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군사 우명소 시즌2

[우명소 시즌2] (21) 해군교육사 군악대   김기현 준위

입력 2019. 12. 03   17:13
업데이트 2023. 08. 08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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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생활 33년…22년 동안 유포니움·색소폰 연주  “생 다하는 날까지 계속 하고 싶어” 

우리 부대 명품 전우를 소개합니다 - 시즌2
(21) 해군교육사 군악대   김기현 준위

‘학익진·명량’ 편곡 창작물… 친해군화 이바지
‘군악대에 목숨 바치리라’는 마음으로 군생활
편곡한 곡들 국민에게 연주, 자부심으로 뿌듯
기회 된다면 소외단체 도우며 강의·지휘·공연도 

 
* 나만의 성공 Tip 3 
  - 내가 음악을 즐기자. 
  - 청중을 행복하게 하자.
  - 하는 이도 듣는 이도 보람찬 연주가 되도록 하자.

 

해군교육사령부 군악대 합주실에서 김기현 준위가 색소폰을 연주하고 있다. 사진 제공=권용식 중사
해군교육사령부 군악대 합주실에서 김기현 준위가 색소폰을 연주하고 있다. 사진 제공=권용식 중사


음악은 곧 자신이다. 하나밖에 없는 존재여서 더욱 소중하다. 그의 모든 인터넷 아이디와 패스워드는 음악과 관련된 것일 정도다. 해군에서, 그것도 군악대에서 그의 활약을 모르면 간첩이라 해도 과장이 아니다. 해군 군악의 수많은 곡을 직접 편곡했고 2014년 그 저작권마저 해군본부에 기증했다. 음악이 주는 힘은 군 생활까지 향기롭게 해준다. 

 

 
해군교육사령부 군악대 군악대장 김기현(51·준사관 51기) 준위는 33년여 군 생활 가운데 22년 동안 유포니움과 색소폰 솔로로 활동했다. 유포니움은 튜바의 일종으로, 6·25전쟁 당시 육군본부 정훈대대 요원이 민사심리전 업무를 수행할 때 사용한 악기다.

“유포니움은 현악기로 치면 첼로와 비슷한 포지션을 가지고 있습니다. 중간 음을 내는 악기죠. 부드럽고 힘이 있어요. 모양은 리틀 튜바라고 생각하면 쉽게 떠올릴 수 있습니다.”

김 준위는 가슴으로 안아서 연주하는 유포니움과 색소폰 을 연주할 때면 더욱 진심을 다하게 된다. 이 매력에 빠져 대중에게는 생소한 유포니움을 놓지 않는다.

그는 2017년 2월 28일 교육사 국악반장으로 전입, 그해 4월 1일 국악반장 겸 군악대장을 겸직하며 교육사 군악대의 모든 활동을 총괄하고 있다.


편곡만 30여 곡… 저작권 해군본부에 기증


김 준위가 군인의 길을 택한 건 학비를 벌기 위해 계명대학교 작곡과 진학을 포기하면서부터다.

“대학 선배 중 먼저 군에서 군악대장을 하고 계신 분이 있었습니다. 그 선배가 부사관으로 근무하면서 4년 동안 학비를 벌어 학교를 다니라고 권유했어요. 당시 ‘해군 군악대’ 하면 음악 전공자들에겐 선망의 대상이었거든요.”

그리고 지난 1987년 1월 10일 해군 부사관 105기로 임관했다. 임관 2년 후 진급도 하고, 스물다섯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도 했다. 안정적인 삶이 필요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군 생활을 하면서 군악대에 대한 애정이 깊어져 대학은 포기하고 직업군인의 길을 택했다.

“임관 전 군을 선택한 계기가 학비였지만 대학을 포기하면서 정말 군인이 되어보자 결심했습니다. 해군 군악대에 목숨을 바치리라는 마음가짐으로 최선을 다해 군 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이후 그는 다양한 활동을 하며 해군 군악 발전에 큰 획을 그었다.

