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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드론, 성능 제한적이지만…미군 실전 배치 적극 추진

입력 2020. 02. 07   15:45
업데이트 2020. 02. 09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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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기 방어(안티 드론)


직접 격추 하드킬·조종 차단 소프트킬
두 방식 동시 배치해도 확실 대응 한계

 
사우디 석유시설 공격 등 위협 가중
미 해군 함정에 레이저 무기체계 배치
육군도 장갑차량 탑재 등 지속 관심 


이지스함에 장착된 무인기 방어 레이저 체계를 이용해 날아오는 무인기·순항미사일을 요격하는 개념도.  사진=록히드마틴
이지스함에 장착된 무인기 방어 레이저 체계를 이용해 날아오는 무인기·순항미사일을 요격하는 개념도. 사진=록히드마틴


무인기 방어가 국방의 중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미군 무인기가 지난달 이란 군부 실력자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폭살하면서 무인기 공격의 위협을 더욱 실감케 하고 있다. 이러한 무인기의 공격력에 비해 무인기 방어는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무인기 방어의 중요성은 미 국방부 고위 관리의 발언으로 확인된다. 엘런 로드 미 국방차관보(획득 유지 담당)는 지난해 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무인기에 대응하는 시스템과 전략에 계속 집중하는 것이 여전히 국방부의 최우선 과제”라며 “앞으로 의회·방위산업계와 계속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로드 차관보는 당시 이라크·아프가니스탄 등 중동지역 파견 지휘관들과 면담했으며, 낮은 기술의 적 무인기를 퇴치하기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무인기 대응은 여전히 난제라는 의견을 들었다.

무인기 방어는 역사가 비교적 짧은 관계로 아직은 제대로 된 체계를 갖추고 있지 않다. 미 방산업체인 레이시언의 한 간부는 지금까지 무인기 방어와 관련한 군 연구의 초점이 초소형 그룹(1그룹)과 초대형 그룹(5그룹)에 맞춰졌기 때문에 중간 크기의 무인기 그룹에는 소홀하다고 언론에 실토한 바 있다. 


 
미 공군은 무인기를 능력에 따라 5개 그룹으로 분류하고 있다(표 참조). 지난해 9월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시설을 공격한 무인기는 3그룹에 해당한다. 3그룹의 무인기가 치명적 공격을 할 수 있는데도 그 대비책은 출발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이다. 참고로 1그룹 무인기는 로터가 4개인 소형 쿼드콥터, 3그룹 무인기는 스캔이글, 5그룹 무인기는 MQ-9 리퍼 등이다.

무인기 방어의 취약성은 또 소프트킬과 하드킬의 조합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무인기 격추를 확실하게 보장할 방어체계가 개발되기 어려운 사정에 따라 소프트킬과 하드킬의 동시적 배치가 효율적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개발된 방어체계는 한정된 능력을 갖고 있는 데다 다양한 종류의 무인기에 대응하기는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미 방산업체의 한 간부가 최근 “한 개의 전자파 방해 시스템과 한 개의 레이저 무기면 충분할 것으로 보이지만, 문제는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실정을 두고 한 말이다.

하드킬은 무인기를 직접 파괴해 격추하는 방식으로 레이저 무기와 대공포, 대공미사일을 사용한다. 레이저 무기는 비용이 적게 들어서 각광받고 있지만, 전장에서 이동이 가능하도록 소형화하는 과정이 숙제로 남아 있다. 그리고 레이저 무기는 가시거리를 벗어나거나 비 오는 날씨 등 기상에 따라 사용에 제한을 받는다. 5그룹에 속하는 대형 무인기를 격추하기 위해서는 지대공 미사일을 사용해야 하는데, 무인기의 싼 가격과 비교할 때 지대공 미사일은 고비용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박격포탄이나 로켓포, 드론 등을 요격하는 저비용의 소형 직격미사일(MHTK·Miniature Hit-to-Kill)을 개발한 것도 이러한 비용 부담을 완화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

소프트킬은 무인기가 원격 조종에 의해 운항된다는 데 착안해 이 원격 조종을 차단하거나 방해하는 방식이다. 주로 무선 방해 전파를 보내서(재밍) 원격 조종 장치를 방해하거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교란한다. 소프트킬은 일정 지역에 대한 무인기의 접근을 막는 데 유리하므로 군 기지, 해외 대사관, 중요 시설 등의 보호에 일차적으로 사용된다. 그렇지만 소프트킬은 무인기를 직접 파괴하지 못하며, 무인기를 조종하는 주파수 대역을 제대로 예측해야만 한다. 소프트킬 장비로는 수백m의 전파방해 영역을 갖는 소총 모양의 드론 디펜더, 드론건 등이 있다.

무인기 방어 무기의 성능은 아직 제한적이지만 다급한 상황을 반영해 미군에서는 이를 실전 배치하거나 배치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미 육군은 1그룹 무인기 대비용으로 50㎾급 레이저 무기를 스트라이커 장갑차량 4대에 2022년까지 배치하기로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미 해군은 함정 특성상 중량 제한에서 여유가 있기 때문에 레이저 무기 체계의 실전 배치가 이뤄지고 있다. 이미 2014년에 30㎾ 규모의 레이저포를 구축함 폰스에 장착한 적이 있는 미 해군은 올해 안에 최신 연안 전투함 리틀록(LCS 9)에 150㎾ 빔을 출력할 수 있는 레이저 무기 체계를 탑재하기로 했다. 또 구축함 프레블에도 내년까지 동급의 레이저 체계를 배치해 함정 근접방어 능력을 강화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미 공군도 지난해 11월 육군에서 개발 중인 무인기 방어 레이저 시스템의 시연회에 참관하는 등 무인기 방어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다.

2017년 미 육군 시험 동영상 공개
 

록히드마틴 개발 무인기 방어 체계 ‘ATHENA’
적외선 센서·레이저 빔 이용 5대 연속 격추 시범


시험 표적으로 설정된 무인기가 수직꼬리날개에 불이 붙었는데도 계속 비행하고 있다. 무인기에 레이저 광선이 10초 가까이 계속 조사되자, 표적 무인기는 드디어 균형을 잃고 추락하기 시작한다.

이 장면은 성공적인 무인기 방어 체계로 평가받는 고등 시험용 고에너지 자산 체계(ATHENA·Advanced Test High Energy Asset system)의 격추 시험에 나오는 동영상 내용이다. 미 방산기업 록히드 마틴이 개발한 이 체계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새로운 체계를 개발하기 위한 시험대(test bed)다. 2017년 9월 미 육군의 화이트 샌즈 미사일 시험장에서 실시된 이 시험에서 5대의 무인기가 연속으로 격추되는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 체계의 작동 과정을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⑴ 센서가 표적을 찾으면서 적외선 추적 카메라를 대기시킨다. 또 표적의 작은 지점에 레이저 빔을 안정화하기 위한 준비를 한다.

⑵ 표적이 무인기일 경우 적대적인지를 확인하고, 미세한 적외선 센서로 조사 지점을 조준한다.

⑶ 소형 롤스로이스 터보 발전기에서 전력을 공급받아 광섬유 단일 광선을 생성한다.

⑷ 광선 에너지가 빔 제어장치 제어 시스템의 거울·렌즈·창을 통과해 30㎾의 출력으로 목표물의 한 지점에 집중적으로 향하도록 한다.

⑸ 레이저 빔은 목표물을 향해 빛의 속도로 이동해, 강렬한 열로 목표물을 손상시키거나 파괴한다.


김성걸

정치학 박사

안보정책융합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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