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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윤경 병영칼럼] ‘나 하나쯤이야’ vs ‘나 하나라도’

입력 2020. 02. 19   13:54
업데이트 2020. 02. 19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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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윤 경 
국방FM ‘국민과 함께 국군과 함께’ 작가
유 윤 경 국방FM ‘국민과 함께 국군과 함께’ 작가


‘링겔만 효과’라는 것이 있다. 이는 한 집단의 구성원 증가와 집단의 역량이 비례하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즉 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개인의 역량이 감소하는 것이다.

‘시너지 효과’와 반대되는 이 개념은 독일의 심리학자 링겔만의 줄다리기 실험에서 비롯됐다. 2명이 속한 그룹에서 줄다리기할 때 한 명이 발휘하는 힘보다 8명일 때 발휘하는 힘이 훨씬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쉽게 말해서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을 한다는 뜻이다.

집단이 거대해질수록, 또 그 집단에서 내 존재감이 희미해질수록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을 하기 쉽다. 어떤 일이나 문제에 대한 책임감이 분산되고, 자신의 노력에 대한 보상도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세상에 ‘나 하나’뿐이겠는가. 문제는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실제로 이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는 사례를 우리 일상 곳곳에서 아주 쉽게 찾을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대학교 조별 과제 등 팀 과제다. 여러 사람이 함께 과제를 하다 보면 조원들이 각자 맡은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 진행이 잘되지 않거나 어느 한두 사람이 그 일을 떠안게 된다.

공공질서를 어기는 이기적인 행동으로 인한 문제는 쓰레기 무단 투기다. ‘나 하나쯤 버려도 큰 문제 없겠지’ 이런 생각으로 제대로 분류되지도 않은 쓰레기를 곳곳에 버리는 사람들 때문에 쓰레기가 잔뜩 쌓여 있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곤 한다. 또 개인 용무를 위해 불법 주정차를 할 경우, 그 차 하나 때문에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볼 수 있다. 특히 소방차가 불법 주정차된 차 때문에 길이 막혀 출동에 어려움을 겪는 일들이 심심찮게 일어난다. ‘나 하나쯤 괜찮겠지’라는 생각이 우리의 주변 환경을 해치고, 심지어 누군가의 소중한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이 확산할 때 이런 생각은 더욱 위험할 수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우리 모두 각자의 ‘나’를 변화시키는 일이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는 이런 말을 했다. “누구나 세상을 바꿀 생각을 하지만, 아무도 자기 자신을 바꿀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리고 영국의 소설가이자 비평가인 올더스 헉슬리도 이와 비슷한 말을 남겼다. “나는 세상을 바꾸기를 바랐지만, 확실하게 바꿀 수 있는 것은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세상을 바꾸는 일은 어렵지만, 나를 바꾸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지 않은가? 거창한 변화도 필요 없다.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을 살짝만 틀어서 ‘나 하나라도’ 혹은 ‘나부터’라는 생각을 하면 된다.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은 다른 사람과의 단절을 낳지만, ‘나 하나라도’라는 생각은 유대를 만든다. 그리고 그 유대는 힘을 갖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링겔만 효과와 반대되는 시너지 효과다. ‘나 하나라도’ 혹은 ‘나부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우리 사회는 지금보다 더 깨끗하고, 안전하고, 아름다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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