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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운석 병영칼럼] 사진의 기술

입력 2019. 11. 18   14:32
업데이트 2019. 11. 18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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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운석 빛바라 대표·여행작가
임운석 빛바라 대표·여행작가


좋은 사진 얻기 위해 필요한 ‘선택과 집중’
우리의 삶도 그러하지 않을까? 

 
디지털카메라가 나온 뒤 사진동호인들이 크게 늘었다. 또 최근에는 고성능 카메라가 스마트폰에 탑재되면서 사진은 일상이 되어버렸다. 사진을 찍는 것이 더는 특별한 것도 아니고 사진을 찍는 사람도 이제는 전문가일 필요가 없는 시대다. 그런데도 사진을 제대로 찍는 사람은 드물다. 사진을 잘 찍으려면 간단한 촬영 기법을 익히면 도움이 된다. 흥미로운 것은 사진 촬영 기법이 행복한 삶과 그 맥을 같이한다는 것이다.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서는 먼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한 장의 사진에 너무 많은 피사체를 담으면 주제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사진을 뺄셈의 예술이라 부르는 이유다. 선택과 집중은 삶의 무게를 줄이는 데에도 효과적이다. ‘물속의 물고기가 목말라한다’는 말이나 ‘홍수엔 먹을 물이 없다’는 속담처럼 너무 많은 정보는 오히려 선택과 집중을 방해한다. 올바른 선택을 위해서는 많은 정보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올바른 집중, 즉 무엇을 위한 선택인지 아는 집중이다.

사진을 찍다 보면 예쁜 것만 찍게 된다. 그런데 예쁜 사진은 첫눈엔 보기 좋다가도 금방 싫증이 난다. 이유는 사진에 이야기가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가운데 가녀린 꽃이 예쁘게 핀 사진이라면 매우 드라마틱한 사진으로 여겨진다. 세상살이도 다르지 않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위인들이나 리더들의 일생을 들여다보라. 그들은 십중팔구 온실의 화초 같은 삶을 살지 않았다. 비바람 몰아치는 곳에서 잡초처럼 역경과 고난을 겪으며 살아남았다. 결국, 힘든 문제나 고난은 나의 인생을 드라마틱하게 만들어주는 촉매제이며, 삶을 풍성하고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에너지인 셈이다.

사진 촬영 기법을 어느 정도 익히고 나면 항상 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뭘 찍어도 비슷비슷한 결과물만 얻게 된다. 이럴 땐 옛 틀을 과감하게 깨보자. 사진의 틀은 구도라는 말로 대체할 수 있다. 사진 구도는 안정감을 주는 삼각 구도, 엄숙한 느낌의 수직 구도, 평안한 수평 구도, 입체적인 대각선과 부채꼴 구도 등 매우 다양하다. 사진에 이처럼 많은 구도가 있듯, 삶을 바라보는 시선도 다양해야 한다. 시선과 시각에 따라 같은 사건도 전혀 다르게 해석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인물 사진 중에는 자연스러운 사진과 매우 부자연스러운 사진이 있는데, 후자는 모델과 사진가가 교감하지 못한 결과다. 아이들은 친근한 사람이 사진을 찍을 때 애교를 발산하지만, 모르는 사람 앞에서는 긴장해서 얼음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인물 사진을 잘 찍기 위해서는 충분한 교감이 필요하듯 인간관계도 그렇다. 그래서 서로를 알아가는 충분한 시간을 갖는 게 중요하다. 속도의 시대에 살다 보니 중간 절차가 무시되어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사진을 두고 기다림의 예술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셔터를 누르기까지 오랜 기다림이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속도를 조금만 늦춘다면 인간관계를 더욱 자연스럽게 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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