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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 금강산과 동해 바라보며 새해 설계하자

정호영

입력 2020. 01. 21   17:09
업데이트 2020. 01. 21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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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전망대 산책 - 강원도 고성군 통일전망대


강원도 고성의 통일전망타워(사진 좌측)와 구 통일전망대(우측) 전경
강원도 고성의 통일전망타워(사진 좌측)와 구 통일전망대(우측) 전경

강원도 동북부에 위치한 고성군은 산과 바다를 품은 천혜의 고장이다. 이곳에서 북녘땅인 금강산을 바라보며 동쪽으로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도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통일전망대다. 서울에서 경춘고속도로를 이용하면 2시간대에 도달할 수 있어 전국 각지에서 매년 150만 명이 찾는 강원도의 대표적인 안보 명소다. 고성의 8경 중에서도 첫 번째로 손꼽히는 이곳 전망대 주변으로는 화진포와 송지호, 설악산 울산바위 등 가볼 만한 명소가 즐비하다. 2020년 새해를 맞아 통일전망대로 역사안보여행을 떠나보자. 평화와 생명의 땅으로 거듭나고 있는 비무장지대를 조망하며 천혜의 자연환경인 산과 바다를 벗 삼아 새롭게 삶을 재충전해보자. 글=정호영/사진=조용학 기자

강원도 최북단 고성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비무장지대 전경. 정면으로 금강산이 보인다.
강원도 최북단 고성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비무장지대 전경. 정면으로 금강산이 보인다.


산과 바다 품은 천혜의 고장


강원도 고성군은 북으로 세계적인 명산인 금강산을 경계로 북한의 통천군(通川郡)과 접하고 있고 동쪽에는 푸른 동해(東海) 바다가 넘실거린다. 또한 서쪽은 향로봉을 경계로 인제군(麟蹄郡)과 맞닿아 있고, 남으로는 속초시 장사동(章沙洞)과 접하고 있다. 인구는 약 3만 명이며, 군청은 강원도 고성군 간성읍 하리에 있다.

고성군은 수도권 동쪽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고장이다. 그 때문에 여름 휴가철에 동해 쪽으로 피서를 떠나는 관광객들을 제외하고는 찾는 이가 드물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에 강원도 고성을 찾는 관광객들의 숫자가 부쩍 늘었다. 이들 관광객 상당수가 계절과 무관하게 연중 내내 통일전망대를 찾는다고 고성군 관계자는 입을 모으고 있다.

고성군에서 펴낸 관광 안내 책자에 따르면 고성의 자랑거리인 고성 8경의 첫 번째가 바로 통일전망대다. 이어 2경이 화진포, 3경이 건봉사, 4경이 송지호, 5경이 마산봉 설경, 6경이 천학정, 7경이 울산바위, 8경이 청간정(淸澗亭)이다.


최전방 안보 명소 통일전망대


지난 1984년 2월에 준공 및 개관한 통일전망대는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명호리에 위치하고 있다. 휴전선과 남방한계선이 만나는 해발 70m 고지의 통일전망대에 서면 금강산의 구선봉과 해금강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맑은 날에는 옥녀봉, 채하봉, 일출봉 등을 볼 수 있다. 발 아래의 휴전선 철책을 사이에 두고 대치해 있는 최전방 초소는 남북한 간의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안보 명소인 통일전망대가 강원도 고성군을 대표하는 최고 명소가 된 것은 불과 몇 년 사이의 일이다.

첫 번째 요인은 과거에 비해 교통이 확연히 좋아졌다는 것이다. 서울-춘천고속도로와 서울-양양고속도로 개통으로 수도권에서 고성까지 2시간대에 도달할 수 있게 됐다.


북녘땅 손에 잡힐 듯 통일전망타워


두 번째는 지난 2018년 12월 통일전망대 부근에 ‘통일전망타워’가 새로 준공된 것이다. 통일전망타워 개관으로 종전에 비해 2배 이상 관광객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민간인 출입통제선 북쪽에 위치한 통일전망대에 가기 위해선 먼저 통일안보공원에서 출입신고를 해야 한다. 안보교육(이수) 후 각자 개별 차량으로 군 검문소를 통해 출입하는데, 오토바이·도보·자전거 등으로는 입장할 수 없다. 입장 요금은 1인당 3000원이며 주차비는 별도다.

통일전망대 입구 주차장에서 구 통일전망대와 새로 지은 통일전망타워까지는 5분 정도 거리다. 통일전망타워는 구 통일전망대에서 20m 떨어진 곳에 세워져 있다. 높이가 34m로 기존 통일전망대보다 20여m 이상 높은 곳에서 북한 땅을 조망할 수 있다. 고성군이 국비와 지방비 등 68억8000만 원을 들여 연면적 1675m²지상 3층 규모로 건립했다. 고성 통일전망타워에서 북한 땅 고성까지는 3.8㎞. 고성의 아픔은 현실이지만 통일 또한 멀지 않게 느껴지는 거리다.

