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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고 열린 해양공간’서 中 군사·경제 영향 제한

입력 2020. 01. 17   16:36
업데이트 2020. 01. 19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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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주도의 인도·태평양 전략, 지역 질서의 변화 본격화


지난해 5월 미국과 일본, 필리핀, 인도 등 4개국 군함이 영유권 분쟁 해역인 남중국해를 항행하는 연합훈련 모습. 훈련에는 미 해군 미사일 구축함 윌리엄 P. 로런스, 일본 해상자위대 헬기 탑재 경항모급 함정인 이즈모와 구축함 무라사메, 인도 해군 구축함 콜카타와 군수지원함 샤크티, 필리핀 해군 호위함 안드레스 보니파시오가 참여했다.  미 해군 홈페이지
지난해 5월 미국과 일본, 필리핀, 인도 등 4개국 군함이 영유권 분쟁 해역인 남중국해를 항행하는 연합훈련 모습. 훈련에는 미 해군 미사일 구축함 윌리엄 P. 로런스, 일본 해상자위대 헬기 탑재 경항모급 함정인 이즈모와 구축함 무라사메, 인도 해군 구축함 콜카타와 군수지원함 샤크티, 필리핀 해군 호위함 안드레스 보니파시오가 참여했다. 미 해군 홈페이지


2020년 세계 정세는 미국과 이란의 대결을 시작으로 불확실성이 확장되고 있다. 세계적 컨설팅 기관 유라시아 그룹은 미국의 일방주의로 인한 리더십의 부재, 미국이 주도하는 동맹의 부식, 러시아의 영향력 약화, 중앙집중적인 리더십에 기반한 중국의 약진 등의 요인으로 인해 2020년은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 즉 예기치 못한 일들이 폭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기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동북아 정세도 유사하다. 2020년에도 대만·동중국해·남중국해는 미국과 중국이 충돌할 수 있는 열점이며,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제 압박에 대해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정면돌파전을 발표했고, 미·북 간 비핵화 협상은 교착 상태에 머물러 있다. 무엇보다 미·중 간 전략적 경쟁이 전방위적으로 펼쳐질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 특히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ree and open Indo-Pacific)’ 전략이 ‘일대일로’를 통해 확장하는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전개된다면 중국과의 대립은 그 어느 때보다 뚜렷해질 것이다.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은 2010년대 이후 중국의 영향력을 다루기 위해 일본이 모색한 지역전략에서 시작됐으며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의 방일을 계기로 미·일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지역구상으로 발전했다. 이후 2019년 미·일 외교·국방장관 회의에서 양국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을 미·일 협력하에 공동의 비전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미·일 양국은 동북아 지역 질서를 바라보는 데 있어 인도·태평양이 가진 전략적 의미를 공유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첫째, 강압이 아닌 자율적인 판단에 따라 대외정책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로운 지역으로서의 인도·태평양이다. 둘째, 안전한 해양공간에서 무역과 물류인프라가 보호되는 열린 지역으로서의 인도·태평양이다. 이를 위해 규칙에 기반한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다.


‘자유로운’ 인도·태평양 위한 군사적 견제

트럼프 행정부는 공식문서에서 아시아·태평양을 인도·태평양으로 대체하고 있다. 2018년 5월 태평양사령부(PACOM)를 인도태평양사령부(INDOPACOM)로 명칭을 변경하면서 인도·태평양의 지정학적 중요성이 부각됐다. 2019년 6월 인도·태평양 전략에 관한 정책문서가 미 국방부에서 처음으로 발간되면서 군사안보적 관심이 집중됐다. 나아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자유주의 질서를 유지하는 세력과 억압된 질서를 추동하는 세력 간 지정학적 경쟁이 미국 안보의 도전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점에서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기지화는 ‘항행의 자유’라는 국제적 규칙과 규범에 어긋나는 수정주의적 행위로 간주됐다.

