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끝> 아르테 포베라-네오리얼리즘, 뉴 이탈리아 영화, 68혁명, 가난한 예술, 예술과 삶의 이분법, 공간개념, 미국식 미니멀리즘, 설치미술
아르테 포베라, ‘가난한 예술’ 의미
1960년대 말 이탈리아서 나타난 미술운동
배금주의 풍자…예술과 생활 경계 해체
만초니 작품 ‘예술가의 똥’ 금값에 판매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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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시에서 작가들은 모두 ‘가난한’ 재료를 써서 아르테 포베라의 개념적 특성을 구현했으며 일상적인 일이나 행위를 예술의 수준으로 끌어냈다. 이들은 일상이 예술의 영역에 침입 또는 반입되는 것에 초점을 맞춰 이전에는 그리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던 것들을 끌어들여 새로운 시각으로 보도록 했다. 이 전시 후 조반니 안젤모(1934~ ), 마리오 메르츠(1925~2003), 지아니 피아센티노(1945~ ), 미켈란젤로 피스톨레토(1933~ ), 질베르토 조리오(1944~ ) 등이 합세해서 ‘예술과 삶의 이분법’을 파괴하고자 하는 공통의 욕구를 개념적으로 연결했다.
이들은 예술과 생활의 경계를 해체하는 한편 사회의 많은 부조리한 일들에 대해 혁명적인 주장과 세상을 자극하는 주장을 펴며 정치적인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첼란트의 선구자적 글과 토리노, 밀라노, 제노아와 로마에서 활동하던 많은 이탈리아 젊은 작가들이 참여하면서 이런 경향은 집단적인 정체성으로 나타났고 1973년 제1차 석유파동으로 경제가 다시 불안정해지자 급속도로 파급됐다.
아르테 포베라는 이탈리아의 추상미술이 쇠퇴하고 1920~1930년대의 초현실주의 같은 전위적인 태도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등장했다. 특히 알베르토 부리(1915~1995), 피에로 만초니(1933~1963), 루시오 폰타나(1899~1968) 등 세 명의 선지자가 있어서 가능했다. 부리는 삼베 포대와 타르, 모래를 써서 가난한 재료로 회화를 전위시키는 전략을 구사했다. 폰타나는 캔버스를 칼로 짼 ‘공간 개념(Concetto spaziale)’을 제시했으며 만초니는 자신의 대변을 통조림통에 넣어 당시 같은 무게의 금값으로 판매하는 작품을 발표해 혼란을 야기했다. 이들은 단순한 개념과 유머, 전복을 통해 전통적인 미술의 경계를 교란하면서 미술을 개념화했다.
이들의 작업은 일상적인 재료를 사용한 것이 가장 중요한 특징으로 토양, 음식, 물과 저렴한 건축자재 같은 재료를 사용했다. 또 전후 이탈리아의 문화적 맥락에 적합하지 않은 미국의 미니멀리즘(American Minimalism)과 민감하게 대조적인 방식으로 작업을 전개해 나갔다. 특히 파괴적이고 전위적인 전술과 조각에 대한 비전통적인 접근 방식 등 오늘날의 설치미술(Installation art)과 같은 방식을 선호했다. 이들은 예술과 삶을 연결하기 위해 각각의 작품에 대해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반응을 중시해 순전히 작품과 관객 간의 상호 작용을 중시했다.
이들의 작품은 자연과 인공을 연결하거나 그 차이에 집중했다. 물과 흙이 기하학적 틀이나 구조에 의해 모양이 결정되는 작업을 통해 물성의 대조 또는 불협화한 물질을 결합해 폐기물 또는 다른 방식으로 폐기될 것들을 병치시키는 방식으로 ‘웅대한 대상’이라는 개념을 어지럽혀 작품과 작품이 놓인 전시장의 가치 체계에 내재된 모순을 드러내고자 했다.
1960년대 이탈리아의 중요한 운동인 아르테 포베라는 1969년 암스테르담 시립미술관의 윔 뷔렌(1928~2000)이 큐레이팅한 ‘둥근 구멍에 네모난 말뚝, 구조와 암호화(Square Pegs in Round Holes: Structures and Cryptostructures)’와 하랄드 제만(1933~2005)이 베른 시립미술관에서 기획한 ‘태도가 형식이 될 때(When Attitudes Become Form)’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두 전시는 현대미술사와 미술관 전시의 혁명적인 일로 기록됐다. 이들은 한정적인 물질이 귀속하는 관점을 지양하고 작품을 결정짓는 여러 가지 조건 즉 작품이 놓이는 방법, 작품이 존재하는 공간 등을 중시해 ‘사물’이란 수준에서 바라보며 반미학적인 재료의 물질적인 본성을 탐구함으로써 기존의 문화체계와 예술 개념을 해체하여 삶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고자 했다. 특히 공간과 인식의 문제, 과정 및 에너지와 관계된 다양한 재료의 도입, 언어사용과 정체성의 문제는 아르테 포베라를 이해하는 주요한 화두다.
<정준모 큐레이/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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