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전용진 기고] 입에 파수꾼을 세우다

입력 2020. 02. 06   15:21
업데이트 2020. 02. 06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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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용 진 
해군인천해역방어사령부·중령
전 용 진 해군인천해역방어사령부·중령

사람이 동물과 다른 점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가장 큰 차이는 언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말을 못 하는 동물은 소통이 되지 않아 먹잇감을 가지고 서로 먹으려고 무작정 싸우지만, 인간은 동물과 달리 말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주장하고 소통해서 타협점을 찾는다.

하지만 이렇게 소중한 말도 때론 문제가 되어 서로에게 상처를 준다. 조직에서도 말을 통해 서로 협업하고 문제를 풀어가는 때가 많지만, 말 때문에 오해를 부르거나 마음에 상처가 되어 업무나 관계가 꼬이는 때도 있다.

그동안 우리는 누군가의 과실(過失)을 지적하거나 교육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언행, 특히 말 때문에 역풍을 맞는 사례가 자주 있었다. 세련되게 지적하지 못하고 후배의 체면에 상처를 준다면, 후배는 자기 잘못을 인정하기보다는 깎인 체면과 감정 때문에 교육은커녕 그냥 기분만 상할 가능성이 크다. 이것은 부대에서뿐만 아니라 자녀의 훈육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수준이나 등급을 의미하는 품(品) 자의 구조가 흥미롭다. 입이 세 개 모여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품격과 나만의 향기가 주변인에게 전달되고 그것이 이미지 캡처되어 타인에게 내가 남는 것 같다.

우리는 사물이나 현상을 볼 때 서로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게 마련이다. 상대방의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고 자신의 지식을 경험이라는 수레 위에 올려놓고 직책이나 계급으로 밀어붙이는 때가 있다. 간혹 이러한 지식은 정제되지 않은 것일 수도, 경험 또한 지금은 통하지 않는 해묵은 것일 수도 있다.

다름에 대한 포용력 없이는 지혜로운 대응도 어려울뿐더러 다른 사람과의 소통과 배려도 존재하기 어렵다. 지혜는 지식과 경험 그리고 다름을 인정하는 유연함과 균형적 시각에서 나오기 마련이다.

며칠 전 출근 전에 아내와 작은 일로 언쟁한 후 현관문을 나서는데 머리 뒤에서 아내의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꼰대처럼 점점 고집이…”라고. 그 후 출근길을 재촉하며 추운 날씨로 마스크를 착용했는데 그 마스크를 통해 내 구취(口臭)를 알게 됐다. 그렇다. 내 행동과 말은 내 구취처럼 주변 사람이 다 알고 있는데 나만 모르고 있었던 것일 수도 있다.

병영문화혁신을 위한 여러 행동요령 중에 ‘세련되게 질타하기’라는 구절을 화장실에서 본 기억이 있다. 화가 났는데 세련되게 질타하기란 범인(凡人)이라면 말이 쉽지 실천하기가 만만치 않다. 우리 모두는 언제나 미생(未生)이다. 다만, 품격 있는 말을 사용하려고 노력하는 배움의 과정을 통해 완생(完生)에 근접해 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호저라는 고슴도칫과 동물이 있다. 너무 가까이 가면 가시로 서로 상처를 주고 너무 멀리 떨어지면 온기를 느끼지 못해 얼어 죽기 때문에 적당히 거리를 두고 동면한다. 건강한 거리를 두는 호저의 지혜가 부럽다. 품격 있는 말과 행동으로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터치하면서 호저처럼 살아가고 싶다. 가끔은 반성과 성찰을 위해 내 말에 대한 마스크, 파수꾼을 씌워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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