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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동훈 종교와 삶] 감기

입력 2020. 01. 07   16:41
업데이트 2020. 01. 07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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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동 훈 
국방부 군종정책과장·육군대령·목사
배 동 훈 국방부 군종정책과장·육군대령·목사

우리가 철을 가리지 않고 간혹 걸리는 질병이 감기입니다. “약을 먹으면 두 주, 안 먹고 버티면 14일”이라고 말할 정도로 사실 감기는 그렇게 특효약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감기는 분명히 약이 있다고 합니다. 여기에는 정답은 아닌데 정답인 것처럼 들리는 근사한 답이 있습니다.

감기는 원래 ‘느낄 감(感)’에 ‘기운 기(氣)’를 써서 한기를 느낌으로 오는 질병을 말하지만, ‘덜 감(減)’에 ‘기운 기’를 써서 “기운이 덜해졌다” “기운이 감한다”는 의미로 설명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런 해석에 따르면, 그러니까 사람들에게는 원래 양기(陽氣)와 음기(陰氣)가 균형을 맞추고 있는데, 그 어느 한쪽이나 두 쪽 모두 기운이 약해지는 것을 감기(減氣)라고 한다는 것입니다. 기운의 균형이 깨지고 기가 약해지면서 우리가 아는 감기 증상이 생겨난다는 얘기였습니다. 참 그럴듯합니다.

그래서 이 기운의 균형을 다시 맞춰주면 감기에서 회복하게 되는데 그때 쓰는 약이 있습니다. ‘쌍 쌍(雙)’ ‘화목할 화(和)’ ‘국물 탕(湯)’. “피로를 해소하고 허한을 거두는 데 쓰는 한방약의 한 가지”라는 설명이 붙은 쌍화탕입니다. 그러니까 한자대로라면 두 기운을 서로 화목하게 해줌으로써 균형을 회복하게 해주는 약이라는 것입니다.

이 설명은 정말 정통적이고 전문적으로 맞는 얘기인지는 저로서는 잘 판단할 수 없는 일이지만, 참 일리가 있는 해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한 가지 더 배운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적절한 긴장 상태는 오히려 활력을 준다는 것입니다. 사람마다 가진 양극의 기운을 최상의 균형으로 유지하는 정도는 다 다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그냥 되는 것은 아니고 규칙적인 생활과 적절한 영양 보충과 원만한 인간관계 등 나름의 대가가 지불돼야만 가능해진다는 것은 아마 대동소이할 것입니다.

우리가 하루 저녁 좀 춥게 자거나, 지나치게 피곤한 하루를 보냈거나, 견디기 힘든 심리적 충격을 받았을 때도 다양한 형태의 감기(減氣)에 걸릴 수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의 컨디션은 사소한 흐트러짐에도 바닥에 떨어질 수 있을 만큼 민감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럴 때는 자기에게 적합한 쌍화탕을 먹고 회복해서 다시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오면 되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양극단의 사회현상에 많은 혼란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어디에 진실이 있는지 아무도 알 수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나라와 국민이 어려울 때면 언제나 등장했던 애국 신앙인들이 다시 나타나 이 시대,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서 이 쌍화탕 역할을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왜냐하면, 성경 로마서 12장 18절 말씀처럼, 할 수만 있으면 모든 사람과 더불어 화목해야 할 사명이 있는 사람들이 신앙인들이고, 그렇게 할 때 혼란과 정처 없음에 허덕이는 인생들을 신의 위로와 치유의 자리로 인도할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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