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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민수 종교와 삶] 두 번째 화살

입력 2019. 11. 12   17:09
업데이트 2019. 11. 12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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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민 수 
해군사관학교 군종실·대위·법사
위 민 수 해군사관학교 군종실·대위·법사

호아킨 피닉스가 출연한 영화 ‘조커’가 최근 5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 영화 개봉 소식을 듣고, 영화 ‘배트맨’에 나왔던 사이코패스 악인을 주인공으로 만들었다는 이야기에 흥미를 느꼈다. 영화 ‘배트맨 다크 나이트’에 출연했던 히스 레저의 광적인 조커 연기를 과연 그가 뛰어넘을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도 한몫했던 것 같다. 개봉하면 꼭 봐야지 했던 영화인데 재관람까지 했다. 조커가 왜 그렇게 변하게 됐는지 그 과정을 보면서 범죄자가 된 그를 무작정 비난하기가 어려웠다. 내가 조커라는 캐릭터 자체를 단정 지어본 바를 깨달았고, 한편으로는 악인에게 감정을 이입하게 됐다는 사실이 새롭고 신기했다.

불교에는 ‘두 번째 화살’이라는 말이 있다. 이생을 살아가는 사람들 모두는 살면서 누구나 번뇌와 고통을 겪는데, 이것을 첫 번째 화살이라고 얘기한다. 두 번째 화살이란 이 고통을 놓고 괴로워하는 행위를 말한다.

어떤 일을 당했을 때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지?” 하고 땅을 치며 원망하는 것이 바로 그런 경우다. 첫 번째 화살이 외부에서 발생한 객관적인 현상이라면, 두 번째 화살은 그것을 자기 안으로 끌어들이는 주관적 작용이다.

부처님께서 사위성의 기원정사에 계실 때의 일이다. 어느 날 핑기카라는 젊은이가 그의 친척들이 부처님의 제자가 된 것을 알고 화가 나 부처님을 찾아와 차마 입에 담기 거북한 욕설을 퍼부었다. 얼마만큼 시간이 지나도록 욕을 하던 젊은이는 부처님께서 별 반응을 보이지 않으시자 이내 조용해졌다. 그러자 이때를 기다리셨던 부처님께서 핑기카에게 말씀하셨다.

“젊은이여, 그대의 집에도 가끔 손님이 찾아오는가?”

“물론 그렇소.”

“그러면 그대는 그들에게 좋은 음식을 대접하는가?”

“물론 그렇소.”

“만약 손님이 그 음식을 먹지 않으면 그것은 누구의 차지가 되는가?”

“그야 물론 내 차지가 되겠지요. 그런데 그런 것은 왜 묻는 거요?”

“젊은이여, 오늘 그대는 나에게 욕설로 차려진 진수성찬을 대접하려고 했었소. 그러나 나는 그것을 받고 싶지 않소. 그러니 당신이 나에게 했던 그 모욕적인 말들은 모두 당신의 차지가 될 것 같소. 젊은이여, 만약 내가 그대가 욕하는 소리를 듣고 똑같이 화를 내면서 욕을 했다면 손님과 주인이 서로 싸우는 꼴이 되었겠지만, 나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소.”

마침내 핑기카는 조용히 웃고 계시는 부처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이 이야기는 잡아함경 42권 1152경 빈기가경에 있는 내용이다.

자기 안의 폭탄이 터지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크게 다치는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이 될 것이다. 험난한 세상이다. 이 세간을 헤쳐나가려면 인생이라는 영화의 주인공에게 화살을 쏘아 조커로 만드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주인공인 자기 자신을 격려하고 다독여야 한다. ‘나만 이렇지는 않아. 나는 소중한 사람이야’라고 스스로 위로를 건네야 한다. 조커가 될 수도, 조커와 조우(遭遇)할 수도 있는 요즘을 살아가는 우리의 필수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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