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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전투력 넘어 미래 비전으로

맹수열 기사입력 2020. 01. 16   17:13 최종수정 2020. 01. 16   18:09

① 워리어 플랫폼의 현재, 그리고 과제

입영장병 급감에 대비한
해결책으로 나온 첨단 과학군

워리어 플랫폼 중심에 자리잡아

 
전투장구·전투피복·전투장비 등
개념과 속성 이미 20년 역사

비현실적 장비 아닌
전투복·개인화기 개선 등 초점


미국, 1990년대 ‘미래전투체계’부터
랜드 워리어·넷 워리어 등 지속 추진

사용자 요구사항 충분히 반영 

호주 과학기술 로드맵 롤모델 꼽혀

 

호주군이 추진하고 있는 워리어 플랫폼 개념도. 기품원 제공

    
다가오는 인구절벽의 위기는 우리 군에 ‘인력 감축’이라는 큰 숙제를 남겼다. 우리 군은 입영장병 급감에 대비해 다양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국방개혁 2.0의 큰 목표 가운데 하나인 ‘첨단과학군’ 역시 이런 문제의식에서 나온 해답이다. 이 첨단과학군의 중심에는 인력 감축의 영향을 정면에서 받을 육군이 제시한 ‘워리어 플랫폼’이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 군의 워리어 플랫폼에 대한 국민의 시선은 지나친 기대로 포장돼 있는 것도 사실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한국형 아이언 맨(Iron Man)’이다. 하지만 이 개념은 워리어플랫폼에 대한 정확한 정의와 중요성 보다 단순히 대중 호기심을 자극, 불필요한 오해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워리어 플랫폼 사업이 축소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워리어 플랫폼은 인력 감축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육군의 중대한 대안이며 전장에서 결정적인 우위를 달성할 수 있는 과학기술·군사적 비전을 제시한다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국방일보는 오늘부터 12회에 걸쳐 육군 워리어 플랫폼 기술자문을 맡고 있는 김성도(육군중령·공학박사) 국방기술품질원 전력지원체계연구센터 전력지원체계연구기획팀장의 도움을 바탕으로 워리어 플랫폼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연구 실적, 추진 방향 등을 다시 한 번 짚어보고자 한다. 국방일보는 이번 시리즈에서 워리어 플랫폼에 대한 올바른 정보와 함께, 사업의 성공을 위해 우리 군이 다시 한 번 점검해야 할 요소들을 정리할 계획이다.

맹수열 기자 guns13@dema.mil.kr


워리어 플랫폼이란

‘워리어 플랫폼’은 2017년 육군이 미래전장에서 판도를 바꿀 수 있는 ‘5대 게임 체인저’를 구상하는 과정에서 등장했다. 개인 전투원이라는 플랫폼이 군사적 목적으로 휴대, 사용, 소비하는 장비·물자를 총칭하는 ‘워리어 플랫폼’은 육군이 추진하는 사업 명칭이자 사용자를 중심으로 한 과학기술플랫폼을 정의하는 넓은 뜻을 가지고 있다.



개인 전투원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워리어 플랫폼’은 세간에 ‘초능력 병사’를 만드는 신기술로 오해되기도 한다. 하지만 ‘워리어 플랫폼’의 개념과 사업 속성은 이미 2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용어만 다를 뿐 우리 군은 ‘워리어 플랫폼’의 각 구성품 개선 사업을 끊임없이 계속해 왔다. 김 팀장은 “워리어 플랫폼의 구성 품목은 전투장구, 전투피복, 전투장비로 크게 분류되는데 전투장구인 방탄헬멧, 방탄복, 수통 등은 시작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개선사업이 오래전부터 진행됐다”며 “전투피복 분야도 전투복을 중심으로 계속 사업이 진행돼 왔지만 전투장구·전투피복 분야는 과학기술적 비전이나 획득목표, 방향성보다는 양산, 조달, 품질 이슈를 해결하는 단발성 사업에 치중해 왔다는 점에서 기술적 혁신과 연관돼 인식되지 못해왔다”고 지적했다.

전투장비 분야 역시 어려움에 직면한 것은 마찬가지다. 개인전투체계, K11 복합소총, 소부대 무전기 등 각종 사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실질적 결과물이 도출되지 않으면서 이해 관계자들의 피로감과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이렇게 단편적으로 진행되던 ‘워리어 플랫폼’은 4차 산업혁명과 맞물리며 전면으로 부상하게 된다. 김 팀장은 육군이 ‘사람 중심’의 사회 기반과 과학기술 기반의 구축을 통한 혁신을 지향했던 정치·기술적 외부 환경을 ‘과학기술군’으로 도약하는 동시에 노동집약적 구조에서 탈피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인식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지난 2018년 육군 최초로 워리어 플랫폼을 착용한 아크부대 14진 장병의 모습. 국방일보 DB
외국은 어떻게 진행할까

워리어 플랫폼 개념은 다른 나라에서도 역시 진행되고 있다. 이 가운데 최고 선진국은 단연 미국이다. 김 팀장에 따르면 미국은 이미 1990년대 후반부터 ‘미래전투체계(FCS·Future Combat System)’라는 이름의 사업을 추진해 왔다. FCS 사업은 18개의 유·무인 전투체계와 통신기반체계, 병사체계(Soldier System)를 하나로 묶는 것을 의미한다. 이 사업이 ‘18+1+1 프로젝트’라는 별칭을 가진 이유다. 하지만 FCS 사업은 2000년대 들어 결국 취소됐다.

