해 본다면 북·미 관계 전망은 현상유지로 관리되는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는 평가다.



함의와 대안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은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의 연설이 국내 유권자를 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통상의 전례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겠으나, 외교안보적 측면에서는 북·미 관계 핵 협상의 소원화는 우리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과정에서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에 이러한 전망은 우리에게 긍정적인 영향으로 다가올 것 같지는 않다. 이에 대한 대비로는 소극적 평화의 지속화로 상황 악화를 막고 북한과 미국 모두에 필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틈새 분야를 식별해 대화 국면의 부활에 기여하는 방법을 모색하자고 제언한다. 현 상황에서 북한이 전략적 도발을 개시한다면 2017년 상황보다 더 좋지 않은 관계로 회귀할 가능성이 크기에 이를 막기 위한 전방위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뿐만 아니라 미국·중국을 포함한 이해관련국 모두가 공감하는 것으로 도발 징후 식별을 위한 정보 공유, 외교적 공조 등 공동 대응을 통해 도발을 억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대화 모멘텀 유지를 위한 우리 주도의 대안들을 심도 있게 모색해봐야 할 것이다. 기존의 남북 경협이나 교류 분야에서 시행 가능한 분야에 대한 검토를 진행함과 동시에 새로운 분야에 대한 접근도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북한은 중국 국경을 차단하며 바이러스 유입을 선제적으로 조치했다고 알려져 있다. 북·중 국경봉쇄가 철저하여 원천적인 바이러스 차단에 성공했다면 의료적 측면은 안정적이지만 중국·러시아와의 비공식 무역 등이 위축됐을 것이고, 반대 상황이라면 의료 도움이 필요한 상황일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며 이를 잘 활용한다면 북한을 대화에 참여시킬 수 있는 명분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본 원고는 국방대 국가안전보장문제연구소가 발행하는 ‘안보현안분석 164호’에 게재된 글을 요약 발췌한 것으로 전문은 국가안전보장문제연구소 홈페이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유 상 범 교수 국가안전보장문제연구소 안보전략연구센터장
유 상 범 교수 국가안전보장문제연구소 안보전략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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