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최근 60년간 신종 감염병 4배 증가…환경 변화 주 요인
종간 장벽 넘어 동물·사람 넘나드는 ‘인수공통감염병’ 특징
교통 발달·여행객 증가로 바이러스 이동 시간 급격히 줄어
지구 온난화로 고온다습 지역 늘어 모기 매개 감염병 확산
전염병 반복 발생 불가피…유입·전파 막고 총력 대응 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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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잡을 수 없는 감염 속도에 세계 각국은 비상에 걸렸고, 시민들은 불안에 떨며 예방책 실천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각) 국제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다. 무서운 기세로 확산되는 감염증은 사회 전반 곳곳에 파고들며 불편한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는 한편, 집단감염으로 인한 대유행(Pandemic·팬데믹)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인류를 위협하는 전염병
세계사의 판도를 뒤흔들다
인류를 위협하는 전염병의 창궐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브린 바너드의 저서 『세계사를 바꾼 전염병들』에서 볼 수 있듯 역사적으로 수많은 바이러스가 인류를 괴롭혀왔고, 전염병은 역사를 바꿀 정도로 막강한 위력을 가졌다.
14세기 중세 유럽을 강타한 페스트, 일명 흑사병은 4년 만에 유럽 인구의 3분의 1 이상을 몰살시켰고, 급격한 인구 감소가 봉건제도를 무너뜨렸다. 16세기 스페인 군대와 함께 남미대륙에 상륙한 천연두는 잉카제국을 멸망으로 몰아갔다.
우리나라에선 천연두가 두창, 마마로 불리며 조선시대 공포의 질병으로 불렸다. 1918년 1차 세계대전 중 창궐한 스페인 독감은 수많은 참전 군인들의 생명을 앗아갔고 전쟁의 결과를 베르사유 평화조약 체결로 이끌었다.
이외에도 19세기 숱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결핵, 19세기 초반 시작돼 20세기 초반까지 총 7차례 대유행기를 거친 콜레라 등은 열악한 위생환경을 개선하고 공중보건제도를 강화하는 촉매제가 됐다. 이처럼 치명적인 바이러스의 습격은 오랜 기간 인류사와 함께하며 인간의 행동방식을 변화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1세기 신종 감염병
창궐 주기 단축·확산 급속도
확산 범위도 빠르게 확대
최근에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에볼라 등 바이러스들로 인한 전염병이 무분별하게 창궐하고 있다. 창궐 주기는 짧아지고, 확산 속도는 빨라지고 확산 범위도 더욱 넓어지면서 인류를 전염병의 공포로 내몰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감염병 포털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신종감염병의 수는 지난 60년간 4배 이상 증가했다. 1980년 이후 매년 발생하는 감염병의 유행 건수는 3배 이상 증가했다. 2002년에 등장한 사스는 당시 8개월 동안 30개국에서 8099명의 환자가 나왔고 이 가운데 774명(9.6%)이 사망했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는 2012년 이후 23개국에서 1142명이 감염됐고, 이 중 465명(41%)이 사망했다. 국내에서는 2015년 5월 첫 감염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빠르게 확산돼 환자 186명 중 38명이 사망에 이르렀다. 이후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지속적으로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외에도 중국에서는 조류인플루엔자(AI) 인체 감염 사례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필리핀에서는 2015~2016년 2년 연속 뎅기열 환자가 연간 20만 명을 넘어섰다. 2015년 브라질 등 중남미 지역에서는 모기에서 발생한 지카바이러스가 유행하면서 84개국에 퍼져 임신부의 태아 소두증을 유발했다.
이 같은 신종 감염병의 공통점은 종간 장벽을 넘어 동물과 사람을 오가며 병을 일으키는 ‘인수공통감염병’이라는 것이다. 사스는 박쥐와 사향 고양이로부터, 메르스는 낙타를 거쳐 사람에게 전파된 것으로 확인됐다. 우한 폐렴 원인 역시 우한 수산물 시장에서 거래된 박쥐가 지목되고 있다.
통상 질병에는 종간 장벽이 존재하지만, 바이러스 진화 과정에서 생긴 돌연변이는 종간 장벽을 무너뜨리고 치명적인 신종 질환을 유발한다. 문제는 신종 감염병에 대한 백신이나 완치시킬 수 있는 치료제가 따로 없다는 것. 그래서 감염 확산을 차단하는 것이 지금으로선 급선무다.
전염병 창궐 왜?
기후변화·여행 증가 등 복합적 작용
그렇다면 이처럼 감염병 창궐이 잦은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인구밀도와 여행객의 증가, 기후변화 등 복합적 요인에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그러면서 감염병 대유행의 위험성이 갈수록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진범식 국립중앙의료원 감염관리팀장은 “감염병 발생 빈도가 잦아진 결정적인 요인은 항공기 발달과 여행객 증가로 바이러스의 이동 시간이 급격하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며 “통상 바이러스의 잠복기가 최대 2주 정도인데, 2~3일이면 세계 어디든 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면서 전염병 파급력이 훨씬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도보나 육상, 해상을 통한 이동이 주를 이루던 시기에는 잠복기 동안 이동이 불가능하니 국지적인 병으로 끝나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교통발달과 함께 국가 간 교류가 늘고 여행객도 증가하면서 이 같은 변화를 초래했다는 것.
더불어 진 팀장은 기후변화도 전염병 창궐의 주요한 요인으로 꼽았다. 대표적인 것이 모기에 의해 전파되는 뎅기열이다. 지구의 온도 변화에 따라 고온다습한 환경이 늘면서 모기의 서식지가 확대되고, 모기를 매개로 하는 감염증도 함께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진 팀장은 “환경 변화에 따라 감염증의 발생 빈도나 유행의 정도가 급격하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인류도 대응을 강화하겠지만, 전염병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초기대응·정보 공유 중요
지역 이기심 대신 포용력 발휘
신종 전염병의 경우 전파력이 강한 만큼 초기대응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코로나바이러스도 중국의 초기대응 실패가 화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의료계 전문가는 “사스 당시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수준의 유행이 일어나는 것은 효과적인 대응을 못 했다는 결과”라면서 “발병 국가인 중국의 소극적인 대응이 대유행의 문제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사람 간 전파의 중요한 근거가 되는 ‘의료진 감염’ 사실을 뒤늦게 공개했다. 또 의심환자에 대한 방역조치도 지난 17일에야 이뤄졌다.
공동체의 이해와 협력도 중요하다. 과도한 공포감과 경계심으로 인한 사회갈등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 특히 확인되지 않은 가짜뉴스의 무분별한 전파는 시민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며 사회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유승철 교수는 “SNS를 통한 가짜뉴스의 확산은 전염병 자체보다 더 큰 사회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가짜뉴스의 확산을 현실적으로 막기 어렵기 때문에 팩트체크를 통한 정확한 정보를 시기적절하게 공급하는 레거시 미디어(전통 미디어)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민정 기자 lgiant61@dema.mi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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