FCS 사업이 취소된 배경에는 다양한 분석이 존재한다. 김 팀장은 ▲불확실한 군사·기술적 목표 설정 ▲전투하중의 막대한 증가 ▲전투하중 증가 해결을 위한 과학기술적 대안 부재 등을 대표적인 장애요소로 꼽았다. 그는 “미 육군의 전력 강화와 연계된 공개 자료에서 빠짐없이 등장하는 핵심 키워드는 ‘전투원 능력 강화(Warfighter Capability Enhancement)’”라며 “이에 관한 미군의 활동자료, 방산시장 예산규모 등을 토대로 볼 때 미국이 병사체계를 구축하는 데 있어 상당한 난관에 부딪치고 이를 극복하기를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미국은 ‘랜드 워리어(Land Warrior)’, ‘넷 워리어(Net Warrior)’ 등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근간에는 많은 전투경험과 전투발전요소가 결합된 끊임없는 연구개발, 국방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자부심이 자리하고 있다는 평가다. 미국의 막대한 국방예산 역시 큰 이유다.

유럽의 프랑스와 독일 역시 한국의 ‘워리어 플랫폼’과 같은 ‘FELIN’, ‘IDZ’ 사업을 지속하며 높은 기술적 성과를 달성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우리 군의 ‘워리어 플랫폼’ 사업 역시 미국·프랑스·독일 등의 체계를 벤치마킹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최근 눈에 띄는 변화는 사업을 선도하는 국가들이 결과물을 과장하는 빈도가 줄어든다는 점이다. ‘아이언 맨 수트’, ‘투명망토’와 같은 비현실적인 장비가 아닌 전투복, 방탄헬멧, 개인화기 등 기존 장비의 진화적 개선 로드맵과 결과물을 제시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김 팀장은 이런 측면에서 ‘워리어 플랫폼’의 롤 모델로 호주군을 꼽았다. 그는 “호주군에서 제시하고 있는 기술 로드맵과 획득 결과물은 너무 담백하다”며 “호주군은 병사체계 분야의 과학기술 조사 결과에서 10위권 밖에 있지만 차근차근 사용자의 요구사항을 반영해 전투원 만족도를 향상시켜 나간다는 면에서 우리의 현실적인 롤 모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재도전의 기회’ 워리어 플랫폼

‘워리어 플랫폼’ 관련 품목들의 개선은 그동안 계속 추진돼 왔지만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해 왔다. 김 팀장은 “‘전투복=방산비리’ 등으로 결부해 버리는 국민 정서 등 환경 자체가 지속적인 추동력을 얻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육군이 ‘워리어 플랫폼’을 포함한 비전을 크게 그리고 있는 것은 이번만큼은 반드시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육군의 전방위적인 정책활동 결과 대형 무기체계 획득 중심의 국방예산이 개인 전투장구류와 피복 분야에서 획기적으로 증액된 것도 성과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팀장은 워리어 플랫폼의 정의가 분명하고 직선적으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반성해 보자면 ‘전투복 개선’이라는 쉬운 말을 최대한 복잡하고 화려하게 표현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워리어 플랫폼’은 기획·계획단계를 넘어 집행 단계에 들어섰다. 그만큼 더 큰 책임이 따르는 시기인 셈이다. 김 팀장은 “기획단계에서 가미됐던 필요 이상의 기대를 걷어낼 것”을 제안했다. 기술적 비전과 획득 현실을 구별할 수 있는 안목을 갖춰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현재 기술로 당장 현실화가 어려운 사업의 옥석을 구분해야만 30여 개의 구성품목을 단위사업화해 개선하는 국가적 사명을 완수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목소리다.

‘워리어 플랫폼’은 그동안 단위사업이 직면했던 어려움을 뚫고 주어진 ‘재도전 기회’다. 우리 군이 반드시 이번 사업을 완수해야 하는 당위성은 여기서 나온다. 화려한 비전보다는 야전의 요구와 현실적인 문제를 진단해 국민의 세금을 현실적이고 바람직하게 집행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마련돼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 팀장 역시 “집행은 2인3각 경기를 하는 것과 같다”며 “조화를 이뤄 호흡을 맞추며 톱니바퀴처럼 움직여서 워리어 플랫폼 사업을 완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료 제공= 김성도 기품원 전력지원체계 연구기획팀장


맹수열 기자 < guns13@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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