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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대 후 친 수능서 인생 최고 점수… 군인정신 있었기에 가능했죠”

조아미 기사입력 2020. 02. 18   16:59 최종수정 2020. 02. 18   18:41

<27> 육군50사단 해룡연대 용호대대 본부중대 차강현 일병

왜 군의관 지원 안 했냐고요?
육사 출신 아버지 영향으로
군사 분야 관심 많아 정보병 선택 

 
왜 세 번째 수능 쳤냐고요?
‘나 자신 시험하고 싶은 마음’
지력단련 시간 활용해 공부 

 
어떻게 공부했냐고요?
모르는 건 바로 검색하고
필요한 책은 택배 주문…
휴대전화 적극 활용했죠 

 

육군50사단 해룡연대 용호대대 차강현 일병이 부대 내 독서카페에서 성균관대 의예과 최종 합격증과 장학증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부대 제공
표=유현애 기자

쉽지 않은 군 생활을 하면서 짧은 기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준비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봤던 수능 중 ‘인생 최고의 점수’가 나왔다. 주인공은 “군인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확신에 찬 소감을 전했다. 


 
군의관 아닌 병사로 입대한 의대생


육군50사단 해룡연대 용호대대 본부중대 정보병 차강현(23) 일병은 지난해 6월 24일 입대했다. 입대 전 지방의 한 의대를 다녔다. 그는 의대생들이 일반적으로 택하는 길을 가지 않고, 과감하게 병사로 군 생활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유는 단 하나.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어서였다. 의료 계통 전공자가 많이 지원하는 의무병이나 약제병이 아닌 정보병을 택한 것만 봐도 군 생활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입대했음을 알 수 있다.

“보통 의대에 진학하면 학과공부 6년에 인턴·레지던트를 거쳐 군의관이나 전문사관을 지원하는데 저는 그게 싫더라고요. 육군사관학교 출신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군사 분야에 관심도 있었고, 무엇보다 다양한 경험을 한다면 앞으로 살아갈 때 도움이 될 것 같아 병사를 택했습니다.”

차 일병은 현재 해안경계부대에서 부대의 ‘눈과 귀’가 되는 정보병으로서 전산·문서 보안, 출입관리 등의 임무를 맡고 있다.

자대 배치 후 그는 무언가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싶은 간절함이 생겼다. 그래서 수능을 다시 치르기로 결심했고 지난해 11월, 휴가를 내 세 번째 수능을 봤다.

의대를 다니다 입대했는데 굳이 수능을 다시 본 이유에 대해 “나 자신을 시험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나중에 의사로서 연구소 쪽에서 일할 경우 다른 학과와의 협업 등을 고려해 조금 더 좋은 대학을 가고 싶어서였다”고 차 일병은 설명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지금껏 본 수능 중 가장 좋은 점수를 받았다. 국어·수학·탐구영역에서 300점 만점에 293점을 받았고, 지난달 말 정시에서 성균관대 의예과와 경희대 의예과에 동시에 합격하는 기쁨을 맛봤다. 성균관대 의예과를 택한 차 일병은 일정 성적 유지를 조건으로 2년간 지급하는 전액장학금인 삼성장학금을 받으며 공부할 수 있게 됐다.


자퇴, 검정고시 그리고 의사의 꿈


차 일병이 의대를 고집한 데는 이유가 있다. 중학생 시절 전교 1, 2등을 놓치지 않던 그는 중학교 2학년 때 자퇴했다. 원인 모를 극심한 신경통이 갑자기 찾아온 것. 심할 때는 일상생활조차 힘들 정도였다. 다행히 18살이 될 무렵부터 그를 그렇게 괴롭혔던 증상이 서서히 없어지기 시작해 지금은 거의 완치됐다.

몸이 아픈 와중에도 집에서 혼자 공부에 열중한 차 일병은 중·고등학교 졸업 학력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남들처럼 19살에 첫 수능을 치러 연세대 공대에 입학했다. 하지만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의사가 되겠다는 꿈이 점차 확고해지면서 휴학 후 다시 수능을 치렀다. 그리고 이듬해 한 지방대 의예과에 합격했다.

