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침묵의 살인자 미세먼지

일상생활 땐 ‘KF80(보건용 마스크)’ 이상 착용… 먼지 거르기 충분

입력 2019. 12. 09   15:04
업데이트 2019. 12. 09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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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국민이 묻고 전문가가 답하다 -보건마스크 착용


외출 땐 보건마스크 쓰면 좋아
개인별 연령·건강상태 따라
선택적으로 마스크 착용 권고

일러스트=반윤미
일러스트=반윤미


      

“마침내 미세먼지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프랑스 영화 ‘인 더 더스트’의 광고 카피다. 파리에 지진과 함께 미세먼지가 차오르는 사상 초유의 재난이 발생한다. 파리 시민의 60%가 죽어가는 재앙 중에 주인공은 높은 층에 올라 생존을 위한 투쟁을 벌인다. “최첨단 인공지능으로 병을 치료하는 미래이지만, 미세먼지만은 국가도 사람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감독은 말한다. 극단적인 비유이겠지만 감독의 말은 틀렸다. 아무리 미세먼지가 심해도 국가나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기후변화로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하면서 그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국가기후환경회의가 발족했다. 저감 분야, 과학 분야, 의학 분야 등의 전문가들이 모여 연구하고 토론하고 분석하여 대책을 만들었고, 국민정책참여단의 결정으로 국가에 미세먼지 종합대책이 제안됐다. 대책 중에 국민이 가장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 미세먼지와 건강이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국민에게 올바른 정보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미세먼지와 국민건강 콘퍼런스 토론’을 개최했고 제목은 ‘국민이 묻고 전문가가 답하다’였다. 이 행사에서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은 “미세먼지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어떻게 하면 그 피해를 최소화하고 건강을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인가에 관해 국민 여러분께서 궁금한 내용을 묻고 우리나라 최고의 전문가들께서 답을 드리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라면서 “앞으로 대기질이 개선되어 국민이 걱정 없이 편하게 숨을 쉴 수 있기 전까지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한 가장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대책이 제시되는 콘퍼런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질 때 환경부에서는 국민행동요령을 따르도록 권고했다. 외출할 때는 무조건 보건용 마스크 착용하기, 실내 공기질 관리를 위해 환기나 실내 물청소 등 하기, 외출은 가급적 자제하고 활동량을 줄이도록 했다. 그런데 이번 국가기후환경회의에서는 미세먼지 농도가 높다고 일률적으로 보건용 마스크를 쓰는 것이 아니라 미세먼지 농도 기준, 개인별 연령·건강상태에 따라 선택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권고했다.

예전에는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일 때(초미세먼지 농도가 35㎍/㎥ 이상일 때) 건강이 나쁜 미세먼지 취약계층과 일반인에 대한 구분이 없었다. 모든 사람에게 일률적으로 보건용 마스크를 쓰고 야외활동을 자제하도록 했다. 이로 말미암아 일상생활이 지나치게 제약됐고 국민들에게 필요 이상의 불안감을 조성했다. 또 보건용 마스크의 과도한 사용은 서민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안겨주었다.

국가기후환경회의에서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대책을 내놓았다. 연령과 건강상태를 고려한 보건용 마스크의 자율적 착용을 권고한 것이다. 이것은 미세먼지에 노출될 때 건강한 일반인과 기저질환자가 받는 영향이 다르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적정한 보건용 마스크 사용 지침을 제시해 건강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만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과도한 보건용 마스크 착용에 따른 경제적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콘퍼런스에서는 많은 국민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먼저 미세먼지가 최근에 와서 나빠졌느냐는 질문이다. 답을 보자. 대다수 사람들이 미세먼지가 근래 들어 심해졌다고 생각한다. 정말일까? 1980년대 초반 서울에서 근무했던 세계보건기구(WHO) 환경보건 자문관 빌프리드 크라이젤(Wilfried Kreisel) 박사가 지난 1월에 자료를 발표했다.

1981년 3~10월의 광화문 총 먼지농도 평균은 300㎍/㎥, 24시간 평균 최고농도는 661㎍/㎥를 기록했다. 이것을 초미세먼지로 환산해 보면 PM2.5 평균은 180㎍/㎥, 24시간 평균 최고농도는 397㎍/㎥였다. 그러니까 2018년 서울의 PM2.5 연평균 22.8㎍/㎥와 비교했을 때 과거에 8배 이상 높았다는 것이다.

둘째로 보건용 마스크와 일반 마스크의 차이점과 보건용 마스크를 써야 한다면 어떤 종류의 것을 써야 하느냐는 질문이 있었다. 첫째, 일반 마스크는 미세먼지 차단율이 절반에도 못 미치므로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하고 외출하는 것이 좋다. 둘째, 무조건 수치가 큰 마스크를 고집한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다. KF94 등 미세먼지 차단 성능이 뛰어나면, 호흡하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마스크 착용으로 심리적 스트레스가 상승한다. 따라서 일상생활에서는 KF80 이상의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하면 미세먼지를 걸러주는 데 충분하다는 것이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팁] 언제 보건마스크 쓸까?





가장 중요한 내용이다. 미세먼지 나쁨 등급(초미세먼지 36㎍/㎥ 이상)에서 외출 시 건강이 취약한 일부 계층(노인·임산부·기저질환자)은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마스크 착용으로 호흡 곤란, 두통 등 불편감이 있으면 마스크를 벗고, 의사와의 상담이 필요하다. 성인이나 어린이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50㎍/㎥ 정도까지는 마스크 착용 없이 외출 등 신체활동을 평상시처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국가기후환경회의에서는 ‘고농도 미세먼지 대응 매뉴얼’에서 미세먼지 나쁨 이상인 경우 어린이 건강 보호를 위한 세밀한 지침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특히 천식 증상이 있는 어린이의 경우 천식 증상과 최대 호기 유속을 측정해서 천식 수첩에 기록하고, 천식 악화 행동요령을 숙지시키며, 의사와 상의해 보건용 마스크를 사용하도록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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