그의 손을 거쳐 또 다른 음악으로 재탄생한 편곡만 30여 곡이 넘는다. 이순신 장군과 관련한 드라마나 음원을 가지고 편곡한 ‘학익진(2009)’은 해군에서 수없이 연주되며 친해군화에 이바지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또한 편곡한 ‘명량(2010)’도 현재까지 총 250여 회 연주됐을 정도다. 이 곡은 김천시립교향악단을 비롯해 안양대, 목포대, 경성대 등에서도 곡을 달라고 요청해 연주됐다. 그는 자신의 창작물이자 소중한 자산인 편곡의 저작권을 해군본부 군악대에 기증했다.

또한 계룡 군 문학 축제, 진해군항제 등에 10여 곡의 마칭 작품을 출품했다. 마칭은 군악대원들이 악기 연주 중 대열을 여러 차례 바꾸면서 거북선이나 불, 오륜기 등의 모습을 형상화하는 작품이다. 김 준위는 축제 중 자신이 편곡한 곡들이 연주돼 우리 국민에게 해군을 알리는 것에 자부심과 뿌듯함을 동시에 느낀다고 털어놨다.

이와 관련해 그는 “관중이 마칭 공연을 보고 유튜브나 개인 SNS에 영상을 많이 업로드한다”면서 “굳이 돈으로 환산하면 몇 억 원이 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저작권을 떠나 해군 군악이 알려지는 데 감사할 뿐”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해외에서도 우리 해군 군악을 널리 알리고 홍보하는 데 한몫했다.

2000년 해군 군악대 최초로 공군 수송기를 타고 세계 군악 관악제에 참여해 6개국을 돌며 해군 음악을 선보였다. 2012년에는 독일 브레멘 국가음악제에 초청돼 ‘아리랑’ ‘방황’ 2곡을 편곡한 마칭곡을 연주해 외국인의 귀를 사로잡기도 했다. 이 밖에도 2014년 말레이시아 육군 군악대에 초청받아 해군 음악을 홍보하며 맡은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다. 김 준위는 현재 양악과 국악을 결합한 영화 ‘조선명탐정’의 OST ‘못다 핀 꽃 한 송이’와 국악 ‘판노름’을 편곡 중이다.

한편, 음악을 하다 보니 봉사도 자연스럽게 음악과 관련된 것을 하고 있다. 2004년부터 꾸준히 전남 목포 은광 장애인학교에서 군악대원들과 함께 파트별로 악기 연주를 돕고 있다. 연말에는 학교 학생들과 합주공연도 연다.


역량 있는 군악대, 사기 진작 크게 이바지


내년 말 전역을 앞둔 김 준위는 30여 년 몸담았던 군을 떠나려니 벌써 마음이 편치 않다. 마지막 남은 군 생활 동안 해군이 필요하다면 끝까지 음악인으로서 해군 음악에 깊이를 더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

“군악대원은 군인이면서 음악을 하는 음악인입니다. 음악과 같이 생활해야 하죠. 후배들이 배려하는 마음을 갖고 부지런히 음악성을 향상하는 데 집중했으면 좋겠습니다. 행정도 하면서 음악성을 기르기가 쉽지 않은 환경이지만, 틈이 날 때마다 음악적 기량을 길렀으면 좋겠어요. 역량 있는 군악대가 곧 그 부대의 사기 진작에 크게 이바지한다는 마음으로 우리 군악대원들이 힘을 냈으면 좋겠습니다.”

김 준위는 해군 군악대가 아니었다면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음악은 마음을 움직이는 ‘마술’ 같아요. 생이 다할 때까지 음악을 하고 싶네요. 군 생활을 하면서 음악의 깊이와 그 향을 느낀 것 같습니다. 혼자가 아닌 군악대원들과 함께 연주하며 ‘우리’라는 소중함을 깨달았어요. 지금까지는 편곡을 위주로 했다면, 앞으로는 연주에 더 집중하고 싶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소외 단체를 도우며 음악 강의도 하고 싶고, 민간단체에서 지휘하며 공연도 하는 게 목표입니다.” 

 

조아미 기자 joajoa@dema.mi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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