“투병하면서 일부지만 환자에게 권위적이고 차가운 의사를 봤습니다. 물리적인 치료뿐만 아니라 환자와 신뢰 관계를 형성하고 정신적·심리적 지지자가 되어 주는 것도 의사의 몫이라고 봐요. 더 공부해 봐야 알겠지만 지금은 신경과나 내과 전공의가 되고 싶습니다.”


‘지력단련 2020’ 등 자투리 시간 활용

군 생활과 수능 준비를 병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야간에 상황근무와 경계근무를 짧은 주기로 빈번하게 들어갈 때면 개인정비 시간이 그만큼 줄었다.

자신에게 맞는 최선의 방법을 생각해냈다. 잠은 푹 자야 한다는 게 차 일병의 지론. 이를 위해 야간 연등은 최소화하는 대신 근무가 없는 날에는 취미 시간을 줄였다.

특히 대대에서 면학 분위기를 독려하고 지원하는 ‘지력단련 2020’를 활용했다. 이는 일과시간 중 오후 1시부터 1시30분까지와 저녁 점호 준비 시간인 밤 9시부터 9시30분까지 독서, 개인 공부 등 자기계발을 위한 시간을 부여하는 정책이다. 군에서 휴대전화 사용이 가능해지면서 공부도 한층 수월해졌다. 휴대전화로 필요한 책을 택배로 주문해 위병소에서 받을 수 있었고, 인터넷 검색으로 원하는 답을 즉각 얻을 수 있었다.


군 복무에서 나타난 긍정적인 변화들


“아프면서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서인지 성격이 점차 소극적으로 변해가더라고요. 나서거나 남의 일에 관여하기 싫어하고, 남들과 마찰을 빚지나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 혼자서 하는 일을 좋아했어요.”

하지만 군 생활은 차 일병이 스스로를 가뒀던 자신만의 틀에서 그를 끄집어내는 기회가 됐다. 상황 근무 때 간단명료하게 브리핑하는 연습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신 있게 행동하는 요령을 터득하도록 만들어줬다. 지난달 1일부터 분대장이 돼 분대원들의 고충을 상담하는 등 소규모지만, 집단을 이끌어 가는 방법도 배우고 있다.

“본말이 전도되면 안 됩니다. 자기계발도 좋지만 군인 본연의 임무 수행을 소홀히 해서는 원하는 걸 이룰 수 없다고 봅니다. 군 생활이 잘 안 돼서 삐걱거리면 거기서 오는 부작용이 자신의 공부에도 미치기 때문이죠. 그게 충족된 후 단단한 정신력과 끈질긴 노력으로 공부한다면 꿈은 이뤄질 것입니다.” 조아미 기자


‘군인의 품격’이란?
휴가 전날 군화를 더욱 열심히 닦는 이유 


차강현 일병이 어릴 때 바라본 군복 입은 아버지는 늘 단정하고 깔끔했다. 흔히 하는 말로 ‘각’이 제대로 잡혀 있었다. 그래서인지 차 일병은 외출이나 휴가를 나갈 때 더욱 군복에 신경 쓴다. 특히 군화는 더욱 그렇다.

“한번은 휴가를 나갔는데 30·40대 예비역들이 군복 입은 저를 주목하더라고요. 그들이 저를 위에서 아래로 쭉 훑어보는데 마지막에 군화에서 시선이 몇 초 더 머무는 걸 느꼈어요. 그래서 휴가 전날 군화를 더욱 열심히 닦습니다.”

집이 수원인 차 일병은 수원역이나 터미널에서 많은 장병을 만난다.

“공공장소에서 휴대전화로 통화하면서 욕설하는 병사를 봤습니다. 휴가를 나와 들뜬 기분은 이해가 되지만, 주변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린 채 그 병사를 바라보던 기억이 나요. 군인으로서 말본새도 밖에서는 더욱 조심해야겠다고 느꼈습니다.” 조아미 기자


조아미 기자 < joajoa@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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