이러한 중국의 행보를 군사적으로 견제하고자 미국은 인도·태평양이라는 지리적 개념을 전면에 내세우며 서태평양에서 인도양까지 전구를 확장하고 남중국해, 대만해협 등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시행하고 있다. 동시에 소다자(mini-lateral) 형태의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일 동맹을 인도·태평양 전략을 추구하는 근간(cornerstone)으로 두고 미군-자위대 간 합동작전 수행 능력을 강화하고자 한다. 아베 정부도 육·해·공 자위대의 통합성을 강화해서 미·일 동맹 아래 일본의 역할을 한층 심화시키고자 하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미·일 양국은 미·일 동맹을 중심으로 인도·태평양 전략 아래 군사훈련의 삼자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첫째, 미-일-호주 군사훈련인 탈리스만 세이버(Talisman Sabre)다. 미-호주 연합군사훈련으로 시작됐는데 2019년 처음 일본 자위대가 참여해 대규모 기동훈련을 실시했다. 둘째, 미-일-인도 군사훈련인 말라바르(Malabar)다. 미·일 양국은 인도·태평양의 지정학적 관점에서 인도의 중요성을 다시 확인하고 인도와의 전략적 연대를 강조하고 있다. 2015년부터 미-인도 연합해상훈련 말라바르에 일본이 참가하기 시작했으며, 2019년 처음 일본 주최로 태평양에서 훈련을 개최했다. 이러한 군사협력은 미국·일본·호주·인도 간의 해상 안보를 발전시키고, 미국의 ‘허브 앤 스포크(hub-and-spokes)’ 안보체제를 인도양까지 확대하면서 미국 우위의 해양 공간의 연속성을 보여준다.


‘열린’ 인도·태평양을 위한 경제적 조치

트럼프 행정부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통해 군사안보뿐만 아니라 경제안보에 있어서도 미국의 우위를 공고화하고자 한다. 한편 미국은 관세 조치를 활용해 중국을 경제적으로 압박해 왔다. 이에 중국이 보복 관세를 부가하는 팃포탯(tit-for-tat) 전략으로 대응하면서 미·중 간 충돌 양상이 벌어졌으나 2019년 12월 1단계 무역 합의를 이루면서 일시적인 안정기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는 더 큰 경쟁을 위한 숨 고르기일 가능성이 크며, 무역·통화·기술 등 매우 넓은 범위에서 미·중 간 탈동조화(decoupling)는 가속화될 것이다.

2019년 11월 미 국무부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공유된 비전’이라는 정책문서를 발표했다. 특이한 점은 미국이 참여하지 않는 지역 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타결되던 날 발표됐다는 데 있다. 국무부는 ‘70년 이상 미국은 동맹 및 파트너와 함께 원칙에 기반한 자유롭고 열린 환경을 적극적으로 방어해왔으며 이러한 미국의 지지는 뿌리가 깊기 때문에 이를 훼손하고 그 자리에 헤게모니와 의존성을 강요하려는 시도가 있을 때 보다 강해질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미국의 관여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내용은 트럼프 행정부가 대아시아 전략에 있어서 인도·태평양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범정부적 노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미국은 중국의 일대일로를 국가 자본주의 방식이라고 비판하면서 개방적이며 글로벌 표준에 따르는 개발 지원 및 금융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있다. 군사협력과 마찬가지로 경제적 분야에서도 미국은 일본·호주와의 협력을 강조한다. 예컨대 미국 해외민간투자공사, 일본 국제협력은행, 호주 외교통상부는 2018년 11월 인도·태평양 지역의 에너지 시설, 해저케이블, 자원 개발 등에 융자를 지급하는 업무협력을 위해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2019년 11월 세 기관은 ‘푸른 점 네트워크(blue dot network)’ 계획을 발표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지속 가능한 인프라 개발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이렇듯 군사안보뿐만 아니라 경제안보를 포함한 더 포괄적인 관점에서 미·중 경쟁이 전개되고 있다. 미국은 일본과 긴밀하게 공조하면서 인도·태평양이라는 ‘자유롭고 열린’ 해양 공간에서 중국의 군사적·경제적 영향력을 제한할 개연성이 크다. 이러한 전방위적 경쟁 아래 지역 질서의 변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조은일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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