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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호르무즈 파병, 원유 안전 확보-美 동맹 기여-이란 우호 유지

기사입력 2020. 01. 31   17:18 최종수정 2020. 02. 02   10:35

유조선 피습 등 사고 집중적 발생
트럼프 “자국 선박 스스로 보호하라”
‘항해 안전’ 명분 동맹국에 파병 압력
日 즉각 결정 미루면서 묘안 찾아
호위함 등 정보수집활동 실시 결정
지부티의 자위대 유지 명분도 마련
    

 

중동에 파견되는 일 호위함 ‘다카나미’. 일본 정부는 지난해 12월 27일 아베 총리 주재의 각의(국무회의)에서 해상자위대 호위함 ‘다카나미’와 P3C 초계기 1대를 중동 해역에 파견하는 내용의 안건을 의결했다.  연합뉴스


지난달 8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중동정세에 관한 총리 지시’를 내려 일본의 호르무즈 해협 독자 파병을 공식화했다. 또 같은 달 10일 일본 방위성은 ‘중동 지역에 대한 일본 관련 선박의 안전 확보에 필요한 정보수집 활동에 대해서’라는 발표문으로 구체적인 파병 내용 및 규모를 확정했다.


왜 일본은 이러한 파병을 결정했을까? 


그 배경을 살펴보면 2019년 6월 미-이란 간 갈등이 고조됐던 시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윗에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6월 24일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중국은 91%의 원유를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입하고, 일본은 64%, 다른 나라도 비슷한 수준이지만 미국은 아무런 보상 없이 이들을 보호해 주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항상 위험한 여정이었던 곳에서 (각국은) 자국 선박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에서 오만만으로 이어지는 이란 남쪽에 위치한 해양 공간이며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원유량의 3분의 1이 지나는 해상 요충지다. 일본 재무성의 무역통계에 따르면 일본의 중동 원유 의존도는 88%에 달하며,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일본선주협회 회원사 선박은 연간 총 1700척, 그중 500척이 유조선에 해당한다. 이러한 배경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일본 정부에 ‘자국의 선박을 스스로 보호하라’는 대외적 압력으로 작용하는 데 충분했다.


호르무즈 해협 사태와 ‘항해의 안전’

지난해 5월부터 7월까지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 피습 등 사고가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6월 20일에는 이란 혁명수비대가 미군 정찰용 무인기를 지대공 미사일로 격추하는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미-이란 간 군사적 충돌 가능성까지 높아졌다. 이는 일본 외교에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 6월 12일부터 14일까지 아베 총리가 이란을 방문했을 당시 일본 선사 소속 유조선 2척이 공격받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피격 이후 일본 정부는 사태를 수습하면서 ‘이번 공격의 주체가 명확하지 않으며 일본을 표적으로 했는지 알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그 충격을 완화하고자 했다.

미국의 요구는 자국 선박에 대한 보호에서 끝나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항해의 안전’을 명분으로 동맹국의 기여(burden sharing)를 요청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 위협을 상쇄하기 위해 ‘해양안보 이니셔티브’라는 호위연합 구성을 추진하고 미 중부사령부(CENTCOM) 주도의 센티넬 작전(Operation Sentinel)에 동맹 및 우방국의 참여를 요청했다. 2019년 7월 9일 조지프 던퍼드 당시 미 합참의장이 “호르무즈 해협과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자유로운 항해를 보장할 연합체를 구성하기 위해 여러 국가들과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항해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은 일본 해양 수송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안보 사안임은 확실하다. 게다가 일본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이라는 깃발 아래 항해의 자유와 열린 교역이 보장되는 해양 공간의 중요성을 대외정책으로 강조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베 정부는 일본 자위대의 호르무즈 해협 호위연합 참여를 즉각적으로 결정하지 않고 오히려 정책 결정을 뒤로 미루는 모습을 보였다. 7월 12일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 자위대 파견을 요청했는가라는 질문에 직접적으로 답변하지 않았다. 대신 ‘일본은 중동 지역 긴장 고조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미국을 시작으로 관계국과의 연계를 통해 정세 안정화를 위한 외교 노력을 계속하고 싶다’고 언급했을 뿐이다.


‘평화안전법제’에 따른 참여 가능성 검토

아베 정부는 자위대 파견에 대한 정책 결정을 뒤로 미뤘을 뿐이지 파견 가능성을 완전히 닫은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일본 에너지 안보의 사활이 걸린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을 확보하면서도 미국이 요구하는 동맹국의 기여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고 있었다. 2019년 8월 7일 미·일 국방장관회의 개최 다음 날인 8일 정책브리핑에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원유의 안정적 공급, 미국과의 관계, 이란과의 관계를 고려해서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싶다’고 밝혔다. 아베 정부는 위의 세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과 관련해 일본 자위대 파견 가능성을 판단하는 법 제도를 검토했다.

첫째, 존립 위기 사태다. 일본은 자국과 깊이 관련된 국가가 무력공격을 받을 경우 평화안전법제의 안전보장관련법에 따라 존립 위기 사태가 발생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일본 자위대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제한적으로 가능해진다. 둘째, 해상경계행동이다. 일본인이 승선한 선박을 호위할 수 있도록 한 자위대법에 따라 자위대 파견이 가능하다. 이 경우 방위대신에 의한 결정이 가능하지만, 대상은 일본 선박에 한정되고 외국 선박에 대한 적용은 제한된다. 셋째, 해적대처법이다. 선박 공격의 주체가 해적이라는 점이 명확할 경우 자위대에 의한 선박 호위가 가능한데, 단독 대응이 아닌 다자 대응의 경우에만 적용 가능하다.

이러한 법 제도의 적용을 받지 않고 자위대를 파견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특별조치법을 제정할 수 있다. 2001년 일본 정부가 테러대책 특별조치법을 설치해서 중동에서의 미국 주도 연합작전에 급유 활동을 지원하는 후방 지원을 실시한 사례가 있다.


아베 정부의 전략외교와 일본의 독자 파병

지난해 12월 27일 ‘중동 지역에 대한 일본 관련 선박의 안전 확보에 관한 정부의 조치에 대해’라는 각의(국무회의) 결정이 내려졌다. 아베 정부는 방위성 설치법 제4조 조사·연구 임무에 근거해 오만만, 아라비아해 북부, 바브엘만데브 해협 동부 아덴만 공해 등 3개 해역에서 자위대 단독으로 일본 관련 선박의 안전을 위한 정보수집 임무 수행을 결정했다.

지난달 8일 발표된 ‘총리 지시’에서는 첫째, 정보수집 및 분석에 전력을 다하고 국민에 대해 신속하며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것, 둘째, 현지 일본인 보호에 전력을 다하고 관련국과 협조하에 모든 외교적 노력을 경주할 것, 셋째, 예측 불가능한 사태에 대비해 태세를 정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일본 방위성은 신설된 파견정보수집활동수상부대의 호위함 1척, 지부티를 거점으로 해적 대처 임무를 수행하는 파견해적대처행동항공대 소속의 P-3C 2기를 활용해 2020년 1월 20일부터 12월 26일까지 해당 해역에서 정보수집활동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결정은 트럼프 행정부가 요구하는 동맹국의 기여를 만족하면서도 일본의 정책적 자율성을 확보해 이란과의 우호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독자적 공간을 마련한 전략외교로 보인다.

아베 정부가 이러한 독자 파병을 통해 지부티의 자위대 부대를 장기적이며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명분 또한 마련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 필자 

조은일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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