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성공으로 가는 협상 전략

조급한 당신 다 된 밥에...

입력 2019. 11. 13   16:33
업데이트 2019. 11. 13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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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지나친 승부의식, 성급한 판단과 선언은 협상을 망친다!



협상에 나서는 사람은 흔히 상대와의 협상 판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 쉽다. 이처럼 상대의 입장과 이익을 존중하지 않은 채 나의 입장으로만 진행하는 협상은 성과를 내는 경우가 드물다. 특히 상대에 대한 지나친 승부의식이나 상대의 입장을 비판하는 대결의식에 치우치면 승리에 대한 강박관념으로 연결되면서, 도리어 협상을 실패로 이끌 가능성이 크다. 또 상대에 대한 고려나 상황에 대한 냉철한 판단 없이 협상 상대를 비판하거나, 성급하게 협상의 성공 또는 결렬 선언을 할 경우도 협상을 실패로 끝나게 할 가능성이 크다. 

 
협상에서 성급한 판단이나 대결의식은 실패를 부른다

1985년 진행된 CBS와 가네트사의 합병 협상 실패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가네트사의 뉴하르트 사장은 오랫동안 눈독을 들여온 CBS를 합병하기 위해 CBS의 사장인 토머스 와이먼과 여러 차례 미팅을 했다. 반복된 미팅 끝에 두 사람은 대부분의 사안에서 의견 일치를 볼 수 있었다. 나이와 경험이 더 많은 뉴하르트가 회장으로 최고경영자(CEO)직을 맡고, 와이먼은 사장과 최고운영자(COO)를 맡자는 합의와 함께 최종적으로 인수합병에 의기투합했다.

이후 양쪽 회사의 임원들이 만나 세부 조건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그 자리에서 뉴하르트는 “우리 두 사람이 어떻게 거래를 성사시켰고 어떤 합의를 했는지 설명하겠다. 격식과 절차를 생략하고 본론만 간단히 말하겠다. 우리는 회사 경영진 구성에 관해 합의를 봤다. 이사진은 CBS에서 일곱 명, 가네트사에서 일곱 명, 그리고 공동으로 선출한 한 명으로 구성하기로 했다. 저는 회장이자 CEO를, 톰은 사장 겸 COO를 맡을 것이다. 여러분은 이 문제에 대해 논쟁을 할 필요가 없다. 모든 결정이 완료됐다”고 밝혔다. 회의 직후 와이먼은 뉴하르트에게 거래를 없던 일로 하자고 통보해 왔다.

협상이 깨진 것이다. 뉴하르트가 강경하고 강압적인 방식으로 사실상 선언을 함으로써 와이먼과 CBS 측의 자존심을 무너뜨린 것이 원인이었다. 와이먼 측 관계자들은 이 소식을 그날 처음 들었고, 그것도 와이먼이 아닌 뉴하르트를 통해 듣게 된 것이다. 뉴하르트는 와이먼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데다 배려심도 부족했다. 그로 인해 결국 공들였던 협상은 깨지고 말았다. 『No를 극복하는 협상법』을 쓴 협상 전문가 윌리엄 유리가 소개한 대표적인 협상 실패 일화다.

협상에서 전략이나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상대의 기분과 감정을 존중하며 자존심을 지켜주는 것이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소통하며 공감대를 넓혀나가는 것이 협상 성공의 열쇠이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협상은 협상 과정을 통해 올바로 설정한 목표를 성취하고 상대방으로 하여금 협상 결과에 대한 만족감을 느끼고 협상을 끝내도록 하는 것이다.


지나친 승부의식과 성급함은 판을 깨뜨린다


협상에 나서는 협상자들은 협상을 시작하면 약속을 하고 성과를 낸 뒤 협상을 종결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협상에서 뭔가 합의를 끌어내지 않으면 실패했다고 여기고, 다소 불리하더라도 협상을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이에 따라 합의하지 않아야 할 합의를 하거나, 협상대표라는 책임감과 위신 때문에 무리하게 협상을 종결하려고 하다가 불이익이나 독소조항이 담긴 협상 문서에 서명하는 일도 자주 발생한다. 무리하게 성과를 내려고 하는 협상은 도리어 손해를 불러오는 실패한 협상으로 연결되기 쉽다.

협상을 두 번, 세 번, 아니 열 번이고 백 번이고 반복하면서 서로의 이익과 입장을 조율하는 것이 더 낫다. 이번 협상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했더라도 상대의 입장과 이익, 그들의 대안이 무엇인지를 파악했다면, 다음 차수의 협상 테이블을 마련함으로써 성과를 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나친 승부욕도 협상 판을 위험하게 만든다. 협상을 이겨야 하는 승부나 게임으로 인식할 경우 상대에게 이익이 되는 합의를 하지 않을 것이고, 상대방도 마찬가지다. 결국 나와 상대방 모두 협상에서 압박과 대결만 반복하다가 실패로 끝내게 될 가능성이 크다. 성공적인 협상가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통해 상호 이익을 나누는 과정에서 우리 측의 이익을 키워나가는 방식으로 협상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협상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대와 이익 나누고 파이 키우는 윈윈협상이 정답

흔히 상대와 대결하는 ‘너 죽고 나 살기’ ‘너 죽고 나 죽기’ 방식의 협상은 대부분 실패로 끝난다. 상대의 입장과 상황을 배려하면서 함께 해결해야 할 공동의 문제로 인식할 경우 활로가 생길 것이며, 이처럼 서로 협력하는 윈윈협상이 성공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성공적 협상 위한 점검 요소 10가지


협상할 때 충분한 사전준비를 하고, 특히 상대방의 협상 전략과 대안에 대한 정보를 미리 파악하는 것은 성공협상의 필요충분조건이다. 준비되지 않은 협상은 실패하기 쉬우며, 나의 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를 대비해 최선의 대안(BATNA)을 마련해야 한다. 상대의 이야기를 경청하면서 그들의 전략과 향후 협상계획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매 사안과 과정을 신중하고 꼼꼼하게 전략적으로 진행하는 한편 철저히 준비하고 상대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며 우호적인 제3자를 확보할 때 협상은 성공 가능성이 커진다.

1. 협상에 나설 충분한 준비를 했는가?

2. 상대방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파악했으며, 그에 맞춰 최선의 대안(BATNA)을 준비했는가?

3. 상대방이 협상에 필요한 권한을 충분히 갖고 있는지 파악했는가?

4. 협상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적재적소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5. 내가 말하기보다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있는가?

6. 구두 합의만이 아니라 서면으로 합의했는가?

7. 합의문의 초안을 내가 주도적으로 작성했으며, 상대와 충분히 합의했는가?

8. 분쟁 해결과 관련된 규정을 합의문에 넣었는가?

9. 교착 상황에서 중재하거나 내 편을 들어줄 제3자가 있는가?

10. 협상장에서 상대를 설득할 만한 충분한 준비를 했는가? 다시 한 번 확인하자.

<김홍국 한국협상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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