통일전망타워 1층에는 카페와 특산품 판매장, 2층에는 통일홍보관과 전망교육실, 3층에는 전망대와 포토존이 있다. 기존의 낡은 통일전망대는 리모델링한 뒤 북한 전문 음식점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통일전망대 주변에는 북녘 산하와 가족을 그리는 실향민과 통일을 염원하는 이들을 위한 성모상, 미륵불상, 전진철탑 등 종교적 부대시설과 전차·항공기 등 안보 교육용 전시물이 있다. 전시물 사이사이로 시야에 들어오는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한 풍광은 단연 압권이다.

통일전망대에서 900m 정도 떨어진 곳에 DMZ박물관이 있다. 전망대 관람을 마치면 관광객 절반 이상이 필수코스처럼 들르는 곳이다. 대한민국 155마일 휴전선을 끼고 있는 지자체와 주요 안보 명소에 DMZ를 주제·소재로 하는 박물관들이 여럿 있지만 단연 최고가 이곳이다.

지상 3층 규모의 DMZ박물관 전경.
지상 3층 규모의 DMZ박물관 전경.


DMZ의 모든 것 DMZ박물관


DMZ박물관은 남북한의 평화와 안정을 바라는 전 국민의 염원을 담아 동해안 최북단인 군사분계선과 근접한 민통선 내에 세워졌다. 출입 절차는 통일전망대와 똑같다. 이 때문에 통일전망대를 거치면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다.

이곳에는 지구상에 남아 있는 유일한 분단국의 상징 DMZ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지난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전후의 모습, 휴전협정으로 탄생한 휴전선이 갖는 역사적인 의미, 이로 인한 동족 간 이산의 아픔, 지속되는 군사적 충돌, 60여 년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원형 그대로 보존된 생태환경 등이 각종 전시물과 영상물로 완벽하게 구현돼 있다.

DMZ박물관 시설은 연면적 1424㎡에 지상 3층 규모다. 이곳을 제대로 보려면 최소한 반나절이 소요될 만큼 방대하다.

통일전망대와 DMZ박물관까지 본 뒤 민통선 밖으로 빠져나오면 가장 근거리에서 가볼 만한 곳이 화진포다.

자동차로 약 10분 거리인 화진포는 강원도 최북단의 수려한 해수욕장이면서 한국 근대 역사의 축소판 현장이기도 하다. 화진포 해수욕장은 수심이 얕고 경사가 완만하며, 송림도 있어 해수욕장의 조건을 고루 갖추고 있다.

특히, 백사장이 깨끗하고 주위 경관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바다와 호수, 그리고 울창한 송림과 기암이 많아 예로부터 별장 적격지로 손꼽혀왔다. 


전쟁 이후에 세워진 이승만 대통령 별장.
전쟁 이후에 세워진 이승만 대통령 별장.
 

전쟁이 벌어지기 전 세워진 북한의 김일성 별장.
전쟁이 벌어지기 전 세워진 북한의 김일성 별장.


김일성 별장 있는 화진포


화진포의 대표적인 별장이 바로 김일성과 이승만의 별장이다. 6·25 전쟁이 벌어지기 전 북한 땅이었던 이곳에 세워진 북한의 최고 권력자 별장과 전쟁이 끝난 후 지척의 거리에 마주 보며 세워진 남한의 최고 권력자 별장이 역사의 단면을 엿보게 한다.

강원도 고성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國家), 분단도(道), 분단군(郡)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고장이다. 남한의 고성군 면적이 664.55㎡이고 북한의 고성군 면적은 858.65㎡다. 휴전 당시 고성 인구 대부분은 이북 5도 출신 피난민이었으며, 1980년까지도 인구의 77%가 실향민이었다. 이러한 고성군의 독특한 지형적·문화적 특성이 담겨 있는 곳이 바로 화진포 해수욕장이다.

통일전망대와 DMZ박물관, 그리고 화진포 해수욕장까지는 보통 당일에 가능한 자동차 여행 코스다.

좀 더 시간을 할애하면 건봉사와 송지호, 설악산 울산바위, 청간정 등도 둘러볼 수 있다. 이 중 가장 무난한 코스로 송지호와 청간정을 손꼽는다. 화진포에서 자동차로 20분 거리인 송지호는 1977년 국민관광지로 지정된 둘레 6.5㎞의 호수다.

고성군 남쪽에 위치한 아야진항 포구 야경.
고성군 남쪽에 위치한 아야진항 포구 야경.


송지호에서 청간정까지 볼거리 다양


고성군 토성면 청간리에 있는 청간정은 유형문화재 제32호로 지정된 조선시대 정자다. 설악산 골짜기에서 흘러내리는 청간천과 만경창파가 넘실거리는 동해 바다 옆 기암절벽 위에 팔각지붕의 중층누정으로 세워져 있다. 청간정에서 약 2㎞ 떨어진 아야진항 포구도 가볼 만하다.

2020년 새해를 맞아 강원도 고성의 통일전망대로 여행을 떠나 보자. 그곳에서 분단의 상징인 비무장지대가 평화와 생명의 땅으로 거듭나기를 소망해 보자. 자연을 만나 바다를 품은 넉넉한 가슴으로 힘차게 삶을 설계해 보자.

정호영 기자 < fighter7@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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